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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경환 신부의 약속 콘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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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경환 신부의 약속 콘서트
  • 의약뉴스
  • 승인 2010.11.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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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경실련 창립 18주년을 기념하는 후원회가 지난달 29일 저녁, 한중문화회관 강당에서 열렸다.

분명 후원의 밤 행사인데 무대엔 ‘오경환 콘서트 4년 전 약속’이란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지금까지 참석해 온 인천경실련 행사와 전혀 다른 분위기이다.

오경환 신부는 인천경실련 공동대표 4인(김종화, 오경환, 남세종, 이국성)중 한 분으로 은퇴 후 인천카돌릭대 교수라는 직함으로 왕성한 사회활동을 하고 계시다.

한 평생을 신도들 앞에서 강론을 펼쳐 왔기에 관중 공포증은 염려 안 해도 될 터인데 ‘수 백여 명의 관중 앞에서 피아노를 연주하고 독창을 선사한다는 일이 겁난다’며 콘서트에 앞서 솔직한 심정을 털어 놓았다.

아무리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지만 고희를 넘긴 연세에도 불구하고 오 공동대표는 이날 콘서트에서 앙코르 곡까지 총 아홉 곡을 발표했다.

얼음 덩어리 일부가 물 위에 뜨기 위해선 95% 이상의 몸체가 물속에 잠겨야 한다는 ‘빙산의 일각’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이 순간을 위해 지난 4년 동안 몇 천 곡을 연습곡으로 연주했으며 그동안 흘렸을 노력의 땀방울은 가히 어느 정도였는지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2006년 1월부터 1주일에 한 번씩 피아노 학원을 드나들며 바이엘 1권부터 교습을 받기 시작했고 매일 2시간 이상 연습을 하다 보니 어깨가 아플 정도였다고 한다.

그러나 더 괴로운 것은 어깨 통증이 아니라 노력하는 만큼 실력이 늘지 않아 당장 포기하고만 싶어지는 연약한 마음이었다.

그때마다 ‘서당 개 삼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는 속담을 떠올리며 ‘그래도 인간인 내가 개보다는 낫겠지!’하고 자위하며 삼년을 버티기로 마음먹었다고 한다.

이것은 피아노를 배워 4년 후에 발표회를 갖겠다고 평소 지인들에게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함이었다.

공직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이 우선 당선되기 위해 실천 가능성도 없는 공약을 남발하며 약속을 어기는 세상이기에 건강과 연세를 핑계 삼아 피아노 교습을 중도 포기한다 해도 이를 탓할 측근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인천경실련은 정책과 대안을 제시하고 공동선을 추구하는 순수 시민운동 단체이다. 정의를 기치로 내걸고 18년간 시민들의 굳은 의지와 작은 힘을 모아 변화를 일구어낸 단체이다.

그 변화의 중심에는 시민과의 약속, 회원과의 약속이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에 오경환 공동대표에게 약속 이행은 생명과도 같이 소중한 것이었다.

드디어 삼년을 넘기니 피아노로 노래를 만드는 연주가 가능해지기 시작했고 어깨에 힘이 덜 들어가니 통증도 사라졌다.

3년에 걸쳐 어렵게 배운 기술을 스스로 포기할 수 없다는 욕심마저 생겨 결국 이 자리에 서게 되었다고 오경환 신부는 털어 놓았다.

인천경실련은 자율성과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해 국가 및 지방정부는 물론 정치인들로 부터 일체의 금전적 지원을 받지 않고 오직 회원의 회비와 시민들의 후원으로 빠듯하게 운영되는 단체이다.

축사에 나선 박영복 경실련 자문위원이 ‘더 많은 후원금을 모으기 위해 콘서트의 장을 마련했다’는 취지를 밝히는 순간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자신이 공동대표로 있는 단체의 후원의 밤 행사에 4년간 갈고 닦아온 연주 실력을 기꺼이 바치는 모습은 IMF 시절, 국가 빚을 갚기 위한 금모으기 운동에 장롱 속 깊이 보관했던 첫아이의 돌반지를 들고 나왔던 국민들의 애국심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인천시의 재정 적자가 7조원이 넘는다며 각 단체의 지원 예산을 대폭 삭감하면서, 내년 지방채를 3천 338억 원어치나 발행한다면서도 시장과 시의원, 시장이 임명한 공기업 사장 등 어느 공직자 하나 세비와 봉급의 일부를 반납하겠다는 일언반구조차 없는 현실과 대조되었기 때문이다.

그중엔 세비 반납은커녕 오히려 인상을 주장하거나 구태의연한 관광성 외유를 즐기는 철부지 구의원들도 있어 시민들은 한숨을 쉬고 있다.

오경환 신부의 콘서트는 전문 피아니스트나 테너 가수의 실력에는 못 미쳤지만 시종일관 강당을 가득 메운 관중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후원금 마련을 위한 자기희생과 약속의 소중함에 대한 진한 감동과 교훈을 안겨 주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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