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가 자격증이 없는 일반인도 면허를 빌려 약국이나 병⁃원을 개업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 산업 선진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변호사, 회계사와 변리사 등 타 직종에도 일반인의 참여가 허용되고, 한 명의 의⁃약사가 여러 개의 의원이나 약국을 운영할 수 있게 하며 의사협회나 약사회 같은 직종단체의 당연가입제도 폐지된다고 했다.
방송은 기획재정부가 올해 안에 의견 수렴을 한 뒤 내년 상반기까지는 입법을 완료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의⁃약 관련 단체에서 강력히 항의하자 보건복지가족부는 위 내용에 대해 검토할 계획이 없다는 해명 자료를 내놓았다.
국민의 생명을 책임져야 하는 정책을 보건복지가족부가 아닌 기획재정부가 한 건주의식으로 왈가왈부하는 것부터 잘못된 일이다.
국민의 편익에 도움이 되는 정책이라면 ‘그럴 수도 있겠구나’하고 넘길 수 있지만 이번 정책은 오히려 국민건강조차 해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내용이다.
그동안 사정당국은 약국과 의원에서 면허 소지자가 아닌 업주가 운영을 하며 경영은 물론 의사와 약사 행세까지 하는 행위를 단속해 왔다.
현재, ‘약국을 개설할 수 없는 자가 약사를 불법으로 고용한 업주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는 법조항이 있다. 더욱이 장복심 전 국회의원이 발의한 면허대여 약사 처벌 법안이 금년 말부터 발효된다.
이와 관련하여 보건복지가족부는 "약국개설 자격이 없는 자에게 고용되어 근무하는 약사에 대해 1년 이하의 범위 내에서 자격정지를 명하는 내용의 '약사법일부개정법률'을 6월 13일자로 공포, 6개월의 유예기간을 거쳐 올해 12월 14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힌바 있다.
고용주와 근무약사를 동시에 처벌하려는 이유는 도매상이나 의료기관 등이 약사를 편법으로 고용해 약국을 개설하려는 의도를 사전에 차단하는 한편, 의약품 오⁃남용 예방, 무자격자의 조제 및 판매 근절, 유통마진 축소, 리베이트 감소 등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비전문가가 병⁃의원을 경영하면 환자의 건강보다는 잿밥에 눈이 어두워 리베이트를 많이 주는 약품 위주로 처방을 발급하도록 의사에게 압력을 가할 수도 있다.
일반인이 경영하는 약국은 경영수지를 맞추기 위해 환자와 소비자는 안중에도 없이 제품의 질보다는 이윤이 많이 남는 약품을 주문해 판매하는 경영 전략을 펴야 한다.
또한 ‘약사만이 약품을 조제하거나 판매할 수 있다’는 약사법에도 불구하고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약사를 한 명만 고용해 약사가 출근하기 전이나 퇴근 후에는 비약사인 업주나 종업원이 약을 취급토록 하고 있다. 과거, 실제 경영주인 사무장이 의원을 운영하며 수술과 치료를 일삼던 것과 다를 바 없다.
면허대여 약국은 비약사가 약사를 고용하는 경우 외에 ‘한 약사가 한 개의 약국만 경영할 수 있다’는 약사법을 어기고 동료 약사를 여러 명 고용해 약국을 문어발식으로 운영하는 경우도 포함된다.
개인이 아닌 대기업이나 외국자본이 여기에 뛰어 든다면 사태는 더욱 심각해져 영세업자의 몰락으로 사회 불만을 초래할 수도 있다.
약사회 단체의 당연가입제도 폐지안도 그렇다. 정부로서는 회원의 권익을 위해 목소리를 높이는 단체가 부담스럽기만 하겠지만 국민의 건강보호 차원에서는 단체 가입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비근한 예로 중국에서 시작해 세계적으로 파급된 멜라민 성분 함유 과자류와 식품 사태는 정부에서 판매처인 대형 마트나 동네 슈퍼 명단을 파악할 수 없어 회수를 엄두조차 낼 수 없지만 과거 PPA 성분 함유 감기약 사건 때에는 달랐다. 정부에서 PPA 성분 함유 의약품 판매 금지 조치가 나오자 약사회는 전국 각 지역 조직을 통해 즉시 회수 조치를 취한 바 있다.
이처럼 득보다는 실이 많은 이번 정책의 입안은 기획재정부의 서비스 산업선진화방안에 기인한다고 한다.
하지만 국민을 위한 진정한 서비스를 추구한다면 기획재정부는 우선 보건복지가족부와 합심하여 성분명 처방과 처방 없이도 판매할 수 있는 일반약 확대를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성분명이 아닌 상품명 처방으로 인해 약국에 없는 한두 가지 약을 채우기 위해 환자는 불편한 몸을 이끌고 이 약국 저 약국을 헤매야 한다.
공휴일, 구정과 추석 명절에 당번약국을 지정해 약국 문을 열라지만 먼 곳에 있는 병.의원의 처방전을 받으면 같은 성분의 약은 있어도 똑같은 상품명의 약이 없어 힘들게 찾아 온 환자를 되돌려 보내야 한다.
처방전 없이 판매할 수 있는 일반약품이라도 많으면 환자를 빈손으로 보내지 않아도 될 터인데 효과를 기대할만한 약품은 거의가 전문약으로 묶여 처방전을 소지해야 판매할 수 있는 실정이다.
진정 국민의 건강을 위한 정부라면 현실감과 시대에 뒤떨어진 엉뚱한 사고방식부터 선진화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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