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한국전 당시 한국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숭고한 희생을 치른 미국에 고마움을 표하기 위해 하루 11만대의 차량이 왕래하는 고속도로변에 1만 달러의 비용을 들여 한 달간 광고를 한다고 했다.
6.25 전쟁의 역사적인 사실과 진실이 잊혀 가고, 원수는 돌에 새기고 은혜는 물에 새기는 세태이기에 그의 용기가 돋보인다.
6.25 전쟁이 발발한지도 어언 60년이 지났다. 강산이 여섯 번이나 변한다는 세월이다. 필자가 태어난 것이 그 무렵이었으니 6.25 전쟁을 기억하려면 적어도 70대 전후 세대는 되어야 가능할 것이다.
요즘, 젊은 세대에게 6.25 전쟁의 역사는 임진왜란이나 8.15 해방보다 오히려 비중이 작다. 그래선지 아무리 세월의 탓이라지만 믿고 싶지 않은 경악할만한 일들이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다.
2004년 1월, 육군사관학교 김충배 교장은 가(假)입교생 250여 명을 상대로 한국의 주적(主敵)을 묻는 설문조사를 했다고 한다. 그 결과 미국을 주적으로 꼽은 생도는 34%로 북한을 지목한 33%의 생도보다 많았다.
북한의 위협으로부터 나라와 국민을 지키겠다는 신념으로 장교를 지원한 그들이 자기가 상대해야 할 적이 누구인지 조차 모르고 있다는 서글픈 현실이다.
최근, 선진통일교육센터와 자유민주연구학회는 1,955명의 초중고교생들을 상대로 ‘어느 나라가 6.25전쟁을 일으켰냐?’고 설문조사를 했다. 그 결과 35.1%는 한국, 44.5%는 북한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이런 어이없는 결과는 서울시내 초중고교 교원의 15.5%를 차지하는 전교조 교사 중 좌편향 교사들의 그릇된 교육 탓이라고 자유민주연구학회 김광동 박사는 밝혔다.
중국에서조차 6.25가 스탈린이 지시한 남침이라고 밝힌 마당에 언제까지 이런 망발로 국론을 분열시키려는지 심히 걱정스럽다.
국기 제조업체를 경영하는 최인태 회장은 지난 4월부터 지하철 1호선 시청역에서 ‘육이오 60주년 기념 유엔군 참전현황 자료전’을 열었다.
그는 자라나는 세대에게 올바른 국가관을 심어주자는 뜻에서 사비를 털어 6.25당시의 태극기와 국군?유엔군 사단기 60점을 만들고 기록사진 200여 점을 마련한 후 수도권 지하철역을 돌며 무료 전시회에 나섰다.
하지만 뜻밖의 반응이 나타났다. ‘6.25가 남침인지 북침인지 역사적으로 검증되지 않았는데 왜 친미적인 행사를 진행하는가?’, ‘공포분위기를 조성하는 전시회를 당장 중단하라!’, ‘북한군이 후송되는 잔인한 사진을 철거하라!’는 등 이런저런 압력이 들어왔다고 한다.
일본이 한 목소리로 독도를 자국의 땅이라고 우기고 한일합병을 한국이 원했다고 억지를 쓰는 판국에 우리는 스스로 분열의 길을 걷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한 40대는 ‘미군이 참전하지 않았다면 어찌됐던 우리나라는 통일되지 않았겠냐?’며 훈계까지 했다는 것이다. 그가 북한에서 서민층으로 살아보았다면 차마 적화통일 운운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것은 6.25 전쟁 당시의 식량인 주먹밥을 씹으며 ‘그땐 이것도 없어 끼니를 거르거나 초근목피로 배를 채웠다’고 회상하자 ‘차라리 라면을 끓여먹지 그랬냐?’고 했다는 모 인사의 철부지 손자와 다를 바가 없다.
6.25 발발 60주년을 맞았지만 우리는 아직 그 명칭조차 통일하지 못하고 있다. 학자들조차 육이오를 6.25 전쟁, 사변, 동란, 한국전쟁 등 나름대로의 명칭을 고집하고 있다.
반면에 정부는 각종 기념일 등에 대한 규정은 6.25사변으로, 국사 교과서는 6.25전쟁으로 기술하고 있다.
60년 전, 나의 부친은 피난을 떠나자는 가족과 이웃의 제안을 거절한 채 대대로 살아 온 만수동 탯자리를 지키다 죽음을 당했다.
전쟁은 사상과 이념이 다른 권력자들이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 군인들에게 총을 건네주고 상대방과 싸움을 하도록 시킨 것인데 설마 죄 없는 양민들에게 총질을 하겠느냐는 순수한 사고방식 때문이었다.
하지만 6.25 전쟁으로 인해 학도병으로 참전한 내 삼촌을 비롯한 100여만 명의 무고한 남과 북 양민들이 죽음을 당했다. UN군의 일원으로 참전한 미국을 비롯한 16개국의 2만 3천여 전사들도 이역만리 타국에서 하나밖에 없는 소중한 생명을 잃었다.
두 번 다시 이런 참상이 재발되지 않도록 6.25 전쟁은 영원히 기억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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