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76975 2077203
최종편집 2025-07-17 06:02 (목)
불신의 장벽
상태바
불신의 장벽
  • 의약뉴스
  • 승인 2008.03.03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십여 년 전, 고등학교 동문 약사들이 부부동반으로 동남아로 해외여행을 하던 중 바나나 보트를 타게 되었다.

당시 한국에는 흔치 않은 레저 기구였고 고참 선배 한 분이 재미있다며 탈 것을 권하여 모두들 호기심을 갖고 바나나 보트 위에 올라앉았다.

깊은 바다 한가운데 이르자 앞에서 바나나 보트를 매달고 달리던 모터보트 운전자는 갑자기 방향을 틀어 바나나보트를 뒤집어 버렸다.

대책 없이 속도를 즐기던 일행은 엉겁결에 파도 속으로 잠수해야 했다. 구명조끼 덕분에 수면 위로 떠오르기는 했지만 일행은 방금 삼킨 바닷물을 뱉으며 외마디 비명을 질러댔다.

“어푸 - 푸, 어떤 XX가 재미있다고 그랬어? 어푸 - 웨-엑,웩”

막내 후배 하나가 하늘같은 선배 부부가 옆에 있다는 사실을 망각한 채 원색적인 불평을 내뱉으며 앞으론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믿지 않겠다고 투덜댔다.

지난해, ‘12년이 경과 된 승용차는 매년 정밀검사를 받아야 한다’는 법규 때문에 승용차를 폐차시킬까 고민하다가 단골 자동차 정비공장 사장의 말을 믿고 수리를 맡겼다. 백만 원만 들이면 몇 년은 별 탈 없이 탈 수 있다는 말 때문이었다.

엔진을 보링하고 치명적으로 손상된 부속을 교환 한 후 책임지고 정밀 검사를 통과시키겠다던 그는 세 번 만에 겨우 통과되었다며 검사비용을 추가로 요구했다.

하지만 키를 건네받은 후 운전에 들어가자 엔진은 슬로를 맞추지 않아 엄청난 속도로 공회전을 하면서 연료 소비가 높아져 다른 공장에서 정비를 해야 했다. 게다가 핸들은 각도가 어긋난 상태로 장착되어 있었고, 곧게 뻗은 고속도로를 달리는데도 승용차는 계속 한쪽으로 쏠렸다.

몇 차례 수리를 맡길 때마다 그는 완벽하게 손을 보았다고 장담했지만 쏠림은 마찬가지였다.

몇 개월 후, 신호를 위반하는 차량과의 추돌을 피하기 위해 급히 브레이크를 밟고 난 직후부터 기어 변속이 되지 않으며 차가 움직이지 않았다.

사고 경위와 공장에 견인한 승용차를 정밀 조사한 보험회사 직원은 우측 앞바퀴를 받치고 있는 노와다이라는 부속이 균열되면서 변속기까지 파손되었다고 했다. 문제는 그 균열이 오늘의 급브레이크 때문이 아니라 이미 오래 전에 금이 가 있었다는 사실이었다.

내가 보기에도 오래 전에 금이 간 부분은 이미 녹까지 쓸어 있었다. 그렇다면 얼마 전, 정비를 하면서 그 부품은 교환하지 않았고, 차 쏠림 현상을 수리해 달라고 몇 차례 요구할 때마다 임기웅변으로 넘긴 것이다. 만에 하나 고속도로를 질주하던 중 노와다이가 파열하였다면 어찌되었을까?

얼마 전엔 엔진 오일을 찍어 본 친지가 ‘엔진 헤드가 손상되어 물이 들어가는 것 같다’며 정비를 권했다. 엔진 보링을 한지 몇 개월밖에 안되었는데 무슨 소리냐며 문제의 그 정비 공장에 다시 맡겼다. 그는 수축된 엔진 덮개 부분의 고무를 교환했으니 별탈이 없을 것이라며 오일 교환 비용을 요구했다.

그러나 며칠이 지나자 엔진 오일엔 하얀 더께가 다시 끼었다. 이젠 더 이상 단골 정비 공장을 믿을 수가 없어 직영 서비스 공장을 찾아가 상의를 했다. 며칠 전에도 직영 서비스 공장 덕을 보았기 때문이다.

집사람의 경차 엔진 소리가 이상하여 일반 정비공장을 찾았더니 워터 펌프가 파손되었다며 15만원을 요구했다. 이해가 안 되어 망설이던 중 친지 한 분이 직영 서비스 공장을 찾아가라고 조언을 해 주었다. 과연 그곳에선 1/10 가격으로 톱니가 나간 엔진 벨트 하나만 교환하므로 써 고장을 해결해 주었다.

직영 서비스 공장 책임자는 작년에 폐차를 하지 않고 큰돈을 들여 수리하라고 권한 정비공장의 양심을 꾸짖었다. 자기가 보기엔 엔진 헤드가 파손되었기 때문에 수백만 원의 수리비를 투자하더라도 완벽한 정비를 장담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10년 단골 정비공장도 이러할 진데 과연 그 누구를 믿어야 한단 말인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