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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비스와 자존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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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비스와 자존심
  • 의약뉴스
  • 승인 2007.06.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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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에서 개업한 의사 혹은 거래처 영업사원들과의 분쟁이 일어났다는 연락을 받고 약국에 달려가 보면 원인은 사소한 감정싸움에 있다.

영업사원도 가정에 돌아가면 처자식을 거느린 가장이고 부모 형제에게 사랑받는 소중한 인격체임에도 의약품 대금 결제 시 애를 먹이고 함부로 하대하여 욕설이 오가는 경우가 있다. 반면에 나이가 어리거나 여약사 라고 얕잡아 보고 언행을 함부로 하는 영업사원도 있다.

환자들에게 ‘가짜 약으로 조제했는지 확인해야 하니 조제한 약을 가져오라’고 강요하는 의사가 있는가 하면 의사의 인격과 실력을 비하하는 약사도 있다. 이 모두 자신의 얼굴에 침을 뱉으며 환자를 다른 의원과 약국으로 보내는 어리석은 짓이다.

감정싸움은 대개 자존심 경쟁에서 시작 된다. ‘내 실력이 좋은 덕분에 처방을 많이 받으면서도 인사 한 번 없다’고 불평하는 의사에 대해 ‘내가 환자들에게 친절하게 대하고 복약지도를 잘 해 의원이 잘되는 줄도 모른다’고 반박한다.

처방전을 발급한 의사가 가족들의 약을 조제하며 조제료를 받지 말고 약제비만 받으라고 해서 다투었다는 약사도 있다.

그런가 하면 의사와의 분쟁은커녕 불용 재고약 걱정조차도 하지 않는 약사도 있다. 의사와 약사가 같은 배를 타고 험난한 항해를 한다고 여기며 서로를 감싸주기 때문이다. 그들은 정기적인 식사 모임을 갖고 상호 애로점을 나누기도 한다.

‘처방약을 바꿀 예정이니 약국에 재고약이 소진되는 즉시 연락을 달라’며 배려하는 의사에게 약사는 처방약에 대한 부작용 정보를 제공하기도 한다.

이 모두 대화의 덕분이다. 이웃에서 개업한 의사나 약사를 나이에 상관없이 먼저 찾아가 인사하는 것은 자존심 상하는 일이 아니다. 오히려 존경을 받을 일이다.

명절을 맞아 평소 신세를 진 이웃 의원과 약국에 작은 선물을 전하는 것을 수치로 여기는 분들도 있다. 이것은 옛 부터 전해 내려오는 미풍양속이지 자존심 상할 일이 아니다.

상대방을 존경하는 뜻에서 식사비용을 먼저 지불하고, 의사 가족의 처방약값이나 약사 가족의 진료비를 받지 않는다고 해서 적자가 나는 것도 아니고 자존심을 상할 일도 아니다. 의사나 약사도 전문직업인이기 전에 사회생활을 하는 인간이기에 경우에 따라 재량껏 할 수 있는 처세술이다.

음식점에서 반찬 한 가지라도 더 주기를 원하고 후식으로 커피에 과일까지 대접받는 것을 당연시하면서 약국이나 의원에서 대기 환자들에게 음료수 한잔 제공하는 것은 금기로 여기고 있다. 자존심 때문일까 아니면 영업수지상 필요 없는 경비를 줄이기 위해서인가?

이제 고급 전문직이라는 자존심은 버려야 한다. 권위의식으로 치장된 사고방식을 바꾸어야 한다. 환자가 궁금하고 답답한 심정을 참을 수 없어 망설이다가 던진 질문을 묵살하는 것이 권위이던 시대는 지났다. 환자가 대기실에 찰 때까지 진료를 고의로 중단하고, 위압감을 주기위해 연령의 고하를 가리지 않고 환자에게 반말을 내던지던 시절도 지나갔다.

현대는 자존심을 접고 이웃과 교류하고 환자에게 친절과 서비스를 우선해야 하는 시대이다. 복약지도나 진료 상담을 충실히 하는 것도 서비스의 하나다. 지루한 환자에게 대형 TV 화면을 제공하거나, 잡지를 진열해 놓거나 안마의자를 설치하는 것을 무조건 손가락질만 하면 안 된다.

불안과 공포심에서 벗어나도록 어린이 환자에게 막대 사탕을 선물하고, 추운 날 먼 곳에서 일부러 찾아오신 노인환자에게 따듯한 쌍화차나 생강차 한 잔 대접하는 것은 당연한 예의이지 자존심까지 거론할 상행위 목적의 과잉 서비스가 아니다.

미소와 정이 가득 찬 음료수 한 잔을 대접받은 환자가 웬만한 사고를 덮어주는 배려도 있지만 ‘음료수 서비스는 불법’이라는 원칙을 내세운 사나운 인심 때문에 의사나 약사의 작은 실수를 원리원칙대로 고발하는 환자도 있다.

판매용 병 드링크를 직접 대접하는 것이 성의가 없어 보이고, 고급 드링크가 아니어서 마음에 걸리고, 당뇨환자에게 권할 우려가 있으므로 협회에서 병에든 드링크 제공을 금지시킨다면 스스로 따라 마실 수 있는 음료수나 커피 자판기라도 설치하라.

하지만 환자를 유인하기 위해 당국에서 정한 조제료나 진료비를 깎아주고, 영세노인들에게 국수 한 그릇을 제공한 후 양. 한방 의료 쇼핑을 자행하는 짓은 서비스와 자존심 차원을 넘어 전문직업인으로서 부끄러운 자화상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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