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9년, 런던 로열 드루어리 래인 극장에서 초연된 후 100여 년 의 역사를 이어온 전설의 뮤지컬이다.
‘미스 사이공’의 줄거리는 이렇다.
베트남 전쟁에 대사관 호위병으로 파병된 미군 해병 ‘크리스’는 술집에서 몸을 팔며 삶을 이어가는 전쟁고아 ‘킴’을 만나 결혼을 한다.
함께 미국으로 돌아가기로 약속했지만 급박한 미군철수로 아수라장이 된 현장에서 둘은 길이 엇갈려 ‘크리스’만 헬리콥터에 올라 귀국하게 된다.
미국에 온 ‘크리스’는 죄책감에 시달리다가 ‘킴’이 죽었으리라 생각하고 재혼을 하지만 공산화가 된 베트남에서 혼열아를 낳은 ‘킴’은 조국을 배신했다며 온갖 박해를 당한다.
부모님이 정해준 약혼자 ‘투이’가 인민군 장교가 되어 나타나 인생을 다시 시작하자며 협박도 하고 회유도 하지만 일편단심으로 거절하고 아들을 보호하기 위해 그를 살해하기 까지 한다.
태국으로 피신을 한 ‘킴’은 ‘크리스’가 그곳에 와있다는 소식을 듣고 호텔로 찾아갔으나 부인을 만나는 순간 그가 자신을 버리고 결혼했다는 사실을 알고 충격을 받는다.
‘킴’은 부인에게 아들을 데려가 키워줄 것을 부탁하지만 거절당하고, ‘크리스’ 역시 결혼 생활에 문제가 생길 것을 염려하며 생활비를 대줄테니 태국에서 아이를 데리고 살라고 당부한다.
아들에게 예쁜 옷을 입힌 ‘킴’은 아버지가 데리러 올 것이라며 마지막으로 품에 안아준 후 ‘크리스’가 남겨 준 권총으로 자살을 한다.
‘미스 사이공’의 내용은 푸치니의 3대 걸작(나비부인, 미미, 별은 빛나건만) 오페라 중의 하나인 ‘나비부인’과 유사하다.
오페라 ‘나비부인’은 관람하지 못했지만 고등학교 음악시간에 감상한 ‘허밍코러스’의 은은한 멜로디는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두 오페라의 내용은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통속적인 드라마일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간의 관심을 받고 흥행에 성공한 이유는 특수 영상 효과와 디자인 등 최첨단 테크놀러지를 이용해 리얼하고 화려한 베트남과 방콕 거리를 재현한 무대를 선보였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무대는 한층 발전하여 무대에 캐딜락이 등장하고 3D 입체 화면과 음향 효과를 통해 실물처럼 헬리콥터에 탑승하는 효과를 연출했으며, 무대 앞에서 시종일관 생음악을 연주한 교향악단도 극적인 조화를 이루는데 한 몫을 담당했다.
그러나 ‘미스 사이공’이 우리의 가슴에 와 닿은 가장 큰 이유는 베트남에 남아있는 라이따이한들이 역지사지로 가슴에 다가왔기 때문이다.
베트남은 과거 10년 동안 35만 명의 국군이 월남전에 참전하고 70만 명의 민간인이 전후 복구 사업을 위해 다녀간 나라이다.
‘미스 사이공’에서 남자 주인공이 죄책감을 느끼게 된 것은 베트남에서 그림자처럼 함께 지냈던 동료가 귀국 후 ‘부이 도이’재단에서 일하며 베트남에 두고 온 ‘킴’과 아들의 소식을 전해 주었기 때문이다.
‘부이 도이’란 ‘먼지 같은 삶’이란 뜻으로 베트남 여인과 미군 사이에 태어난 전쟁고아를 지칭한다.
‘미스 사이공’은 미군이 베트남에 남긴 상처인 전쟁고아에게 관심과 책임을 져야 한다는 강한 양심의 메시지를 전한다.
월남전에 참천했던 한 지인은 자신을 똑 닮은 라이 따이한이 베트남에 있을 것이라며 자랑을 해 한낱 농담으로 받아들였었다.
하지만 베트남엔 1,400여 명의 라이 따이한이 생존하고 있다고 한다. 이들 중 20%는 베트남 전쟁 중 참전 군인들과의 사이에 태어났고 나머지 80%는 민간인들이 무책임하게 남기고 간 2세들이라고 한다.
육이오 전쟁을 겪은 우리는 주변에서 흑백 혼열아들의 설음을 지켜봐 왔기에 라이따이한과 가족들이 당했을 고통을 이해하고도 남는다.
세월이 흘러 이들의 나이도 30대가 되었지만 아직 대한민국은 이들에 대한 대책을 세운 적이 없다.
이제라도 라이따이한들의 생부와 한국 정부는 ‘혼열아, 반역자의 자식’이라는 질시와 탄압을 당해 온 그들에게 속죄하고 관심을 보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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