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76975 2077203
최종편집 2025-07-17 06:02 (목)
학교폭력의 무관심
상태바
학교폭력의 무관심
  • 의약뉴스
  • 승인 2008.03.24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늦둥이 딸이 느닷없이 학교에 가기 싫단다. 라이벌 관계에 있는 아이가 몇몇 아이들과 함께 딸아이를 왕따 시킨다는 것이다.

평소 책을 많이 읽은 데다가 성격이 밝고 쾌활해 선생님의 질문에 스스럼없이 답변하다보니 잘난척한다는 시샘을 받고 있는 모양이다.

내 학창시절에도 선생님이 숙제로 내주신 엄청난 분량의 영어 교과서를 다 외우고도 손을 들지 못했던 적이 있었다. 내성적인 성격 탓도 있지만 몇몇 동급생들의 시샘을 감당할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4학년 진급을 앞두고 아내는 담임선생님을 찾아가 정신적인 고통을 당하고 있는 딸아이의 심각한 상황을 설명하며 그 아이와 다른 학급에 편성해 줄 것을 간청했다.

그러나 새로운 반편성이 있던 날 딸아이는 어깨를 늘어트린 채 귀가를 했다. 집사람이 학교를 찾아가 항의를 했지만 당시 담임으로부터 그런 건의를 받은 적이 없었다고 한다. 담임교사가 자기반 학생들에게 별로 관심을 보이는 것 같지 않다며 모녀가 학년 내내 불평을 하더니 결국 이 지경에 이른 것이다.

학교 측에서는 반편성이 끝난 후 반별 이동을 하면 학교의 권위가 떨어져 학생 통솔에 지장이 있으므로 이해해 달라며 오히려 아내에게 사정을 했다고 한다.

한 학생의 장래보다 학교와 교사의 권위를 우선시하는 현실에서 우리 부부는 전학을 고민했지만 결국 딸아이를 달래는 한편 새로운 담임선생님과 교장선생님에게 특별한 관심을 가져 줄 것을 부탁했다.

다행히 딸아이를 괴롭히던 아이들이 교실에서 저희들끼리만 어울리지 못하도록 하는 등 학교 측에서 관심을 가져준 덕분에 지금은 별 탈 없이 지내고 있다.

요즘 학교 폭력이 사회문제화 되어 담당 경찰을 학교에 상주시키는 안이 거론되고 피해 학생과 폭력 서클에 가입한 학생들이 경찰에 자진 신고할 것을 권유하고 있다. 하지만 학교 측의 적극적인 대책과 관심보다 효율적인 대안은 없다.

학교폭력과 관련한 경찰, 학부모 및 학교 대표자 회의에 참석해 보면 이해할 수 없는 광경이 전개된다. 경찰이 학교폭력의 심각성을 발표하고 그 대책을 논의하자고 할 때마다 ‘우리 교사들이 재직하고 있는 학교, 우리 아이가 다니는 명문 학교에는 학교 폭력이 전혀 없는 데 왜들 호들갑이냐’는 반응이다.

모 경찰서장은 해당 학교 학생 30 여명이 학교 폭력에 연루되어 입건 된 보고서를 내보이며 ‘학교 폭력은 아파트 프리미엄이 떨어질까 쉬쉬하듯 감추어 해결될 일이 아니라’고 적극적인 관심과 대책을 촉구하기도 했다.

관심이란 말이 나왔으니 며칠 전, 어이없는 일을 당했다.

얼마 전, 인천시약사회는 인천지방경찰청과 공조하여 약봉투를 이용한 ‘실종자 및 미아 찾기 운동’을 전개하여 성과를 거둔 적이 있다. 이번엔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학교 폭력 해결에 동참하는 뜻에서 인천관내 850 여 약국을 ‘학교폭력 신고 및 피신처’로 이용하도록 청소년 지킴이 스티커를 제작해 각 약국 현관문에 붙이기로 인천지방경찰청과 협의를 했다.

위기를 느낀 학생이 약국에 들어오면 보호해 주고 경찰에 신고를 해주는 취지로 주관하는 기관을 인천시약사회와 인천지방경찰청 뿐 아니라 인천시교육청까지 확대해 스티커에 인쇄하면 더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 같아 교육청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청소년 지킴이 스티커에 ‘인천시교육청’이란 글자를 사용해도 되는지 속히 결정해 주어야 인쇄에 들어간다고 설명하자 담당자는 의논한 후 즉시 전화를 해주겠노라 했다.

그러나 두 시간이 지나도 연락이 없었고 인쇄소에서는 재촉을 해와 다시 교육청에 전화를 했다. 담당자는 깜박 잊고 있었는지 당황하는 음성으로 ‘내용을 확인해 봐야 한다’며 스티커를 팩스로 보내달라고 했다.

전송한지 30분이 지나도 또 연락이 없어 확인 전화를 걸자 다른 직원이 받으며 ‘장학사님은 출장을 나가셔 오후 5시가 넘어야 돌아오신다’ 고 한다. 결국 네 시간만 소비한 채 ‘인천시교육청’이란 단어를 빼고 인쇄 작업에 들어갔다.

학교 폭력에 관심을 갖고 사회단체와 경찰이 적극적으로 나선다 하더라도 일차적인 책임을 져야 할 교육청 책임자가 이렇게 강 건너 불 보듯 무관심하다면 학교 폭력 해결은 요원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