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금한 점이 있었다. 내가 아는 스님이나 무녀들은 모두 나에게 개고기를 먹지 말라고 한다. 헌데, 무속(巫俗) 연구계의 대가이신 S교수님은 개고기를 먹지 못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나는 S교수님께 불가에서 개고기를 금기로 하는 이유를 물었다. 전래되어 오는 야담에 의하면 개는 호랑이가 가장 즐기는 먹이라고 한다. 만일 개고기를 먹고 깊은 산중에 있는 절을 찾아간다면 후각 신경이 발달한 호랑이에겐 사람이 아닌 개고기로 오인되어 잡혀 먹히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독실한 불자(拂子)인 문우 J선생은 또 다른 주장을 내세운다. 개는 인간과 가장 가까운 짐승이면서 불가에서는 인간이 저승에서 이승 세계로 환생하기 쉬운 축생이라고 한다. 때문에 자신의 조상이 환생했을지도 모를 영물을 도의상 먹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내 생각으로는 무속 신화에 나오는 저승에서 이승으로의 길을 안내하는 흰 강아지 때문이 아닌가 싶다.
‘강님’이 염라대왕을 만나고 돌아가며 이승으로 가는 길을 가르쳐 달라고 했다. 염라대왕은 흰 강아지 한 마리를 내주고 돌래떡 세 덩어리를 주면서 “강아지가 꾀를 부릴 때마다 이 떡으로 달래 주며 뒤따라가면 이승으로 가는 길을 알 도리가 있으리라”고 했다.
행가 못에 이르자 강아지는 ‘강님’의 목을 물고 물속으로 빠졌다. 놀란 ‘강님’이 눈을 떠보니 벌써 이승에 와 있었다는 무속 신화의 애용이다.
언젠가 가족들이 육식을 즐기지 않는 나에게 양고기라고 하며 별식을 권한 적이 있었다. 나는 별 의심 없이 연하고 맛있다는 생각을 하며 포식을 했다. 하지만 개고기란 사실을 아는 순간, 속이 뒤집혀지며 모두 토하고 말았다. 그것은 내가 불자이기 때문도 아니고 호랑이의 밥이 될까 두려워서도 아니었다.
어린 시절부터 나는 강아지를 무척 좋아했다. 정에 굶주린 내가 그 돌파구를 찾은 대상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 집엔 가축이 번성하질 못했다. 어른들은 내가 범띠이기 때문에 살이 끼어서라고 했다.
그러나 할머니의 이야기는 달랐다. 내가 태어나기 전 우리 집엔 송아지만 한 개를 길렀다고 한다. 식량이 부족한 시절이라 개의 끼니도 만족할 리가 없었다. 그놈은 배를 채우기 위해 이웃 가축들을 닥치는 대로 잡아먹었다.
할아버지는 생각다 못해 수십리이 떨어진 산골에 버리고 오기도 했지만 어디에 버려도 집을 찾아오곤 했다. 하는 수 없이 할아버지는 쌀가마에 넣어 웅덩이 속에 빠트려 죽였다고 한다. 그 일로 인해 우리 집은 가축이 안 된다는 것이다.
오죽하면 대학을 휴학하고 돼지를 키웠을 때 그놈까지 내 속을 썩혔으랴. 돼지는 잘 먹고 늘어지게 잠만 자야 살이 오르는데 내가 키운 놈은 그렇질 못했다. 온종일 먹고 꽥꽥거리며 우리 안을 미쳐 날뛰는 것이 일과였다. 그러니 살이 오를 까닭이 없었다. 결국 나는 사료 값도 건지지 못하고 날씬한 그 돼지를 팔고 말았다.
그런가 하면 슬픈 추억도 있다. 내가 초등학교 시절이었다. 그림자처럼 내 곁을 졸졸 쫓아다니며 갖은 아양을 다 떨던 복술이가 새끼 여섯 마리를 낳은 후 쥐약을 탄 음식을 먹고 죽었다. 태어난 지 일주일도 안 된 새끼들은 눈도 안 뜬 상태였다.
추운 겨울날, 나는 밤잠을 설치며 우유를 데우고 빵가루를 섞어 새끼들 입에 조금씩 넣어 주었다. 그때마다 나는 암죽을 데워 나를 키웠다는 어머니를 떠올리며 눈물을 흘리곤 했다.
그러나 나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새끼들은 자라면서 모두 죽고 말았다. 피로에 지친 내가 안고 자다가 깔아 죽인 놈도 있었고, 목줄을 매어 놓았더니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다가 교수형을 자초한 놈도 있었다. 어떤 놈은 춥다고 연탄아궁이 공기구멍에 코를 디밀고 자다가 연탄가스에 중독되어 죽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