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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과 월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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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과 월권
  • 의약뉴스
  • 승인 2008.02.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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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4월, 국가인권위는 ‘경찰관 채용 시 응시자격으로 키와 몸무게를 제한하는 것은 평등권 침해’라는 권고를 경찰청에 했다.

이에 대해 허준영 경찰청장은 ‘눈에 보이는 키를 제한하는 것을 인권침해라고 한다면 (각종 필기시험에서) 눈에 보이지도 않는 머리를 제한하는 것도 똑같은 인권침해가 아니냐?’는 입장 표명을 했다.

현재 경찰청은 ‘순경 시험에 응시하려면 남자는 신장 167cm 체중 57kg 이상, 여자의 경우 157cm와 47kg 이상의 신체조건을 충족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책임지는 치안 전문가로서 최소한의 신체자격 조건을 갖추어야 한다는 규정은 인권침해가 아니다. 전문부서에서 알아서 해야 할 사항을 간섭하는 인권위의 처사가 오히려 월권행위인 것이다.

사법, 행정고시와 공무원 선발 시험 등 각종 필기시험에서 지적인 능력 미달자를 불합격시킨 행정 조치에 대해 국가인권위가 평등권과 인권침해를 내세우며 시정을 권고한다면 국민들의 심정은 어떠할까.

고객의 안전을 위해 모집하는 청원경찰, 회사의 이미지를 홍보하기 위해 선발한 도우미, 백년대계인 자녀교육을 책임져야 하는 교사와 교수, 국민 건강을 책임져야 하는 의사, 약사, 한의사, 간호사 등 선발은 나름대로의 기준이 있다. 이에 대해 만에 하나 국가인권위가 인권평등을 내세우며 간섭한다면 이 또한 월권행위가 아닐 수 없다.

간혹 범죄 현장에 출동한 경찰이 범인에게 총기를 빼앗겼다는 보도를 접할 때 국민들은 경찰의 허약한 모습에 대해 불만을 터뜨리곤 한다.

치안의 책임자라는 사명감을 앞세워 물불을 가리지 않고 흉악범에게 다가서기보다 자신과 가족의 안위를 우선해 머뭇거리는 명석한(?) 경찰이 있다면 국민들은 용맹성보다 지능을 우선해 선발한 기준을 성토할 것이다. 며칠 전, 한 시민으로부터 제보를 받았다.

 아파트 단지 내 재활용 분리수거함을 정리하던 중 권총을 발견하고 놀란 가슴을 쓸어내릴 틈조차 없이 가까운 지구대에 신고를 했다고 한다.

하지만 주민의 안전을 위해 신고정신을 발휘한 주민은 출동한 경찰로부터 위로와 격려를 받기는커녕 ‘장난감 총조차 구별하지 못하고 귀찮게 신고를 하느냐’는 호된 질책을 당했다는 것이다.

온 세상이 백색가루(탄저균)다, 폭탄 테러다 하여 불안하던 참에 아파트 단지에서까지 총기가 발견되었는데 놀라지 않을 주민이 어디 있겠으며, 건장한 시민들도 모의 총기로 무장한 강도에게 당하는 판국에 경찰도 군인도 아닌 가정주부가 권총이 진품인지 가짜인지를 어떻게 구별하겠느냐며 격노했다.

 물론 담당 경찰의 입장에서는 야간근무를 한 탓으로 심신이 피로하던 차에 이른 아침부터 출동한 결과가 모의권총이었으니 허탈감도 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무의식중에 내뱉은 짜증 한마디가 평소 경찰을 국민의 지팡이로 여겼던 아파트 단지 주민들에게 실망과 분노감을 새겨 주고 말았다. 체력은 국력이며, 건강한 육체에서 건강한 사고방식이 우러난다는 말이 있다.

이 상황을 접하며 만에 하나 출동한 경찰의 체력이 좀 더 강했더라면 격무로 인한 이런 불상사는 발생하지 않았으리란 상상을 해 본다.

아니 그 경찰보다 더 왜소한 체구의 직원이 출동했더라면 피로에 지쳐 신경이 날카로워지고 만사가 귀찮아진 나머지 신고한 주민을 오히려 허위신고와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입건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런 점에서 경찰관 채용 시 신체 자격 제한은 국가인권위의 시정 권고 사항이 아니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야하는 치안 면에서 오히려 더 강화시켜야 할 일이다.

물론 허준영 청장의 입장 표명 중 일부 매끄럽지 않은 표현방식에 문제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국민의 치안을 위해 경찰관 채용 시 신체조건도 중요하다는 진의를 져버린 채 말꼬리만 물고 성토해서는 안 된다.

또한 국가인권위는 원칙과 이상만 앞세운 간섭과 월권행위를 지양하고 현실을 잘 아는 전문부서에 모든 사안을 일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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