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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 2025-07-16 16:47 (수)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박경화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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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학교 안암병원 박경화 교수
  • 의약뉴스 송재훈 기자
  • 승인 2025.04.14 02: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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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스코, 암 환자뿐 아니라 의료진도 만족

[의약뉴스]

 

병원에서 오래 대기하는 것은 건강에 좋지 않다.
암환자가 아니라 누구라도

허셉틴(성분명 트라스투주맙)을 통해 유방암 분야에서 처음으로 표적치료의 시대를 연 로슈가 다시 한 번 대전환의 변곡점을 마련했다.

최초의 HER2 이중항체이자 개량생물의약품, 페스코(성분명 퍼투주맙/트라스투주맙)를 통해 4시간 이상 소요되던 투약 시간을 20분 이내로 단축, 편의성을 극대화한 것.

환자 개인이나 가족의 투약 부담을 덜어주는 것을 넘어 의료기관의 업무 부하를 줄여 다른 환자들에게도 긍정적으로 기여하고 있다는 것이 현장의 목소리다.

이에 의약뉴스는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종양내과 박경화 교수(대한암학회 학술이사)를 만나 HER2 양성 유방암 치료에 있어 페스코의 임상적 가치와 페스코 출시 전후 임상 현장의 변화 및 추가 과제를 조명했다.

 

▲ 허셉틴을 통해 유방암 분야에서 처음으로 표적치료의 시대를 연 로슈가 다시 한 번 대전환의 변곡점을 마련했다. 최초의 HER2 이중항체이자 개량생물의약품, 페스코를 통해 4시간 이상 소요되던 투약 시간을 20분 이내로 단축, 편의성을 극대화한 것. 이에 의약뉴스는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종양내과 박경화 교수를 만나 HER2 양성 유방암 치료에 있어 페스코의 임상적 가치와 페스코 출시 전후 임상 현장의 변화 및 추가 과제를 조명했다.
▲ 허셉틴을 통해 유방암 분야에서 처음으로 표적치료의 시대를 연 로슈가 다시 한 번 대전환의 변곡점을 마련했다. 최초의 HER2 이중항체이자 개량생물의약품, 페스코를 통해 4시간 이상 소요되던 투약 시간을 20분 이내로 단축, 편의성을 극대화한 것. 이에 의약뉴스는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종양내과 박경화 교수를 만나 HER2 양성 유방암 치료에 있어 페스코의 임상적 가치와 페스코 출시 전후 임상 현장의 변화 및 추가 과제를 조명했다.


◇로슈, HER2 양성 유방암을 최악의 암에서 희망의 암으로
전체 유방암 가운데 약 20~25%를 차지하는 HER2 양성 유방암은 상당히 공격적인 유형으로, HER2 음성 유방암에 비해 세포의 증식 및 침습과 전이가 활발하게 일어나 재발이 빠르다.

이로 인해 표적치료제가 등장하기 전까지 HER2 양성 전이성 유방암의 기대여명은 1년 이내로 극히 짧았다.

이처럼 유방암 중에서도 가장 좋지 않은 케이스로 꼽히던 HER2 양성 유방암은 허셉틴이 등장한 이후 가장 희망적인 유형으로 변화했다.

허셉틴은 1년을 넘기기 어려웠던 HER2 양성 전이성 유방암 환자의 생존기간을 2년 반으로 3배 이상 연장한 것은 물론, 이미 1차 항암화학요법에 실패해 질병이 진행한 환자들도 1년 이상 생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중앙값 기준)

박경화 교수는 “과거에는 유방암을 호르몬 수용체(HR) 양성 혹은 음성 여부만으로 분류해 치료했지만 유전자 분석 기법의 도입으로 유방암이 단일 질환이 아닌, 다양한 아형과 생물학적 특성으로 구분된다는 사실이 규명됐다”면서 “이 가운데 HER2 단백질이 과발현될 경우 예후가 좋지 않다는 사실은 약 20년 전 연구를 통해 처음 입증됐으며, 실제로 수술 후 경과를 살펴보면 HER2 양성 환자의 예후가 가장 좋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다행히 HER2를 표적하는 단일클론항체 허셉틴이 개발됐고, 기존 항암화학요법과 병용 시 환자의 예후를 혁신적으로 향상할 수 있다는 것이 확인됐다”면서 “이 데이터는 약 20년 전 미국임상종양학회(ASCO)에서 처음 발표됐는데, 유방암에서 항호르몬 치료 이후 처음으로 표적치료제가 등장하던 순간으로, 발표 당시 현장의 반응이 지금도 생생할 만큼 뜨거웠다”고 소회했다.

