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장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올라간다는 속담이 있다. 초창기 인천시약사회를 두고 한 말인 듯싶었다.
간혹 ‘축구해설가들로 팀을 구성해 월드컵 대회에 출전시킨다면 얼마나 경기를 잘 풀까?’상상을 해 본다. 아마도 그 누구 하나 경기장에 나가지 않고 책상에 앉아 선수들의 위치를 종이에 그리며 핏대를 올릴 것이 뻔하다. 이를 두고 탁상공론이라고 하는 것이다.
대관업무나 대외 행사가 없는 한가한 시간에 상근회장이 상임이사의 역할을 도와주었다. 약국에 혼자 근무하며 동분서주하는 상임이사에게 생존권을 제쳐놓고 약사회 일만을 강요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부장의 입장에서는 임원직 이름을 걸어 놓고 밤중에라도 회의에 참석해 주는 것만도 감사할 따름이다. 그만큼 회원은 많아도 정작 낮 시간에 약국을 비워두고 대외 활동을 할 수 있는 임원은 극히 드물다.
근무약사를 고용한 임원은 수시로 약사회에 나올 수 있지 않느냐고 반문하지만 그들대로 사생활이 있고 관리약사의 근무 시간에 스케줄을 맞춰야 한다.
지부장의 행사 참석내용을 기사로 작성해 홍보이사 이름으로 약사회 홈페이지 게시판에 올리면 ‘홍보이사가 지부장 비서실장이냐?’고 발목을 잡았다.
홍보이사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어 약사회 관련 보도 내용을 홍보이사 대신 지부장이 작성해 지부 홈페이지 게시판에 게재하자 이번엔 상임이사의 일감을 빼앗고 독선 한다고 트집했다.
부득이한 경우 회의 소집을 못하면 이메일을 이용한 통신 임원 회의로 의결하고 있는데 지부장 혼자 약사회를 좌지우지한다고 토를 달기도 했다.
그렇다고 마약퇴치 캠페인이나 국회 세미나 등 인원을 동원해야 할 때 말을 앞세우는 그들이 솔선수범해 참석하지도 않았다.
지난 번 지부장 선거를 앞두고 경인식약청 주관으로 대대적인 마약퇴치 행사가 있었다. 선거가 끝난 후에도 이런 저런 대외 행사가 열렸으나 ‘약사회와 회원들을 위해 봉사하겠다’고 목청을 돋우던 지부장 출마 후보자들은 대부분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약국에 혼자 근무하기 때문에 비우고 참석할 수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담당 상임이사가 바빠 대한약사회 회의에 참석할 수 없으면 회원들을 위해 지부장이라도 대신 참석하는 것이 당연지사이다. 회원들을 위해 나선 지부장 자리가 뭐 그리 대단한 자리라고 체면과 격식을 내세워야 하는가.
그들이 회원들을 위해 봉사하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약국 문을 닫고서라도 참석하지 못했다면 상임이사나 타 임원의 사정도 이해해 주어야 하고 자기 대신 참석한 지부장과 임원들에게 감사해야 하는 것이 인간의 도리가 아닐까.
‘독주한다’는 비난의 차원을 넘어 트집 잡기가 시작되었다. 모 약사의 단속 건으로 00경찰서 담당 수사과 직원을 만났더니 ‘지부장이 하급 직원을 만나 인천시약사회의 체면을 구겼다’며 트집을 잡는다.
당사자는 ‘물에 빠진 사람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좌불안석인데 아무도 나서지 않고 있어 참다못해 지부장이 사건의 우선 책임자인 담당직원을 만난 것이 잘못인가.
평소 말 많은 이들의 주장대로 상임이사에게 일을 나눠주어야 한다며 ‘00경찰서를 찾아가 해결하라’고 지부장이 지시해서 될 일도 아니다.
아니, 상임이사의 능력 밖의 일이니 말 잘하는 당신들이 대신 찾아가 해결해달라고 지부장이 부탁했을 때 약국 문을 닫고 당장 경찰서나 검찰청으로 달려갈 위인들도 아니다.
여약사위원회의 사회사업을 퍼주기식 낭비라고 트집 잡는 임원도 있었다. 여약사 사업은 약사의 이미지 신장을 위한 필수적인 사업이다. 한약분쟁 당시 ‘돈 많이 벌어 제 입만 채워 온 약사들이 그것도 모자라 밥그릇 싸움을 한다’는 여론의 지탄을 받은 후 약사회의 불우이웃돕기사업과 적극적인 홍보는 절실했다.
요는, 제아무리 사업비가 많아도 ‘자기 약국이 더 중요하다’며 활동을 안 하는 무관심이 집행부의 입장에서 가장 두려운 일이다.
다행히 인천지부는 이성인 여약사 담당 부지부장, 김선주 여약사회 이사, 이정민 총무가 호흡이 잘 맞아 가장 활발한 상임위원 역할을 하고 있는데 격려는 못 할망정 발목을 잡는 발언을 한 것이다.
지부장 직을 수행해보니 일감을 찾으려 노력하면 한도 끝도 없지만 약사회보다 내 일을 우선하고 편히 지내려 마음먹으면 할 일이 없다는 진리를 깨달았다.
일감을 안 준다고 불평하기 전에 주어진 임무만이라도 제대로 수행해 주었으면 하고 바란 적도 있었다.
어느 날, 사무국 직원이 손바닥이 아프다는 말을 무의식적으로 내뱉었다가 ‘앗 차’하며 이내 입을 가렸다. 다그쳐 그 이유를 물었다. 감사를 앞두고 모 임원의 6개월째 밀린 결제 도장을 대신 찍었기 때문이라며 어깨까지 아프다고 호소했다.
상근을 해보니 하루에 두 세 번씩 결제 도장을 찍는 경우가 있는데 6개월간 단 한 번도 약사회에 나와 직접 도장을 찍지 않고 직원들에게 자신의 권한을 일임했다니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회무는 탁상공론이 아니라 몸과 마음으로 실천해야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