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요구를 들어 주었으나 주차장 개방은 얼마 후 없던 일로 했다. 평소 주차장을 이용하다가 약사회 행사가 있는 날엔 자리를 비워달라고 요구했으나 일부 차량은 장기주차까지 일삼으며 협조를 하지 않아 회원들이 불편을 겪어야 했다.
게다가 담뱃재를 비롯한 차량 안의 쓰레기는 물론 심지어는 가정 쓰레기까지 가져와 주차장에 버렸다.
더 기막힌 일은 약사회보를 편집하다가 밤늦게 퇴근을 하는 날이면 주차장에 세워둔 차 안에서 벌이는 연인들의 목불인견(目不忍見)을 감수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야참을 준비해 사무실에 들렀다가 이 광경을 목격한 아내는 아이들이나 여직원이 봤다면 어쩔 뻔 했느냐며 놀란 가슴을 쓸어내린다.
택시 영업을 하는 한 주민은 자신이 책임지고 주차장 관리를 할 테니 개방해 달라고 요구했으나 주차를 하는 당사자들 모두가 자기 집 안마당처럼 주인의식을 갖지 않는 한 불가능한 일이라며 거절했다.
지난 7일, 인천시는 송도컨벤시아 개관 행사를 가졌다. 송도컨벤시아는 송도국제도시개발유한회사(NSIC, 미국 게일사와 포스모건설 합작회사)가 1,500억 원의 예산으로 건립해 인천시에 기증했으며 인천관광공사가 운영을 맡고 있는 건물이다.
이 건물은 지하1층, 지상4층, 연건축면적 54,000㎡ 규모로 최대 2천 명을 동시 수용할 수 있는 프리미어 볼룸, 23개의 회의실, 450개의 부스를 설치할 수 있는 8400㎡ 규모의 전시장을 갖추고 있다.
인천관광공사는 연간 30회 이상의 전시회와 180회 이상의 회의 및 세미나를 유치해 생산 유발 1,996억 원, 부가가치 유발 837억 원, 고용창출 2,078명 등 연간 3,320억 원에 이르는 경제적 파급효과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인천시민이 주인인 송도컨벤시아 개관을 축하하기 위해 인천관광공사는 거액의 예산을 들여 명예 홍보대사로 위촉된 세계적인 패션디자이너 ‘앙드레 김’패션쇼를 열었다.
송도컨벤시아 개관을 홍보하기 위해 동분서주한 인천관광공사 최재근 사장은 ‘앙드레 김’선생님과의 친분 덕분에 비용을 절반으로 줄여 행사를 유치했다는 소문이다.
행사 1부에서는 안상수 시장을 비롯한 한국 주재 외국 여성 대사와 대사 부인들이 화려한 조명을 받으며 ‘앙드레 김’ 패션쇼 특별 모델로 등장해 갈채를 받았다.
그러나 안시장이 행사일정을 이유로 자리를 뜨자 테이프 커팅에 참석한 후 무대 정면에 착석했던 주요 내빈들도 약속이나 한 듯 행사장을 떠났다.
한 채영, 정동진을 비롯한 국내외 모델과 KBS-2 TV 프로‘미녀들의 수다’ 출연진이 무대에 등장해 본격적인 패션쇼가 진행되는 두 시간 동안 인천시민을 대표해 초청받은 나머지 인사들도 삼삼오오 자리를 비웠다.
행사가 끝났을 때, 무대 주변엔 외국인대사 가족과 외부 초청인사가 주류를 이루고 인천시민은 일부에 지나지 않았다.
감동의 물결에 흠뻑 젖은 그들은 ‘앙드레 김’선생과의 추억을 더 오래 간직하기 위해 무대 위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서울에서 온 신문 방송 기자들은 한 줄의 기사와 한 마디의 인터뷰라도 더 취재하기 위해 일행이 떠나는 차량까지 따라갔다.
끝까지 자리를 지키며 ‘앙드레 김’선생의 천재적인 예술성에 감탄사를 연발하던 방송계 모 인사는 ‘행사장에 남아있는 관중을 지켜보는 순간 오늘 패션쇼 행사의 주인이 인천시민인지 외국인인지 판단하기 어려운 지경’이라며 인천시민의 부끄러운 자화상을 성토했다.
송도컨벤시아의 주인은 인천시민이지 주한외국인 대사와 가족들이 아니다. 송도컨벤시아의 개관 홍보 역시 인천시민의 몫이지 ‘앙드레 김’선생님 군단에 소속된 모델과 유명 연예인, 그리고 언론 방송사 기자들의 숙제가 아니다.
더욱이 예술가들은 관중의 숫자와 박수를 의식하며 무대에서 피와 다름없는 땀을 흘리는 분들이다.
송도컨벤시아 무대에서 혼신을 바쳐 열연을 펼치고 떠난 분들이 인천을 어떻게 평가했을지 숙여진 고개를 치켜세울 용기가 나지 않는다.
이런 마음가짐으로 2009 인천세계도시축전과 2014 아시안게임을 성공적으로 홍보할 수 있을지 반성해야 할 일이다.
저작권자 © 의약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