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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개발 사업과 공권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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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개발 사업과 공권력
  • 의약뉴스
  • 승인 2009.02.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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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거민 5명과 경찰 1명의 목숨을 앗아간 지난달 20일의 ‘용산 참사’를 지켜보며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애석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

시위대든 경찰이든 희생자들은 유가족들에게 사랑받는 부모였고 자녀였으며 어떤 폭력 앞에서도 보호받아야 할 하나밖에 없는 소중한 생명이기 때문이다.

더 안타까운 일은 검찰의 수사 결과가 밝혀지기도 전에 이성보다 감성을 앞세워 혹자는 경찰의 과잉진압을 성토하고 또 다른 편은 철거민의 과격 시위를 탓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경찰청장을 인책하거나 시위 주동자를 처벌하는 일은 검찰의 수사가 밝혀진 후의 사안이기에 성급하게 한쪽을 폄하하고 비방하는 일은 결코 있어선 안 된다. 이번 사태의 희생자들은 편을 가르기 전에 모두가 우리 민족이고 법 앞에 평등한 국민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억울하게 폭행과 사기를 당하거나 뜻하지 않은 절도나 강도를 당했을 때 가장 먼저 경찰에 도움을 청한다. 교통 신호등이 고장나 도로가 차량들로 얽혀 있을 때도 마찬가지다. 경찰이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해 줄 공권력의 상징이기 때문이다.

각종 과격 시위에 경찰이 출동해 치안 유지를 위한 진압 작전을 펼치는 것 또한 공권력의 당연한 의무다. 이런 의무를 수행하지 않는다면 경찰이 존재할 필요성이 없다.

하지만, 지난 2005년 11월 농민시위를 비롯한 각종 대정부 시위로 시위대와 경찰이 동시에 인명 피해를 당한 경우 역대 정부는 희생양으로 경찰청장의 사퇴를 내걸고 사건의 조기 무마에만 신경을 기울여 온 경우도 없지 않았다.

그때마다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진다’는 속담처럼 경찰은 동네북이 돼 시위대와 정부는 물론 여론으로부터 무참하게 질타를 당하곤 했다.

하기야 입법기관인 국회에서조차 기물파괴와 폭력이 난무하는 판이니 누구를 탓하겠는가만 이번 용산 참사만큼은 과격시위의 주동 세력을 빈틈없이 수사해 이 사회에 어떤 폭력도 용납되지 않는다는 전례를 남겨야 한다.

또한 진압의 방법에 문제가 있었다면 책임을 추궁하고 아울러 과학적인 개선책을 연구해 더 이상 무고한 희생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시위대와 경찰의 목숨을 앗아간 이번 사태의 근본적인 책임은 무리하게 재개발사업을 추진해 온 조합과 지방자치단체에 있다는 생각이다.

철거민들은 수십 년 동안 고객을 유치하고 상권을 조성한 세입자들의 공을 인정하지 않고 관련법에 근거해 법적으로 규정된 휴업보상금 3개월분과 주거이전비로 월세 4개월분만을 지급한 채 생활 터전을 떠나라는 재개발조합의 일방적인 주장에 분통을 터뜨렸다.

지난 1월 31일 밤 11시 SBS의 ‘그것이 알고 싶다’프로에서 세입자들은 시설비와 권리금 등 점포에 투자한 자본금의 1/3에 지나지 않는 보상만 해주어 오갈 데 없는 처지라고 하소연 했다.

문제는 용산과 같은 재개발·뉴타운 사업이 전국 곳곳에서 진행돼 희소가치와 상품성이 떨어지는 데 있다. 2009년 1월 현재 서울지역의 경우 용산과 같은 재개발 사업 구역이 47개 구역 467개 지구에 이르며, 이 중 185개 지구는 건물이 완공돼 사업이 끝났지만 나머지 지구는 철거작업이 진행 중이거나 공사가 착공된 상태다.

뉴타운의 경우는 26개 지구 219개 구역 가운데 올해 19개, 내년 48개, 2011년 73개 구역이 철거작업이 본격화되는 ‘관리처분인가’를 받았다.

이로 인해 서민들이 기대하는 부동산의 가치 상승효과가 사라지고, 조합은 사업의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철거민에 대한 보상가를 낮춰 용산참사와 같은 폭력 사태가 재연될 가능성이 크다.

뉴타운과 재개발사업이 과연 자신들을 위한 것인가 아니면 건설업자의 배를 불리게 하는 것인가를 고민하던 주민들 중 사업반대 대책위에 가입한 사업 지역은 전국적으로 140여 개에 달하고 잠정적인 유보를 원한다는 곳도 늘어가고 있다.

그렇다고 수지타산 상 철거민들에게 적절한 보상을 해줄 수 없어 분쟁이 발생할 때마다 경찰이 방패 역할을 도맡을 수는 없는 일이므로 정부나 자치단체는 사업의 인가만 할 것이 아니라 감독기관으로서의 관리 의무를 철저히 수행해야 한다.

 재개발 사업을 상업적 논리에 맡기고 정부나 자치단체는 사업에 속도를 내는 데에만 치중해선 안 된다. 전시효과를 위해 우선 일을 벌여 놓고 사태 해결은 공권력에 떠맡긴다면 폭력사태로 인한 희생자는 계속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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