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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친 호객 행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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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친 호객 행위
  • 의약뉴스
  • 승인 2006.11.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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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꾸라지 한 마리가 맑은 샘물을 흐리고, 어물전 망신은 꼴뚜기가 시킨다는 말이 있다. 열 사람이 제아무리 잘해도 한사람의 실수로 그 동안 닦아 온 공을 무너트린다는 뜻이다.

 며칠 전 금요일 낮, 서울에 거주하는 수필가들을 월미도 문화의 거리로 초청한 적이 있었다. 약속 장소를 코스모스 유람선 선착장으로 정하면서 영종도 여객선 선착장과 혼돈하지 말라고 특별 당부까지 하였다.

 그러나 1시간이 지나도록 일행은 나타나지 않았다. 공교롭게 휴대폰 연락까지 두절된 상태였다. 어렵게 일행과 통화를 한 결과 엉뚱하게도 그들은 영종도 여객선 선착장 옆 횟집에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였다.

 이유인즉 그분들이 타고 온 승용차가 월미도 초입에 이르자 호객꾼들이 나타나 더 이상 진입할 수 없다며 00횟집 주차장으로 인도하더라는 것이다.

 더욱 분통할 일은 코스모스 유람선 선착장으로 가야한다고 하자 여기가 바로 그 장소라고 하여 그 말만 믿고 내가 나타나기만을 기다리다가 허기에 지쳐 그들이 이끄는 대로 3층 횟집에 올라와 음식을 시켰다는 것이다.

 문제의 횟집으로 가니 다른 단체 손님들이 가득 차 난장판을 이루고 있었다. 전망 좋은 횟집에서 낭만을 맛보게 해주겠다는 나의 약속은 거짓이 되었다. 문화의 거리라는 단어가 무색할 정도로 창가에 비치는 식당 주변의 정경은 건설 현장처럼 산만했고 식당 계단 옆엔 빈 병 상자까지 어지럽게 쌓여 있었다.

 도저히 회의를 진행할 수 없어서 수저를 댄 밑반찬 값만 지불하고 나오려 하자 이미 회를 다 떠났다며 사래질을 한다. 하는 수없이 자리에 앉아 귀를 막고 있었으나 일손이 달리는 탓으로 우리 일행에게는 제때 음식을 내주지도 못했다.

 서둘러 식사를 마치고 밖으로 나오니 듣던 대로 호객꾼이 외지에서 온 승용차를 가로막으며 더 이상 들어갈 수 없다는 말을 되풀이하고 있었다.

 나중에 그 말이 손님을 끌기 위한 거짓이었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순간 인사동이나 동숭동 문화의 거리를 상상하며 방문한 외지인들에게 월미도 문화의 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질까?

 초청한 손님들에게 부끄럽고 죄스러운 마음에 일각이 여삼추 같았다. 정신없이 행사를 마치며 일행을 배웅한 후 애당초 장소를 예약해 놓은 선착장 앞 ‘부산 태종대’ 횟집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그곳에선 예약 때와 변함없는 밝은 미소로 나를 맞아 주었다. 식탁에 밑반찬을 준비해 놓은 것이 미안해 주차비라도 지불하려 하자 ‘다음에 찾아 주시면 된다’ 며 그것조차도 극구 사양했다.

 서울에서 내려 온 수필가들이 이 모습을 보고 떠났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간절했다. 아니 호객꾼들이 유람선 선착장을 제대로 안내해 주어 서울에서 내려 온 수필가들을 전망이 좋고 청결한 횟집에서 대접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인간관계에 있어서 첫 인상은 평생 동안 간직되는 가장 중요한 선물이다. 아침에 승차하는 택시나 버스 기사의 밝은 미소가 하루 일과를 좌우하듯 관광지에 처음 도착한 관광객들에게 있어서 첫인상은 여행의 모든 일정은 물론 인생의 추억을 좌우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글을 쓰는 문인들이 기행문을 쓴다면 첫인상에 따라 작품의 내용이 좌우될 수 있을 것이다.

 관광객을 기만하는 일부 호객꾼들의 미꾸라지와 꼴뚜기 식 상술이 근절되지 않는다면 월미도 문화의 거리는 낭만을 찾는 젊은이들의 광장으로, 인천을 대표하는 관광 특구로 더 이상 각광을 받을 수 없게될 것이다.

 월미도 문화의 거리를 사랑하는 인천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시정과 개선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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