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지도권을 다시 찾아와야 한다는 주장에는 동감하지만 그 제도를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선 선제 조건이 있다.
검찰과 식약청에만 있던 마약수사대가 경찰청에도 창설되듯 각 기관과 전문 분야가 세분화되고 있는 마당에 아무런 대책 마련 없이 약사 자율지도로 모든 약사감시 창구를 단일화해야 한다는 주장은 현실성과 객관성을 상실한 억지일 수밖에 없다. 아니 오히려 감시 창구를 하나 더 만드는 격이 란 불만을 회원들에게 안겨 줄 수도 있다.
또한 머리띠를 두른 채 구호를 외치고, 자율점검부에 형식적인 도장이나 찍거나, 가운을 걸치지 않은 가짜약사를 척결하는 것으로 자정운동을 다 했다고 할 수 없다. 명찰을 부착한 가운을 걸치고도 비양심적인 비약사적인 범법행위를 저지르는 경우 역시 적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자율지도권이 약사의 손에서 떠난 이유가 무엇인지를 되짚어봐야 한다.
오래 전, 감시 기관이 지금처럼 많지 않던 시절, 보건소 상반기 약사감시는 약사회에서 자율감시로 대체하고 하반기는 보건소에서 맡은 적이 있었다. 하지만 6개월 후 실시된 보건소 하반기 감시에서는 자율감시 때 위반 사항이 없다던 회원들의 대다수가 적발되어 약사회 체면이 말이 아니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자율지도 위원이 위반 사항을 지적을 해 준 후 재차 방문해 보지만 시정되지 않았고 엄중한 경고를 하거나 당국에 고발조치를 하면 ‘너희들 약국은 얼마나 관리를 잘 하느냐’며 멱살을 잡거나 역으로 보복 감시를 하기도 한다.
인간이 완벽한 신이 아닌 이상 구석구석을 털면 누구든 먼지가 나지 않을 수 없다. 평소 도덕성과 약사법 준수를 장담하던 일부 임원조차 각종 단속에 적발되는 판국에 누가 누구를 감시한단 말인가.
그러므로 약사회가 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자율지도를 담당할 ‘명예감시원’은 비개국 회원 중에서 확보해야 하고 준 사법권을 부여해야 한다. 또한 약사회(지부)에 ‘애로사항 신고센터’를 설치해 회원 및 시민들이 느끼는 불만 사항을 감독기관이 아닌 약사회로 먼저 신고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편이 더 나을 것 같다. 그러기 위해선 홈페이지나 전화번호를 적극적으로 홍보해야 한다.
지금까지 민원인의 진정 대상이 된 약국은 거의가 행정처분을 당했고 단순한 ‘경고처분’ 사안조차도 업무정지 3일과 2백 만 원 이하의 검찰 벌금이 부과되었기 때문이다.
신고를 받은 약사회는 1차적으로 시정 경고를 한 후 이행치 않으면 감독기관에 명단을 넘겨야 한다.
그러나 약사 자율지도의 선제 조건은 ‘내 약국은 2시간 이상 약사감시를 해도 유효기간 및 향정의약품 관리, 그리고 대체조제 신고 등에 문제가 없는지? 자신은 종업원에게 약품 판매와 조제까지 시키는 등 약국을 떠맡긴 채 볼일을 보러 다니면서 이웃 동료와 집행부에게 손가락질을 하고 있지 않는지’가슴에 손을 얹고 반성하는 초심의 자세로 돌아가야 한다는 점이다.
자율지도는 약사회에서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스스로를 감시하는 데 그 의의가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각오가 없다면 언젠가 또 다시 우리의 손을 떠날 자율지도권을 되찾기 위해 굳이 노력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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