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에서 사용할 수 없는 약을 가까운 약국으로 가져오시면 추첨해 자전거 10대와 배드민턴 라켓 세트 50개를 드립니다!”
남동구약사회 조상일 회장은 8월 1일부터 행사를 시작해 1차 추첨은 10월 2일에, 2차 추첨은 12월 2일에 실시해 주민들에게 경품을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남동구약사회에서 이런 캠페인 이벤트를 전개한 이유는 아직도 가정 내 불용재고약에 대해 주민들의 관심이 적기 때문이다.
애당초 이 캠페인은 인천시약사회가 인천광역시, 인천일보와 인천티브로드 남동(ICN)방송 후원으로 지난해 10월 28일에 시작되었다.
사안의 중대성을 인정한 인천시는 금년 초, 남동구를 시범지역으로 정했다. 남동구보건소와 남동구약사회가 대행하는 이 사업은 인천시의 적극적인 홍보와 예산 지원이 절실한 사업 중 하나가 아닐 수 없다.
그동안 남동구약사회는 170여 만 원 상당의 일회용밴드를 준비해 각 약국과 남동구보건소에 배포하며 가정 내 불용재고약 수거에 돌입했다.
그러나 성과가 미미해 얼마 전 75만원의 예산으로 포스터와 경품권을 인쇄하고 150만원의 예산으로 경품을 준비했다.
시범지역으로 선정된 죄로 ‘집에 보관하고 있어 좋은 일이 없으니 제발 약국으로 가져와 버려달라’고 당부하며 경품까지 내 건 남동구약사회와 남동구보건소의 노력에 감동해 인천시약사회는 사업비 100만원을 지원했다.
또한 5월 29일자 인천신문과 8월20일자 경인일보 창간 축하 광고에 불용재고약 수거 내용을 게재하고 남동신문을 비롯한 각종 언론에 칼럼을 기고했다.
인천티브로드 남동(ICN)방송은 이 캠페인을 적극적으로 홍보해 주었다. 특히 지난해 캠페인을 처음 시작하던 날, 장대같은 비가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현장을 찾아와 문화예술회관 지하철역 출입구에서 시민들을 대상으로 전단지와 홍보용 휴지를 나눠주고 있는 인천시약사회 임원들을 취재해 잔잔한 감동을 안겨 주었다.
이 캠페인은 하루아침에 성과를 거둘 수 없기에 끈기를 갖고 추진해야 하며 국민 건강을 위한 사업은 사회단체나 시민단체보다 국가가 우선 관심을 갖고 예산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재차 강조하건데 불용재고약 수거의 목적은 약물 오ㆍ남용 예방과 환경보호에 있다. 우리 주변엔 복용하다 남은 약을 봉투에 용도를 적어 보관하는 분도 있지만 봉투가 훼손되거나 분실되어 다른 약품과 섞여 혼동을 일으키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필자가 고교시절, 할머님은 외가댁에 놀러 온 어린 외손녀가 감기에 걸리자 냉장고에 보관되어 있던 약병을 꺼내셨다.
오래전에 사다 놓은 시럽제 감기약이려니 여겼는데 그것은 밥알에 버무려 파리를 잡는 살충제였다. 냉장고 안쪽에 숨어있던 감기약병도 사다 놓은 지 오래되고 습기에 절어 두 가지 약병 모두 약 이름이 적힌 라벨이 떨어진 상태였다.
공교롭게도 두 가지 약병의 모양과 크기가 비슷해 그 누구라도 냄새를 맡거나 맛을 보기 전에는 구별하기 힘든 상황이었다.
불행 중 다행으로 위기를 모면한 후 약병에 라벨을 붙이고 위험한 살충제는 분리해서 다른 장소에 보관했지만 당시를 생각하면 지금도 소름이 솟을 정도로 섬뜩해진다.
가정에서 보관하던 의약품을 땅속에 함부로 묻거나 일반 쓰레기와 함께 버리므로 써 침출수가 하천과 강으로 유입되므로 써 야기되는 환경오염도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얼마 전에 개봉된 영화 ‘괴물’은 한강에 방류한 독극물로 인해 탄생한 가상의 동물이다.
10여 년 전 만 해도 괴상한 모양의 돌연변이 물고기가 한강에서 잡혔다는 보도를 자주 접했다. 제아무리 깨끗이 정수한다고 해도 그 정도로 오염된 물을 수돗물로 섭취한다면 괴물에 버금가는 돌연변이 인간이 탄생하지 말라는 법도 없다.
약물에 오염된 침출수가 우리 가족들이 매일 섭취하는 채소나 과일에도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음도 한 번쯤은 명심해봐야 한다. 합성 화학물질은 땅속에서 분해가 안 되어 평생 토양의 쓰레기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또한 가정에서 아무 생각 없이 약품을 쓰레기로 소각시키는 경우 발암성 환경 호르몬을 배출하게 된다는 사실도 잊으면 안 된다.
이처럼 가정 내 쌓여 있는 불용재고약은 단순한 쓰레기가 아니라 약물 오ㆍ남용과 환경보호 차원에서 시한폭탄이나 다름없다. 이 시한폭탄을 수거하기 위해선 체계적인 절차와 특수 장치가 필요하다.
가장 현명한 방법은 가까운 약국에 가져다주고 경품추첨권을 받은 후 자전거와 배드민턴 라켓의 행운을 기대해 보는 것도 즐거운 일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