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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한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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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한통
  • 의약뉴스
  • 승인 2007.04.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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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도 중. 고등학교 개교 100주년 행사를 앞두고 총 동창회 사무실을 자주 드나들게 되었다. 동창회에 진 빚을 갚기 위해서였다.

 인천시약사회장에 당선된 다음해인 2005년 초, 총동창회는 총회 석상에서 나에게 공로패를 수여한다는 통보를 해 왔다.

 당시 동창회장이 한나라당 인천시당위원장인 조진형 선배님이기에 안상수 시장을 비롯해 각계각층의 내빈들이 참석한 행사였지만 나는 불참했다.

 총동창회 부회장으로 그동안 적지 않은 돈을 희사한 친구에게 돌아갈 공로패가 인천시약사회장에 당선되었다는 이유로 내게 돌아왔기 때문에 당사자와 동기들에게 미안한 심정을 감출 수 없어서이다.

 동창회는 일간지 신문에 실렸던 나의 칼럼을 동창회보에 게재하는 등 관심을 가져 주었고 이번 100주년 동창회보에도 원고를 게재해 주었지만 나는 거금을 희사하지 못해 빚을 진 듯한 심정이었다.

 동양제철화학 이회림 이사장님이 희사한 학익동의 대지를 매도해 구월동에 동창회관 신축 부지를 매입한 동창회는 동문 건축사를 통해 건축 허가를 신청해 놓은 상태였다.

 6월 말경, 동창회 사무실을 방문했을 때 직원들은 사색이 된 채 전화기 다이얼을 연거푸 누르고 있었다. 설계와 건축허가를 책임진 동문이 핸드폰을 끊은 체 잠적했다는 것이다.

 6월내로 건축 허가서가 남동구청에 접수되고 건축심의를 통과해야 7월 초 허가가 나와 9월까지 준공을 할 텐데 접수조차 되지 않았다고 한다.

 건축심의 제도가 생긴 줄 모르는 건축설계사무소가 마감 일자를 넘겨 뒤늦게 접수를 한 탓으로 구청에서 접수를 거절했고 건축설계사는 담당 공무원에게 사정사정을 해도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면목이 없어 사라진 것이다.

 6월 안에 건축 허가 서류가 접수가 되지 않아 이번 건축심의위원회 심사 기회를 놓치면 새로운 생긴 부동산투기 방지법에 의해 수천 만 원의 건축 부담금을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

 건축 허가가 한 달 지연되면 개교 100주년 기념일인 10월 3일에 맞춰 준공 행사를 할 수 없게 되고 사무직원은 책임을 지고 사표를 내야 할 상황이었다.

 이 사실을 감춘 채 잠적한 건축설계사에게 계속 전화만 걸고 있는 사무직원들에게 ‘시간이 촉박하니 즉시 동창회관 건립 추진위원장님에게 자초지종을 밝히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추진위원장은 직전에 동창회장을 맡으셨던 조진형 선배였다.

 직원들은 전화를 걸 용기가 나지 않는다며 나에게 대신 통화해 줄 것을 당부했다. 내용을 전해들은 추진위원장님은 놀란 나머지 한동안 말씀을 잇지 못했다.

 국회의원을 두 번이나 역임하셨고, 1억 원의 건축 기금을 희사하셨으며, 내 글이 신문에 실릴 때마다 전화를 걸어주셨던 추진위원장님은 ‘지금 사무실로 갈 테니 가지 말고 함께 의논을 하자’며 전화를 끊었다.

 사무직원은 지역 동문 시의원에게 부탁을 해보려고 전화를 걸었으나 ‘회의 중’이어서 연결이 안 되었다.

 사무실에 도착한 추진위원장은 ‘건축기금을 모금하기도 힘든 데 차라리 잘 되었다’고 한숨 섞인 푸념을 하며 원망의 눈빛으로 사무직원들을 바라보았다.

 나는 어려울 게 뭐가 있냐며 같은 당 소속인 구청장에게 전화 한 통화만 하면 해결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아직 건축심의 위원회가 개최되지 않았고, 개인의 부동산 투기가 아닌 법인단체의 사무실 건축이니 지금이라도 서류를 구비해 구청에 접수시키면 정치적으로 해결이 가능 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추진위원장과 동창회 사무실 직원들의 얼굴엔 화색이 돌았다.

 2006년 10월 2일, 송도고등학교 100주년 기념 동창회관 준공식은 팔순 고령에도 불구하고 서울에서 달려 온 개성 송도(松都) 출신 은발(銀髮)의 선배님들이 참석한 가운데 예정대로 거행되었다.

 준공식이 끝난 후 연수구 옥련동 모교로 자리를 옮겨 100주년 기념탑 제막식을 거행했고, 강당으로 옮겨 재학생, 학부모, 동문, 안상수 시장과 나근형 교육감을 비롯한 교육계 내빈들이 참석한 가운데 기념행사도 성대하게 치렀다.

 10월 3일엔 모교 운동장에서 동문 체육대회를 열었고 앞서 9월엔 KBS 방송의 골든 벨 녹화도 무사히 마쳤다.

 오랜만에 교가를 부르는 동문들은 선후배를 가릴 것 없이 감격에 벅찬 눈시울을 붉혔다.

 이번에 2006년도 한나라당 인천시당 위원장에 당선되신 조진형 송도 중. 고등학교 동창회 회관건립 추진위원장님은 행사가 끝난 후 두 손으로 내 손을 포개 잡고 ‘모두 약사회장님 덕분이야!’를 반복하셨다.

 제아무리 회무를 열심히 해도 약사회장으로서의 한계가 있다. 이럴 땐 정치적인 해결이 필요하다. 원리원칙을 초월한 전화 한 통! 약사회원들을 내 몸처럼 아낄 줄 아는 약사 정치인이 인천에서도 탄생하기를 간절히 기원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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