이에 “현재는 HER2 양성 유방암으로 진단되면 조기 환자라 하더라도 1년간 표적치료제를 투여하는 등 재발 방지를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박 교수는 “그럼에도 일부 환자는 여전히 재발을 경험하는데, 이런 사례를 접할 때면 과거 HER2 양성 유방암 환자를 치료하던 의료진이 겪었을 안타까움과 어려움을 떠올리게 된다”면서 “동시에 허셉틴, 퍼제타와 같은 치료제의 등장으로 치료 옵션이 크게 확장됐다는 것도 다시금 실감하게 된다”고 밝혔다.

퍼제타는 허셉틴과는 다른 사이트에서 HER2 수용체를 차단하는 또 다른 유형의 HER2 표적치료제로, 허셉틴과 함께 HER2 수용체의 다양한 사이트를 차단, 시너지를 발휘한다.

이를 통해 로슈는 HER2 양성 유방암 치료 성적을 다시 한 번 획기적으로 끌어올리며 HER2 양성 전이성 유방암 환자의 기대여명을 57개월(CLEOPATRA 3상 임상 전체생존기간 중앙값 기준)까지 연장했다.

박 교수는 “허셉틴을 임상 현장에서 사용하면서 HER2 양성 유방암 치료 성과가 눈에 띄게 향상됐지만, 시간이 지나며 일부 한계가 존재한다는 점도 확인됐다”면서 “이에 HER2 수용체가 다른 수용체와 이형 이합체화(Heterodimerization)하는 과정을 억제하는 기전을 바탕으로 퍼제타가 개발됐으며, 이후 두 약제를 병용해 사용하는 조합이 표준치료로 자리잡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허셉틴-퍼제타 병용요법은 전이성 유방암 치료에 먼저 적용됐으며, 전이성 유방암 1차 치료에서 1년 이상의 유의미한 무진행 생존기간(Progression Free Survival, PFS)을 달성한 치료법”이라며 “18개월 이상(추가 추적 관찰 데이터 기준 18.7개월)의 무진행 생존기간은 당시 다른 아형(Subtype)과 비교해도 유례를 찾기 어려운 성과로, 현재도 많은 환자들이 표준치료로 사용해 혜택을 받고 있으며, 아시아에서는 한국을 비롯해 일본, 싱가포르 등에서 1차 치료에 급여가 적용되고 있다”고 부연했다.

뿐만 아니라 “이후 이 병용요법은 수술 전 선행 항암요법에서 기존에 30% 수준에 불과했던 병리학적 완전 관해율(Pathological Complete Response, pCR)을 50~60%으로 향상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돼 이와 관련한 적응증이 추가됐다”면서 “나아가, 수술 후 보조요법에서 글로벌 3상 ‘APHINITY’ 연구를 통해 림프절 전이 환자의 생존기간을 연장한 장기 추적 데이터를 보고하는 등 허셉틴-퍼제타 병용요법은 전이암은 물론, 국소 진행암과 조기암에 이르기까지 HER2 양성 유방암에서 폭넓은 치료 혜택을 입증하며 다양한 병기의 표준치료제로 활용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로슈는 HER2 양성 유방암 치료제 최초의 항체-약물접합체(Antibody Drug Conjugate, ADC)이자 세 번째 HER2 표적치료제 캐싸일라(성분명 트라스투주맙엠탄신)를 개발, HER2 표적치료에 실패한 환자들이 다시 한 번 HER2 표적치료를 이어갈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는 등 유방암 분야에서 리더십을 공고히 하고 있다.


◇페스코, HER2 양성 유방암 표준치료 투약 시간 90% 이상 단축
허셉틴을 시작으로 캐싸일라에 이르기까지, HER2 양성 유방암의 역사를 이끌어 온 로슈가 허셉틴 출시 후 약 20년 만에 네 번째 HER2 표적치료제, 페스코를 들고 나왔다.

페스코는 기존에 정맥 주사로 각각 투여하던 트라스투주맙(허셉틴)과 퍼투주맙(퍼제타) 성분을 하나의 피하주사제 형태로 구현, 안전성과 유효성은 유지하면서도 투약에 소요되는 시간을 90% 이상 단축해 편의성을 극대화했다.

페스코는 기존 정맥주사제 조합으로 초기 부하용량 투여시 150분, 이후 유지용량 투여시 60~150분에 이르던 투약 시간을 각각 8분과 5분으로 최대 90% 단축했다.

투약 후 관찰 시간까지 고려하면 유지용량 기준 270분에 이르는 투약 시간을 약 20분(투약 5분, 관찰 15분)으로 단축할 수 있다.

트라스투주맙과 퍼투주맙을 각각 정맥주사로 투약한 환자들과 직접 비교한 임상 3상, FeDeriCa에서는 투약 시간을 크게 줄이고도 두 성분의 혈청 내 농도에서 비열등성을 입증했다.

