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며칠 간 또 소식이 없어 다시 통화를 하니 이번엔 담당자에게 직접 알아보란다. 어이없게도 담당자는 서류상 문제가 있어 아직 결제를 못 올렸다고 한다.
그들이 문제 삼는 부분은 세입자와의 합의서를 제출하지 않았다는 내용이다. 합의서란 임차인(세입자)과 임대인(토지주) 중 한쪽이 이주하지 않으면 1차로 70%를 지급하고 나머지 30%를 지급하지 않아도 문제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각서이다.
이것은 도시개발공사가 해결해야 할 업무를 임대인과 임차인에게 상호 책임을 전가시키는 일종의 노예 계약서가 아닐 수 없다.
나와 임대계약을 맺은 세입자는 3명으로 그중 2명은 토지 보상금 수용과 동시에 임대보증금을 반납해 주었다. 나머지 한 명은 오히려 내가 받을 금액이 있어 이미 발송한 내용증명을 도시개발공사에 보여주며 보상금 지급을 보류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도시개발공사는 그들의 사업자등록증이 나와 계약을 한 남편이 아닌 부인 명의로 되어 있기 때문에 그 부인에게 보상금을 지급할 수밖에 없다고 못 박았다.
더욱 분통이 터지는 이유는, 임대 보증금을 되돌려준 송금 영수증을 첨부했음에도 확인 도장을 다시 받아오라며 세입자를 과잉보호하는 반면에, 나도 모르게 세입자들이 보상금을 신청할 수 있도록 ‘토지주 대신 통장의 확인서를 받아도 된다’는 단서 조항을 도시개발공사가 삽입시킨 것이다.
엄연히 토지주가 생존해 도시개발공사를 드나들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나를 제쳐놓고 통장을 개입시킨 처사는 공무원의 보신과 면피, 편의주의와 무능력을 자인하는 탁상행정이 아닐 수 없다.
인천도시개발공사는 그동안 여러 차례 지장물과 영업장을 빈틈없이 조사했으면서도 보상이 지연되는 과정에서 최종 감정 평가를 며칠 앞두고 발생한 화재로 건물이 소실되자 보상을 해 줄 수 없다며 주민들의 간절한 진정(서명)조차 냉혹하게 뿌리친바 있다.
도시개발공사가 내 서류를 접수하지 않은 이유는 그 부인으로부터 합의서를 받아오지 않았기 때문이란다. 나와 계약을 하지 않아 아무 상관이 없는 사람이라고 할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는 합의서를 받아오라니 어이가 없다.
참다못해 인천도시개발공사 사장을 면담했고 공사 사장은 서구 검단사무소에 조치를 취하도록 지시했으나 담당자는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
정식으로 진정서를 작성해 공사 측에 제출한 후에야 서류를 접수시켜 줄테니 사무실로 오라는 연락이 왔다. 도대체 누가 사업을 서둘러야 할 주체인지 헷갈릴 정도다.
어려운 과정을 통해 지장물 손실보상 협의 계약서와 함께 이의신청서는 접수되었다. 하지만 윗사람의 지시에 따라 단지 서류 결제를 올리지 못한 담당 여직원에게 책임이 전가된다고 하여 진정서를 취하했다.
1차 보상금(70%)을 받은 지 2개월이 다가오지만 나머지 30 %는 기약이 없다. 3년 전, 나도 모르게 세입자가 또 다른 세입자에게 재임대를 했기 때문이란다.
도시개발공사는 재임대로 들어 온 세입자가 사업자 등록이 없기 때문에 이주 보상을 해줄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당시 세무서에 사업자 등록을 신청했으나 동일 지번이어서 접수가 안 된 근거가 있고, 수년 간 이 자리에서 영업을 해 온 사실을 조사과정에서 확인하지 않았느냐며 정당한 보상을 요구했다.
수차례 현장 확인을 했으면서도 사업자등록증이 없다는 이유로, 감정 평가 며칠 전 화재로 건물이 소실되었다는 이유로 보상 대상에서 제외시키는 처사는 국민을 위한 행정이 아니라 공무원의 보신과 면피를 위한 횡포가 아닐 수 없다.
그에게 보상이 가능한 것처럼 기대감을 안겨준 모 직원은 이제 와서 ‘힘들 것 같다’며 억지로 내쫒지 않을 테니 있을 때까지 있으라고 격려(?) 했다고 한다.
도시개발공사의 선심도 좋지만 상호 보증을 세운 노예계약서로 인해 나머지 보상금을 기약 없이 받지 못하는 토지주의 피해는 누가 책임질 것인가?
더욱이 양도소득 신고는 나머지 30% 보상액을 받지 못했다 하더라도 손실보상 계약을 체결한 날부터 2개월 이내에 마쳐야 한다.
국가 공공사업을 이유로 사유재산을 저가로 수용한 인천시도시개발공사가 세입자의 지장물 철거와 이주의 책임조차 토지주에게 전가시키는 횡포는 시정되어야 한다. 사업을 서둘러야 할 주체는 국민이 아니라 정부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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