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단체의 인권 보호 지난 5. 31 지방선거에 당선되려면 2가지 성을 바꿔야 한다는 우수개 소리가 나돌았다.
비례대표 1번을 얻기 위해선 우선 여성으로 성(性)전환을 해야 하고, 동일 선거구 복수 공천에서 가장 유리한 첫 번째 순번을 차지하려면 ‘가, 나, 다, 라’에서 가장 앞선 성(姓)으로 호적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여성 인권 신장을 위해 여성단체는 부단한 노력을 해왔다. 미스코리아 대회 개최를 저지시켰고, 호주 제도를 폐지시켰으며, 부모의 제사 때 단 한 번도 참석하지 않은 출가외인도 유산을 상속받을 수 있다는 판결을 이끌어 냈다.
유권자 과반수를 차지하는 여성을 의식해 정치권에서도 큰 배려를 했다. 공무원 채용 시 남성의 군복무 특혜조항을 삭제시켰고, 이런 저런 단체를 설립하며 정원의 몇 % 이상을 여성으로 채워야 한다는 강제 조항도 만들었다.
최근에는 재산을 매각할 때 부인의 동의가 없으면 불가능하다는 법 조항도 만들었다. 하지만 정작 여성단체에서 관심을 갖고 보호해야 할 소외된 여권(女權)도 있다. 운전을 하다보면 여기저기에 내걸린 민망한 내용의 현수막을 목격할 수 있다.
“아름다운 베트남 처녀와 결혼하세요. 후불제, 환불 가능, 절대 도망가지 않습니다.”, “베트남 숫처녀. 초혼. 재혼. 장애인 100% 책임 보장. 후회 없는 선택!” 지방으로 갈수록 이런 국제결혼 현수막은 더욱 자주 눈에 띄고 문구 내용도 노골적이다.
이런 광고는 여성을 상품화하므로 써 성(姓)과 인종 차별을 조장하는 것이고 상대국과 외교 마찰을 일으킬 수 있는 소지마저 있다.
‘한국여성의 전화연합’, ‘나와 우리’,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등 6개로 구성된 ‘차별적 국제결혼 광고 대응을 위한 공동 행동’모임은 지난 달 11일, 서울 중구 을지로 재 국가인권위원회 건물 앞에서 ‘성 차별과 인종 차별적인 국제결혼 광고에 반대 한다’는 기자회견을 가진 후 인권위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인천과 경기지역 여성의 인권을 대변하기 위해 설립된 기존 여성단체들과 새로 선출된 여성 지방자치의원들의 활동도 기대해 본다. 몇 개월 전, 모 시민단체 회장이 인천시약사회 여약사 담당 부회장을 만나기 위해 약사 회관을 방문했다.
용건을 듣는 순간 울분이 치솟았다. 사이비 종교인에게 금전 사기를 당한 50대 무학(無學)의 여성이 구원을 요청한 전직 수사요원에게 오히려 더 큰 금전 사기와 성폭력을 당했다. 그녀는 상급 수사기관에 진정을 했다.
그러나 그녀에게 돌아온 것은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수사관들의 성적인 모욕뿐이었다. 그녀는 물에 빠진 사람이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시민단체를 찾았고 모 여성 단체와 연결이 되었다. 하지만 여성 단체는 자신의 이름조차 제대로 쓸 줄 모르는 피해 여성에게 아무런 힘이 되어주지 못했다.
새로 선출된 신임 회장은 ‘아직 취임식 전이고, 집행부가 구성되지 않아 회의를 소집할 수 없는 상황이며, 회장 독단으로 결정을 하면 반대편의 성토를 면할 수 없어 사정은 잘 알지만 지금 당장 도울 수 없다’는 입장을 표했다. 피해 여성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은 산하 단체장들의 동의서였다.
모 시민단체 회장은 피해 여성을 돕기 위해 일일이 각 여성단체 회장들을 찾아다니며 서명을 받던 중 약사 회관까지 방문한 것이다. 피해 여성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발바닥이 부르트도록 동분서주하는 시민단체 회장이 남성이라는 사실에 절로 고개가 숙여졌다.
하지만 감추고 싶은 여성의 치부를 기록한 문서를 굳이 남성(男性)이 들고 다니며 여성 단체장들의 서명을 받아야 했을까? 여성단체가 진정 여성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설립된 모임이라면 피해 여성의 인권 앞에 결코 어떤 격식도, 절차도, 감투싸움도 장애가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여성 신분의 격상은 여성 상호간의 존경과 그늘진 곳에서 고통 받는 동료의 인권을 보호하는 데서 결실을 맺을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