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만큼은 특정 정당 일색이 아니어서 안심했는데 새로운 회기가 개원될 때마다 반복되는 행사처럼 보여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시의장 선거 결과 민주당이 내정한 류수용 의원이 아닌 같은 당 소속 김기신 의원이 당선되었다.
낙선한 류 의원은 허위 학력 논란으로 시민단체와 시민들로부터 시의회의장 출마를 포기하라는 여론의 화살을 받아왔기에 당연한 결과였다.
만에 하나 그가 인천시의회를 대표하는 의장이 되었다면 나머지 의원들의 자질과 인천시의회의 이미지는 대외적으로 어떻게 평가되었을까.
부의장 선거에서도 민주당에서 내정하지 않은 김영분 의원이 무려 17표를 얻는 의외의 결과가 나오자 민주당 모 의원은 정회를 요청한 후 표 단속을 강화하며 한나라당 이재호 의원에게 주기로 했던 제2부의장직을 국민참여당 강병수 의원에게 넘겨주기로 번복했다고 한다.
그러나 투표 결과는 야합을 깨고 한나라당에도 부의장직을 주어야 한다는 쪽으로 나타나 이재호 의원이 당선되었다.
제1부의장 후보로 김영분 의원이 의외로 다수 득표를 한 결과 역시 동료 의원들로부터 자질을 인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한심스런 일은 민주당 소속 11명의 시의원들이 시민의 대변자라는 본분을 망각한 채 7일 열린 시의회 개원식에 참석하지 않고, ‘의원의 직무를 양심에 따라 성실히 수행할 것을 맹세한다’는 의원 선서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의원이 선서를 하지 않은 사건은 1991년 인천시의회 개원 이래 처음 있는 일로 도대체 의장 선출을 하기 위해 시의원이 되었는지, 당의 꼭두각시 노릇을 하기 위해 지방선거 때 유권자들에게 머리를 조아렸는지 지나가던 소나 개도 혀를 찰 일이다.
게다가 그중 7명의 민주당 시의원들은 이날 김기신, 허인환, 김영분, 이강호, 박순남, 안병배, 구재용 의원이 한나라당과 야합했다며 중앙당 사무총장에 징계요구서를 제출했다고 한다.
이들은 민주당이 7명의 배반자를 출당시키지 않으면 차라리 나머지 16명의 의원들이 탈당계를 내겠다고 엄포를 놓기까지 했다니 이러다간 자신의 충성심을 과시하려 할복자살을 하는 시의원이 나오지 않을까 걱정이다.
우리는 ‘적반하장도 유분수’라는 말과 ‘X 묻은 개가 겨 묻은 개를 흉본다’ 라는 속담을 자주 들어 왔다.
정치인 집단에서 어떻게 야합이란 단어로 상대방을 함부로 비난할 수 있단 말인가.
야합이란 지역 텃밭을 가꿔 온 후보의 피땀 어린 노력을 짓밟은 채 낙하산 공천을 하고, 야당 공조를 핑계 삼아 제 삼의 당 후보를 단일후보로 내세우는 행태를 말한다.
의장, 부의장과 각 상임위원장을 선출하면서 소신과 정견 한 마디 듣지 않고 나눠먹는 작태가 바로 정치인들이 자주 이용하는 밀실 야합인 것이다.
다행히 신학용 국회의원은 의장 선거가 끝나자마자 시의회로 달려와 의원들을 꾸짖었다고 한다.
이번 의장선출 과정에서 비난을 받아야 할 사람은 민주당의 뜻을 저버린 7명의 시의원이 아니다. 허위 학력 논란의 주인공인 인물을 의장 후보로 내세운 배후 조정자, 도덕성에 책임을 지고 스스로 사퇴하지 않은 채 감투에 욕심을 낸 당사자, 그리고 애당초 이를 적극 만류하지 않고 동조한 민주당 시의원들에 있다.
원 구성에서도 민주당 시의원들은 한 달 동안 한나라당 시의원들을 배제한 채 민주당 일색의 6개 상임위원장을 내정한 후 개원 하루 전에야 한나라당 측에 통보를 했다고 한다.
비례대표 의원 한 명뿐인 민주당에도 상임위원장직을 배려한 지난 5기 시의회 한나라당에 비하면 시민들의 지탄을 받을 만하다.
이한구 의원은 ‘의장 선거에서 표출된 갈등은 결국 2012년 총선에서 역풍으로 다가올 것’이라고 우려했다고 한다.
성경에는 ‘의인 10명만 있었어도 소돔과 고모라성은 유황불바다가 되지 않았을 것’이라는 내용이 있다.
벌써부터 시민들은 민주당을 독선과 오만불손을 자행하는 당이라고 비난하지만 민주당엔 아직 희망이 남아있다. 당리당략보다 시민의 편에서 양심을 선택한 7명의 의인들(김기신, 허인환, 김영분, 이강호, 박순남, 안병배, 구재용 의원)이 건재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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