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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례허식과 조화(弔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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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례허식과 조화(弔花)
  • 의약뉴스
  • 승인 2008.03.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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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을 대면 많은 시민들이 알만큼 유명세를 갖춘 공인(公人)의 가족이 상을 당해 영안실을 찾아갈 때마다 느끼는 공통점이 있다.

영정 앞과 영안실 입구 계단에 즐비하게 늘어선 조화의 행렬, 그리고 부피를 줄이기 위해 3단 조화를 화원으로 되돌려 보낸 후 리본만 떼어 도배하듯 영안실 벽에 걸어 놓은 광경을 바라볼 때마다 씁쓸한 심정을 금할 수 없다는 것이다.

최소한 2-3백 개가 넘을 땐 리본에 적힌 문상객의 단체와 직함을 읽는데도 한 시간이 더 걸릴 것 같다,

그렇다고 바쁜 시간을 쪼개 조문을 와 일일이 리본 내용을 확인하는 문상객들은 거의 없다. 조화가 화원에서 제대로 배달됐는지, 많은 문상객의 눈에 잘 띄는 명당자리에 세워져 있는지 신경을 곤두세우는 사람은 조화를 보낸 측근일 뿐이다.

혹자는 가장 먼저 보낸 조화를 보냈음에도 불구하고 영정 앞에 세워두는 배려를 하지 않은 것은 자신과 자신이 속한 단체를 무시한 처사라며 흥분하기도 한다.

물론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을 예우하고 평소 존경하던 상주의 품격을 높이기 위해 조화를 보내고 싶은 심정은 이해가 간다. 하지만 그 수가 수 백 개에 이른다면 서민들은 결코 고은 눈길을 보내지 않을 것이다.

결국 이러한 허례허식은 고인(故人)과 사회적으로 공인인 상주를 욕되게 하는 결과를 초래하므로 심사숙고해야 할 일이다.

그렇다고 영정 앞에 한 점의 조화조차 놓지 말라는 것은 아니다. 고인이나 상주와 오래 전부터 절친한 단체 혹은 공인의 신분에 걸 맞는 기관장들의 조화나 꽃바구니 십여 개 정도면 충분하다.

인사 치례나 예우 상의 문상이면 차라리 장례를 치르는데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유족에게 조의금을 전달하는 편이 현명한 처사일 것이다.

대신 문상객의 성함과 소속을 조화의 리본처럼 즉석에서 인쇄하여 영안실 벽에 게시해 놓는다면 다사 분망한 가운데도 불구하고 조문을 다녀간 분들에 대한 예의도 될 것이다.

허례허식보다 실리를 추구하는 의견에 공감한다는 상주들을 많이 접해 왔기에 필자는 지명도 있는 공인의 상가에 절대로 조화를 보내지 않고 조의금으로 대신한다. 하지만 서민들의 경우에는 상주의 의견을 물어 조화나 조의금을 결정한다.

70년대, 정부가 강제적으로 시행한 가정의례준칙의 규제가 재현되지 않더라도 솔선수범하여 실속 없는 허례허식을 자제하는 것이야 말로 민주시민의 도리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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