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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용(寬容)과 한 건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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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용(寬容)과 한 건 주의
  • 의약뉴스
  • 승인 2008.04.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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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선량한 국민들은 만두피 파동과 의약품 PPA 사건을 겪으며 놀란 가슴을 쓸어 내려야 했다.

올 한해는 조용히 넘어가나 싶더니 기생충 란(卵) 김치 파동이 몰아쳤다. 김치는 쌀과 함께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남녀노소와 빈부를 가리지 않고 주식으로 삼아왔기에 실로 그 충격은 엄청났다.

김치 종주국임을 자처하며 세계 시장에서 중국, 일본과 치열한 경쟁을 해왔기에 김치에 ‘기생충’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자체가 국제적인 분쟁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한 사안이었다.

그러나 모 국회의원은 ‘중국산 김치에서 기생충 알이 발견되었으니 국산 김치만 식탁에 올려놓으라’는 애국심(?)을 불러일으키며 중국의 자존심을 짓밟았다.

중국은 맞대응으로 현미경을 통해 한국산 김치에서 기생충 알이 발견되는 과정을 보도했고 한국은 ‘그런 김치를 수출한 적이 없으니 허위’라며 식약청에서 국산 김치를 직접 검사한 후 결과를 발표하겠다고 국민들을 안심시켰다.

‘설마’와 ‘혹시나’ 사이에서 전전긍긍하며 학수고대하던 국민들에게 던져진 답변은 ‘한국산 김치에서도 기생충 알이 검출되었다’는 양심선언이었다.

국민들이 울분을 토하며 구충제를 사재기 시작하고 중국이 무역 보복 전쟁을 선포할 무렵 식약청은 ‘중국산과 국산 김치에서 기생충 알이 발견되었지만 인체에는 전혀 무해하니 안심하라’는 병 주고 약주는 식의 발표를 했다.

그 뒤를 이어 조류 독감이 사회문제화 되는가 싶더니 어느 날 약속이나 한 듯 기생충 김치와 함께 언론과 방송에서 자취를 감추어 다행으로 여겼다. 아직 규명되지 않은 학설로 인해 한국의 양계 농가가 지난해처럼 또 한 번 큰 홍역을 치를 뻔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일부 국회의원과 언론 방송의 한 건주의 발상에서 시작된 만두피, PPA, 기생충 김치 파동은 정작 대한민국의 국위 하락과 국민들의 대정부 불신과 불안감을 조성했을 뿐이었다.

이로 인한 상처가 채 아물기도 전에 이번엔 취재윤리를 어기면서까지 MBC ‘PD수첩’팀이 터트린 한 건(?)이 온 세계를 경악시키고 말았다.

황우석 교수의 세계줄기세포허브 연구로 국민들은 ‘드디어 대한민국도 노벨상의 반열에 합류할 수 있다’는 성취감에 만족하고 있었다. 난치병 환자들은 황교수의 연구 결과를 기대하며 한 가닥의 희망을 걸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한국의 유전자 과학은 난자 채취와 관련하여 윤리적 지탄을 받고 있으며 연구결과의 진위까지 매스컴에 거론되면서 황교수의 명예는 물론 국익(國益)에도 엄청난 상처를 안겨주게 되었다.

15세기 당시엔 도저히 용납될 수 없었던 행위였지만 의서(醫書) 동의보감(東醫寶鑑)을 펴낸 허준(許浚)은 암[반위(反胃)]으로 숨을 거둔 스승 유의태(柳義泰)의 시신을 해부해 연구하므로 써 후세에 큰 빛을 남겼다. 이처럼 눈부신 업적 뒤에는 항상 보이지 않는 희생과 경우에 따라선 비상식적인 과정이 따르는 법이다. 단지 대의를 위해 관용이라는 베일 속에 묻어버렸을 뿐이다.

관용을 거론하면 절영(絶影)이라는 고사성어(故事成語)를 빼놓을 수 없다. 춘추시대 반란을 평정한 초나라 ‘정왕’이 밤늦도록 향연을 베풀던 중, 회오리바람이 불어와 연회장의 촛불을 모두 꺼버렸다.

그때 술에 취한 신하 하나가 왕이 가장 총애하는 후궁 ‘허희’의 몸을 더듬으며 희롱하였다. ‘허희’는 그 사내의 갓끈을 잡아 당겨 증거물로 손에 넣은 후 범인을 색출해 목을 베자고 간청했다.

그러나 ‘정왕’은 촛불을 켜지 말고 모두들 갓끈을 끊은 채 흠뻑 취해 즐기라며 호탕하게 웃어 넘겼다. 경우에 따라선 시시비비를 덮어 두는 관용도 필요했기 때문이다.

관용(寬容)의 부족은 ‘PD수첩’ 프로그램에 협찬했던 광고를 거두는 민심의 이반이 아니다. 진정 이 사회에서 관용이 부족함은 국익을 계산하지 않고 한 건 주의를 우선시하는 소영웅주의임을 정치인들과 언론 방송인들은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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