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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보다 강한 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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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보다 강한 펜
  • 의약뉴스
  • 승인 2010.09.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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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동신문이 창간 12주년을 맞았다.

남동구에 남동신문이 아직 건재할 수 있도록 물심양면의 배려를 아끼지 않아 온 한동길 사장과 임영욱 편집국장, 그리고 남동신문을 아껴주신 독자 여러분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올린다.

오랜 세월이 흐르는 동안 남동구의 온갖 사연은 추억의 뒤편으로 사라졌지만 기록만은 남동신문에 남아 있어 다행이다.

그동안 남동신문은 남동구청의 홍보지란 누명을 들은 적도 있었고 특정인을 매도하는 불온 세력이라는 누명을 쓴 적도 있었다. 정치인들의 이용물로 전락했다는 손가락질을 받은 적도 있었다.

법원의 상징인 저울처럼 재판의 판결이 신중하고 공평해야 하듯 언론 기사 역시 한 편에 치우치지 않고 보도하는 일이 쉽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남동신문이 구민들의 선행을 알려 이를 본받게 하고 궁금한 사실을 알려 준 역할을 해 온 것만은 사실이다.

남동신문의 역사는 나의 칼럼 집필 인생과 길을 같이 했기에 더욱 뜻이 깊다.

한 주일에 한 편씩 칼럼을 써야 하는 숙제는 네 권의 칼럼집을 출판하게 했지만 그간의 마음고생은 이루 형언할 수 없었다.

그러나 잠을 설치며 고뇌와 번민으로 이뤄낸 칼럼이 독자들에게 읽혀져 여론을 불러일으키는 역할을 해냈을 때 고통이 보람으로 승화되곤 했다.

일찍이 영국의 정치가, 소설가, 희곡작가인 조지 리튼(1803년 ~ 1873년)은 ‘펜은 칼보다 강하다’라고 말했다.

작가의 가슴과 손끝에서 우러나오는 글은 독자를 울릴 수도 웃게 할 수도 있다. 기쁘게 하거나 화를 내게 할 수도 있다. 한 줄의 글이 촌철살인의 무기가 될 수 있다.

몇 년 전, 서구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 대표들이 나의 약국을 찾아 온 적이 있었다.

재개발로 토지를 헐값에 수용당한 그들은 모 일간지에 게재된 내 칼럼을 보았다며 자신들의 억울한 입장을 호소한 후 현명한 대책을 물어왔다.

구청장과 지역 국회의원 등 정치인들을 찾아가 사정하고 진정서를 제출해도 아무런 반응이 없다기에 언론의 힘을 빌리라고 조언했다.

며칠 후, 그 지역 주민들의 강경한 투쟁 기사가 연일 신문을 장식했고 정치인들과 관청이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는 연락이 왔다.

불의의 화재 사고로 어린 자녀를 잃은 전직 국가대표 운동선수가 국가에 훈장을 반납하고 이민을 떠난 기사가 떠오른다.

그녀는 유치원생들이 뜨거운 불길의 컨테이너 안에서 숨을 거두는 불상사로 부모의 가슴에 못을 박는 일이 두 번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국무총리 면담을 간청했다.

언감생심, 총리와의 면담을 요구한다며 들은 척도 하지 않았던 정치인들은 모 일간지에 부모의 안타까움과 분노에 찬 심경이 기사화되자 그제야 면담을 허락했다.

하지만 두 얼굴을 한 정치인들에게 환멸과 배신감을 느낀 그녀는 면담을 거절하고 국가 유공 훈장을 반납한 채 조국을 떠났다.

글의 힘이 칼보다 강하다는 의미를 삼척동자도 모를 리 없겠건만 글을 무서워하지 않는 어리석은 이들도 있다.

어리석다기 보다 유권자를 의식하지 않고 뻔뻔스럽다는 표현이 더 어울릴지도 모른다.

무식하다는 것은 배우지 못해 학력이 짧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자신이 깨닫지 못한 잘못을 지적해 주었을 때 이를 받아들여 시정하지 않고 오히려 상대방을 탓하고 원망하는 적반하장, 안하무인을 무식자라 칭하는 것이다.

요즘 국회에서는 청문회가 한참이다.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 없다는 말을 증명이라도 하는 듯하다.

공직자가 될 마음이었다면 진작 본인과 가족의 잘못을 시정했어야 하는데 오히려 공직을 이용해 사리사욕을 채운 이도 있어 마음이 씁쓸하다.

한편 후보자를 호통하는 국회의원 역시 한 점 부끄러움 없이 떳떳할지 궁금하기도 하다.

이제 이들을 최종 심판할 수 있는 것은 칼보다 강한 언론과 국민 여론뿐이다.

자신의 이해관계와 직결되지 않는 데도 불구하고 특정인에게는 거슬릴지 모를 칼럼을 쓰는 것은 사회의 불의에 대항해 칼보다 강한 직필 정론의 펜을 휘둘러야 한다는 사명감 때문임을 관련 당사자들은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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