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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 잃고 외양간 부수는 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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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 잃고 외양간 부수는 격
  • 의약뉴스
  • 승인 2008.07.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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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산하기관인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는 식품의약품안전청(식약청)을 비롯한 중소기업청, 노동청, 해양수산청, 환경청의 지방청 폐지안을 확정 시켰다.

이 안에 따르면 식약청의 지방청을 폐지하는 대신 지자체에서 전담기구를 구성해 식품 의약품 및 수입 식품 의약품의 사전. 사후 관리기능을 전담토록 한다는 것이다.

중앙정부에 집중된 행정을 지방자치단체에 분산시켜 지방자치제 시대에 맞도록 자치권을 부여하겠다는 참여정부의 지방분권화 정책의 일환이다.

그러나 이것은 식약청 기능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내린 잘못된 결정이다. 식품과 의약품은 근본적으로 사전. 사후 관리가 동일한 연장선에서 이뤄져야 국민건강 차원에서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노동청이나 중소기업청 등은 사전. 사후의 별도 관리가 가능하지만 식약청의 식품과 의약품은 국민의 건강과 생명에 직결되며 그 안전성과 유효성은 고도의 전문성을 요구하는 행정 업무이기에 사전. 사후의 별도 관리가 불가능한 것이다.

즉, 의약품 허가 등 식약청 본청의 사전 관리와 지도 감독 단속 등 지방청에서 담당하는 사후 관리가 유기적인 관계를 갖지 못할 경우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실례로 얼마 전 발생한 불량 만두 파동과 PPA 성분 함유 감기약 등 일련의 사태는 안전관리 시스템 구축이 우선되지 않은 정책이 출산한 기형아이었으며 가장 큰 피해자는 국민들이었다.

진정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책임지는 복지정부라면 위 사태를 거울삼아 ‘소를 잃고 난 후에라도 외양간을 고치는 심경’으로 대책을 강구하는 것이 국민들에 대한 사죄의 도리이다.

식약청을 벼랑 끝으로 몰고 가 모든 책임을 전가시키고 식약청장을 제물로 삼아 여론을 잠재우는 미봉책으로도 부족해 식약청 산하 6개 지방청을 폐지시키려는 시대착오적인 발상은 국민을 두 번 기만하는 술책이 아닐 수 없다.

의약품과 식품의 안전성 문제는 국민건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파급 효과가 엄청나 국가적으로 신중을 기해야 할 정책이지 단순 논리로 해결할 과제도, 시대적 흐름에 편승해 넘어갈 문제도 아니다.

식약청의 현실은 인력이나 장비 등 여러 가지 면에서 볼 때 식품과 의약품의 안전관리 시스템이 제대로 구축되지 못한 상황이다. 이런 시점에서 미비한 점을 보완할 생각은 않고 오히려 지방청을 폐지한다는 것은 소를 잃고 난 후 외양간마저 부숴 버리려는 성급하고 경솔한 처사가 아닐 수 없다.

대한민국 식약청은 미국의 FDA를 본 따서 설립되었으며 복지부 외(外) 청으로 독립된 지 겨우 6년이 지났다. 다행히 6개 지방 식약청 중 4곳이 자체 건물을 확보하여 이제야 전문 행정기관으로써 궤도에 오르기 시작한 시점이다.

얼마 전 복지부와 식약청의 국정감사에서도 여야 의원들은 식약청과 지방 식약청의 위상을 강화시켜 업무를 충실히 수행할 수 있는 기관으로 육성해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낸 바 있다.

지방 식약청이 현재의 적은 인력과 예산으로는 방대한 의약품과 식품의 안전관리를 도저히 감당할 수 없다는 현실을 국회의원들도 잘 알기 때문이다.

또한 자신과 가족의 건강을 염려하는 차원에서 시민단체, 생산자나 소비자 모두가 지방 식약청의 폐지를 반대하고 있으며 오히려 식품과 의약품의 안전관리를 더욱 강화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IMF 시절, 예산을 절감하기 위해 보건과와 위생과를 보건위생과로 통폐합시켰던 인천시도 시민 건강의 중요성을 깨닫고 원상복귀를 서두르고 있는 작금에 정부의 지방 식약청 폐지 구상은 혁신이 아니라 시대에 역행하는 처사이므로 마땅히 철회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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