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교과부는 지난달 26일, 5개 대학이 아닌 약대 신설을 신청한 총 32개 대학 중 15개 대학에 정원을 배분한다고 발표했다.
신청 대학을 서면평가 및 현장실사에 의해 엄정하게 심사하는 과정에서 나온 고육지책인지 모르겠으나 약대 수자를 2~3배로 증설한 결과 예정된 50명 정원을 20~25명씩 나눠 갖게 되었다.
이에 따라 경기도에는 가톨릭대, 동국대, 아주대, 치의과대, 한양대에 각각 20명씩을, 대구는 경북대와 계명대, 인천은 가천의대와 연세대, 충남은 고려대와 단국대, 전남은 목포대와 순천대, 경남은 경상대와 인제대에 각각 25명씩 총 350명을 배분했다.
증원을 신청한 5개 기존 약대에는 부산(부산대, 경성대), 대전(충남대), 강원(강원대) 지역에 각각 10명씩 40명을 배정했다.
또한 산업체와 계약을 맺고 업체에서 추천한 직원에게 약대 교육을 시키는 계약학과 신설로 인해 서울대(13명), 충북대(10명), 이화여대(10명), 중앙대(8명), 영남대(8명), 원광대(5명), 경희대(5명), 부산대(3명), 전남대(3명), 충남대(3명), 숙명여대(3명), 우석대(3명), 대구카톨릭대(3명), 덕성여대(3명), 삼육대(2명)에 총 82명이 증원되었다.
이로서 전국의 약학대학은 기존 20개에서 35곳으로 일시에 75%가 대폭 증가하게 되었고 1년에 1,300여명에 불과했던 약사의 배출은 2천 여 명을 양산하게 되어 학생과 교수진의 질적 수준이 떨어질 수밖에 없게 되었다.
그러나 정원 20~25명으로는 약학대학의 경영이 어렵고 최소 60명~80명 이상의 학생이 필요하기 때문에 각 대학은 내년도에 정원 외 추가 배정이 있을 것을 기대하고 있다.
이번 약대 신설의 자격 조건 중에는 대학 내 의과대학의 유무가 큰 비중을 차지했다. 신설된 약대 중 전남의 목포대와 순천대를 제외한 대학은 모두 의과대학이 있는 대학이었다.
교과부 역시 ‘약학교육 및 연구 분야에 있어서 의과대학과 충실한 약학 실무실습 여건을 갖춘 대학을 선정했다’며 예상외의 원칙을 밝혀 인천대학처럼 의과대학이 없는 대학들의 강한 반발을 불러 일으켰다.
교과부는 이번 신설 약대 결정이 엄정한 심사와 평가 과정을 거친 결과라고 발표했지만 원칙보다는 정치적, 지역적 안배였다는 불만이 지배적이다.
대한약사회는 성명을 통해 ‘신설된 15개 약대 정원이 모두 20~25명으로 배정된 것은 약학교육이 정치적 타협과 적당한 안배에 의한 눈치보기식 교육행정의 산물’이라고 성토했다.
100명의 정원이 배정됐던 경기도에서는 1차 심사를 통과한 5곳의 대학에 모두 약대 신설이 결정되었다.
인천의 경우 신설 약대가 한 곳이었다면 연세대로 결정되었겠지만 지역 내 기존 대학들과 시민사회단체들의 강한 반발로 인해 지역적인 안배를 통해 그나마 가천의대에 절반의 몫이 할당되었다.
한국약학교육협의회는 ‘20명~25명의 정원으로는 교육인프라를 제대로 갖추지 못해 교육의 부실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20여명에 불과한 정원으로 약대를 운영하기 위해 다른 학과 학생들의 등록금을 약대에 투입해야 할 경우 다른 학생들이 역차별을 받는 상황이 발생한다고 비판했다.
약대를 유치한 대학의 재단이 교육투자에 사명감을 갖지 않고 등록금에만 의존한다면 학생들과 학부형들에게 부담이 돌아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가장 큰 문제는 해마다 배출되는 2천 여 명의 약사들이 생존권의 위협을 받을 수 있다는 데 있다.
통계청의 집계에 의하면 20개 선진국의 인구 1000명당 평균 약사 수는 0.8명인데 반해 우리나라는 0.7명으로 결코 적은 수가 아니다.
게다가 출산율이 계속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식으로 약대 정원이 늘어날 경우 약사의 과잉 공급은 불을 보듯 뻔하다.
원칙 없는 교육 정책은 고급 인력의 낭비와 함께 이 사회에 불신과 불만만 조장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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