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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과 약사회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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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과 약사회무
  • 의약뉴스
  • 승인 2007.01.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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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원회의 내용이 외부로 누설되어 트집 잡기에 이용되고 있었다. 약사회 일감을 찾아 나서고 새로운 사업을 창안하지는 못 할망정 주어진 임무조차 내팽개치며 불평만 일삼는 임원의 짓이었다.

 참다못한 모 분회장은 약사 회무에 걸림돌이 되는 임원을 제명시키라고 조언했지만 지금까지 회장직을 13년 간 수행하는 동안 내가 먼저 임원을 제명한 적은 없다. 처음 회무를 시작한 분회 부회장 시절, 쓰라린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당시, 회기는 절반밖에 안 지났고 사업도 거의 한 일이 없는데 예산의 70%가 집행되었다. 나는 부회장들과 총무에게 이 사실을 알린 후 0 분회장을 약사회관으로 소환해 아침부터 저녁까지 장부를 확인했다. 부회장들 이름으로 된 룸싸롱 영수증들이 속속 나타나자 술을 마실 줄 모르는 부회장들은 기가 막혔다.

 분회장으로 부터 ‘더 이상 이런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고 타 임원과 회원들에게는 극비로 했다. 감사 아닌 감사(?)를 끝낸 후 ‘내년부터는 새로운 마음으로 시작하자’며 웃으며 악수를 나누고 부회장들과 총무가 사태 해결에 나섰다. 하지만 그 이듬해, 0 분회장은 나를 부회장 직에서 숙청했다.

 그 후로 나는 회무를 수행하면서 술을 금기(禁忌)로 여겼고 본인이 먼저 사표를 내지 않는 한 절대로 제명하지 않았다. 또한 약사회를 위해 봉사하는 임원들의 애경사는 내 가족 이상으로 나서서 챙겨 주었다. 그것이 인간의 도리이기 때문이다.

 술을 마시지 않으면 대관업무를 할 수 없고 대인관계가 원만하지 못하다는 주장은 낭설이다. 나는 분회장 시절부터 임원회의가 끝날 때가지 절대로 술을 마시지 않고 자리를 지키고 있다가 임원들을 무사히 귀가시킨 후 집으로 돌아 왔다.

 그동안 숱한 영안실을 찾아 다녔지만 술 한 잔 마시지 않고도 새벽까지 빈소를 지켜왔다. 과음을 하면 성인군자라도 실수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의 대관업무 원칙은 절대로 밤에 만나지 않고 술대접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술이 없어도 평상시에 자주 만나 대화를 나누고 신문에 칼럼을 게재해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우애와 신뢰감을 쌓았다.

 만나면 술병을 따고, 2차와 3차로 술자리를 이어가며 돈과 건강을 축내는 분들을 보면 안타까울 뿐이다. 새벽까지 술자리를 한 탓으로 다음날 약국 근무를 제대로 못해 가족이나 종업원이 대신 조제를 하다가 고발당하는 불상사도 적지 않다. 젊은 시절의 폭주(暴酒)로 인해 말년을 병상에서 투병하는 선배들을 보면 절제의 중요성을 새삼 깨닫게 한다.

 특히 회원들을 대표하는 임원들은 공인(公人)의 신분이기에 과음을 삼가고 2차. 3차의 술자리를 절제해야 한다. 과유불급(過猶不及). 특히 술은 지나침이 부족함만 못한 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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