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가 한 달 앞으로 다가오고 있다.
인천지부에는 현재 3명의 약사와 1명의 여약사 부군이 출마할 예정이지만 공천이 확정된 후보 한 명을 제외하고는 당내 경선 혹은 공천 심사 과정을 통과해야 한다. 설사 어렵게 공천을 받았다 할지라도 당선을 장담할 수 없는 것이 선거이다.
나 역시 8년 전, 분회장의 대관업무에 한계를 느끼고 지방선거에 출마한 적이 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그 후, 보건소장과 껄끄러운 관계에 있던 모 분회장이 약사 의원의 필요성을 절감한 후 임원들을 구의원 후보로 출마시키겠다고 회의석상에서 밝혀 갈채를 받은 적이 있다.
얼마 전, 총회를 마친 인천시의사회 역시 정치에 적극 참여하고 의사회를 지원하는 후보를 지원하겠다는 정책을 밝힌 바 있다.
약사회에 시의원이나 구의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하는 데에는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다.
몇 년 전 모 시장 당시, 인천시약사회 회장단과 분회장단은 시장과 시 보건국장을 초청하여 만찬을 베푼 적이 있었다.
술이 거나해지고 분위기가 무르익었을 때 모 보건국장은 ‘너희들 약사들은 내가 죽일 수도 있고 살릴 수도 있어!’라고 소리를 질렀다. 순간, 멱살이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시장의 처분만을 기다렸다. 하지만 시장은 못들은 척 대화를 이어갈 뿐이었다.
이런 악몽이 채 가시기도 전에 또 어이없는 일을 겪었다. 전임 지부 회장단이 취임 후, 시 보건국장과의 상견례를 위해 사전 약속을 했다.
그러나 약속시간에 맞춰 국장실을 방문을 했을 때 보건국장은 자리에 없었다. 치과 치료를 한다며 외출했다는 것이다.
당시, 약사회 임원이나 회원 중에 시청을 감독하는 시의원 한 명이라도 있었다면 차마 이런 모욕을 연거푸 당하지 않았을 것이다.
얼마 전에는 무료투약 건으로 지부장과 분회 회장단이 모 보건소장실을 방문했다. 하지만 사전 약속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보건소장은 출타 중이었고 약속시간 한 시간이 거의 지날 무렵에야 돌아왔다. 보건소장은 입원 중인 모 구의원을 문병하고 오느라 늦었다며 양해를 구했다.
만에 하나 이 분회 임원이나 회원 중에 구의원이 단 한 명만이라도 있었다면 이런 대접을 받지 않았을 것이고 집행부의 대관업무 역시 수월해 질 것이다.
실제로 지난 번 지방선거 때, 모 약사가 시의원으로 당선된 후 인천시약사회는 유형무형의 많은 도움을 받은 바 있다.
그러나 선거 기간 중, 그가 연설을 하기위해 모 약국 앞에 자리를 잡았을 때 편의를 봐주고 격려해 주리라고 믿었던 동료 약사가 시끄럽고 영업에 방해된다며 문전박대 했다는 소문을 나중에 전해 듣고 통탄한 적이 있었다.
우리 주변에는 약사의 권익을 사수하기 위해 약사 정치인을 탄생시켜야 한다면서도 막상 선거에는 무관심한 약사들이 있다.
집회 시위를 주장하면서도 막상 집회에는 참석하지 않는 회원이 있다. 때로는 집회 시위가 아닌 정치적인 방향에서 약사 정책을 해결하기 위해 약사 정치인들을 많이 키워야 함에도 불구하고 ‘정계에 진출하기 위해 약사회장에 출마하고 약사회를 이용하고 있다’고 트집을 잡는 회원도 있다.
불용재고약이 넘친다고 불평을 하면서도, 향정신성의약품이 마약류로 분류되어 있어 피해가 크다고 약사법을 탓하면서도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 참석해달라는 집행부의 요구에는 냉담한 회원도 있다.
가장 우려해야 할 회원은 약사회 정책이 어떻게 되든 ‘네가 정계로 가는 꼴을 볼 수 없다’는 자중지란(自中之亂) 인간형이다.
정치인을 폄하하지만 정치와 권력 앞에 꼬리를 내려야 하는 것이 이익단체의 현실임을 잊으면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