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감과 교육위원의 선거 출마 자격(교육감은 5년 이상, 교육위원은 10년 이상의 교육 경력 또는 교육 행정 경력)을 삭제하고, 교육감 후보자의 당적 보유 금지 기간도 과거 2년 안에서 6개월로 단축했으며, 교육위원 선거를 정당비례선출제로 변경하는 내용이다.
국회 교과위는 오는 27~28일 전체회의를 열어 개정안을 최종 확정한 뒤 본회의에 상정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
이런 내용이 당사자인 교육계의 의견을 수렴하고 공청회를 거친 결과인지 궁금하다. 만에 하나 이런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의결했다면 교육계를 접수하기 위한 정당의 쿠데타가 아닐 수 없다.
헌법 제31조는 교육의 자주성,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지방교육자치법 제1조는 ‘교육의 자주성 및 전문성과 지방교육의 특수성을 살리는데 그 목적이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므로 교육위원을 정당이 추천하는 비례대표로 선출한다는 법안은 위헌의 소지가 충분하다.
과거 군사정권 시절, 시중에는 ‘군인은 군대로! 교수와 학생은 대학으로! 정치는 정치인이!’란 구호가 돌았다. 직업마다 전문성이 있고 그것을 인정해 줘야 한다는 주장이다.
특히 국가의 백년대계(百年大計)를 책임질 교육자의 전문성은 그 어느 분야보다 존중받아야 한다.
교육 현실을 꿰뚫어 볼 수 있는 전문가인 교육감과 교육위원의 자격 제한을 없앤다는 것은 고언(苦言)만 뱉어내는 학자나 교육계 인사보다 당리당략에 맹종하는 정치 지망생을 내세워 교육정책을 입맛대로 밀고 나가겠다는 의도로 볼 수밖에 없다.
또한 줄서기로 정당에서 낙하산 공천을 받은 후보가 어떻게 정권의 눈치를 살피지 않고 독자적으로 새로운 교육 정책을 만들고 교육현장을 감독하겠는가.
지방자치단체장과 풀뿌리 민초들조차 주민을 위해선 정치적인 중립을 지켜야 하고, 이를 위해선 공천제를 타파해야 한다고 강경하게 주장하는 현실이다.
헌데, 다른 부서도 아닌, 교육 정책의 중립과 자치를 지켜주고 이끌어 줘야 할 교육과학기술위원회가 앞장서 교육계를 정치판으로 끌어들이려 하고 있다.
정치인이라면 색안경을 쓰고 보는 시국에 왜 굳이 신성한 교육계 지도자 선출을 지자체 선거와 동시에 치르려 하는가.
지자체 선거의 투표율이 낮은 이유는 국민들이 정치에 식상했기 때문에 관심조차 갖지 않아서다.
교육감과 교육위원의 선출을 지방선거와 동시에 치른다 해서 정치에 무관심한 국민들이 관심을 가질 리도 없다.
자녀가 초. 중. 고교에 재학 중인 젊은 학부모 중에서도 교육감과 교육위원 선거에 관심을 갖는 수는 많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선거 때마다 밀물과 썰물의 조류처럼 이번엔 1번, 다음엔 2번이 싹쓸이하는 정치 바람은 교육계까지 파급될 것이 자명하다.
며칠 전, 모 인천시교육위원은 인천시가 2009년 시교육청에 지급하겠다던 법정전입금과 학교용지 부담금 미전입액 등 총 2천 271억 원을 지급하지 않아 학교 신설에 차질을 빚음은 물론 학교 운영비, 학교 환경개선비, 학생 복지비 등 교육 전반에 차질을 타격이 예상된다고 주장했다.
학교를 지을 땅을 구입하는 학교용지부담금은 교육청과 인천시가 절반을 부담하고, 법정 전입금은 시•도지사가 주민들로부터 거둬들이는 목적세(주민세, 취득세, 등록세, 자동차세)의 5%와 담배소비세의 45%, 지방교육세 전부를 교육청에 넘겨줘야 한다.
그는 중앙정부가 지급하는 지방교육부금이 줄어 지방채까지 발행하고 있는 인천시교육청의 어려운 현실을 호소하며 법정전입금을 전출하지 않은 사유를 밝히고, 빠른 시일 내에 지급할 것을 요구했다.
이것이 바로 교육위원의 임무이다. 만에 하나 그가 집권당의 공천을 받은 비례대표였다면 이런 발언을 할 수 있었을까?
교육감 자리 역시 공직에서 물러난 정치인들을 예우하는 낙하산 공천 도구가 되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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