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방문해 온 사회복지시설과 별다를 것이 없다는 생각으로 부담 없이 찾아갔지만 막상 스무 살을 갓 넘긴 외국인 여성들을 만나는 순간 울분이 치솟았다.
부모 형제를 고국에 남겨둔 채 잘 살아보겠다는 당찬 각오로 이역만리 머나먼 타국 땅에 발을 내딛은 어린 여인들이 무슨 죄가 있다고 폭력을 휘둘러 이곳에 피신을 해야 하는지 한국의 남성으로서 차마 얼굴을 들 수 없어 대신 사죄하는 뜻에서 주머니를 털어 간식비를 전달했다.
2004년에 개소해 구청으로부터 인가를 받은 ‘인천여성의 전화 부설 이주여성쉼터’인 이곳은 다문화가정에서 남편과 시부모의 폭력을 견디지 못하고 맨몸으로 피신한 20대 주부 10명이 신체적. 정신적 안정과 치유를 받으며 생활하고 있는 보호 시설이다.
쉼터는 이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고, 몸과 마음의 상처를 보듬어 주며 개별 상담과 부부 상담을 해주고 있다.
치유된 그들의 30%는 남편에게 되돌아가지만 돈벌이에 급급한 결혼정보회사에 속아 만난 남편이 고령자이거나 10회 이상의 폭력 및 성폭력 전과자로 미래가 불투명한 경우 태아를 유산시킨 후 귀국의 길을 택하기도 한다.
약사회에서 방문 당시, 일반 가정집 2층을 사용하고 있는 이 시설에는 언어 소통이 제대로 안 되는 동남아 여성 3명만이 방문객을 맞아 주었고 나머지 식구들은 아직 직장에서 퇴근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단순 노동을 하고 있는 그들도 경기 불황이 악화되면 구조조정 대상 우선순위가 외국인이란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에 불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쉼터 소장은 ‘내국인 쉼터와 달리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급식비에 대한 지원이 전혀 없고, 직업훈련이나 취업에 대한 지원이 안 되고 있어 자립의 기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했다
또한, 이곳에서 종사하는 직원의 인건비도 2/3 수준만 지원되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호소했다.
특히 진료비는 지출이 인정되는데 구급약품과 영양제와 생리대 등 소모품은 지원이 안 되어 인천시약사회의 오늘 선물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들에게 값진 선물이 될 것이라고 거듭 감사의 인사를 했다.
가정폭력피해 이주여성들에게 국내 체류, 국적취득, 이혼 등 법률적인 지원을 해야 하는데 다급히 몸만 피신해 나온 상황에서 언어 소통의 어려움까지 겹쳐 법률 자원봉사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법률지원을 위한 비용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한국인 남편의 폭력에 대해서는 부인을 동등한 인격체와 가정을 구성하는 내조자로 인정하기보다 ‘돈을 주고 데려 온 소유물’로 인식하는 사고방식에 큰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우리 사회에 깊이 자리 잡고 있는 혈통주의로 인해 이주여성에 대한 편견이 심하고, 그들에 대한 불신과 부정적인 사고방식으로 외출 자체를 금지시키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한다.
한국인 남편들이 결혼만 서두를 뿐 이주여성의 정서, 문화, 생활방식과 음식 등의 차이에 대한 사전 이해와 배려를 전혀 하지 않는 것도 가정 파탄의 큰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한국말을 알아듣지 못해 행동이 느리다는 이유로 성격이 급한 남편과 시부모가 습관적으로 손찌검을 하므로 써 평생 폭력을 모르고 살아온 그녀들이 공포심을 이기지 못한 채 뛰쳐나올 수밖에 없었다고 그녀들의 입장을 설명했다.
대한약사회장을 역임한 원희목 의원은 다문화가정 이주여성의 복지 개선을 위한 입법을 준비하고 있으며, 2009년부터 전국 16개 시.도지부 약사회는 불우이웃돕기 성금을 다문화가정 관련 사업에 사용할 예정이다.
인천시약사회는 매주 2째와 4째 일요일, 서구 가좌동에 소재한 이주노동자 인권센터에서 외국인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무료투약을 실시하고 있다.
이곳에선‘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소속 치과의사들도 매주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무료로 치과 진료를 베풀고 있으며, 인권센터에서는 초급. 중급. 고급반으로 나눠 한국어를 교육하고 있어 이주 노동자들의 사교의 장이 되고 있다.
우리 일행은 쉼터에 위 정보를 전해주며 그녀들도 이곳을 이용해줄 것을 당부했다.
‘세계는 하나’라는 표어 아래 인종의 구별이 사라지고 있으며, 다문화 가정의 자녀인 ‘오바마’가 세계 최강대국인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는 세상이 되었다.
한국인 남편들로부터 가정폭력을 당한 이주여성들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관심 지원 대책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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