효능에 있어서도 전체생존율(Overall Survival, OS)을 포함한 주요 평가변수에 차이가 없었으며, 안전성 또한 사망률이나 심각한 이상반응, 3~4등급의 이상반응에서 차이가 없었다.

오히려 페스코는 상대적으로 비침습적인 투약 방법으로, 주사 관련 이상반응이 더 적었던 것으로 보고됐다.

이에 미국종합암네트워크(NCCN) 가이드라인에서는 페스코를 HER2 양성 유방암 치료에 Category 1으로 권고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현재 트라스투주맙과 퍼투주맙을 병용 투여 중인 환자는 동일한 치료 지침에 따라 페스코로 전환해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허가했으며, 지난해부터는 역시 퍼제타와 동일한 기준으로 건강보험을 적용하고 있다.

급여 기준은 ▲국소 진행성 염증성 또는 초기 단계(직경 2㎝초과) 또는 림프절 양성인 HER2 양성 유방암 환자의 수술 전 보조요법으로 화학요법과 병용투여 시 본인부담금 30% ▲수술 후 보조요법으로 HER2 양성 및 림프절 양성의 조건에 모두 만족하는 유방암 환자에 대해 병용요법 시 본인부담금 100%(페스코를 제외한 병용약제의 경우 급여 적용) ▲전이성 질환에 대해 항-HER2 치료 또는 화학요법 치료를 받은 적이 없는 HER2 양성 환자로 전이성 또는 절제 불가능한 국소 재발성 유방암 환자에게 도세탁셀과 병용투여 시 본인부담금은 5%다.

박경화 교수는 “페스코는 3상 임상 FeDeriCa 연구를 통해 기존 정맥주사 투여 대비 임상적 유용성과 안전성 프로파일에서 비열등성을 입증했다”면서 “여기에 더해, 환자의 편의성 측면에서도 상당한 이점이 있다”고 소개했다. 

구체적으로 “기존 정맥주사는 환자가 3주마다 병원을 방문해야 하고 주사실에서 조제가 완료될 때까지 대기해야 하며, 이후 실제 투여에만 1시간 30분가량 소요되고, 경우에 따라 이상반응 경과를 관찰하는 시간도 필요하다”면서 “반면 페스코는 투여에 필요한 시간이 약 5분에 불과하고, 환자가 주사실에 들어와 준비 과정을 거쳐 투여 후 관찰 절차까지 포함해도 전체 소요 시간은 20분 전후로 크게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이에 “자연히 환자와 보호자의 시간이 크게 절약된다”면서 “뿐만 아니라 투약을 담당하는 의료 인력의 수고로움도 덜고, 조제 부서 등 원내 순환도 개선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고 강조했다.

 

▲ 박경화 교수는 페스코를 통해 의료 자원이 절약돼 직접 페스코를 투약하는 환자뿐 아니라, 다른 환자들에게도 도움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 박경화 교수는 페스코를 통해 의료 자원이 절약돼 직접 페스코를 투약하는 환자뿐 아니라, 다른 환자들에게도 도움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의료 자원 절약, 다른 환자에도 도미노 효과  
페스코는 퍼투주맙과 트라스투주맙을 모두 투약해야 하는 환자와 보호자의 투약 부담을 크게 줄여줄 뿐 아니라, 조제와 투약을 위해 소요되는 의료 자원도 절감할 수 있다.

정맥주사 조합과 페스코의 스위칭 연구를 통해 선호도를 평가한 PHranceSCa 임상 2상에서는 85%의 환자가 병원에 머무르는 시간과 투여 시 편안함 등을 이유로 정맥주사보다 피하주사(페스코) 치료를 선호한다고 답했다.

또한 의료인력 중 87.5%가 페스코를 통해 치료 준비에서부터 투여 완료까지 소요시간을 확실하게 절약했다고 답했다.

여기에 더해 환자들의 병원 체류시간에 따른 비용은 최대 85%, 전문가의 시간 소비량은 76%, 환자가 병원에 머무르면서 발생하는 생산성 손실은 65%, 정맥 투여시 필요한 비약제 소모품 비용은 69%를 절감하는 것으로 보고됐다.

이처럼 페스코를 통해 의료 자원이 절약돼 직접 페스코를 투약하는 환자뿐 아니라, 다른 환자들에게도 도움이 되고 있다는 것이 박 교수의 설명이다.

박경화 교수는 “정맥주사 방식은 간혹 앞 환자의 투여 시간이 길어지거나 치료 도중 주사 관련 이상반응이 발생하면 다음 환자들의 일정도 지연될 수 있다”면서 “누구나 이처럼 병원에서 오래 대기하는 것은 건강에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반면 “피하주사는 투여 시간이 짧고 비교적 안정적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앞 순서가 원활하게 마무리되면 이후 환자들도 빠르게 치료를 마치고 귀가할 수 있다”면서 “이처럼 하나의 과정이 순조롭게 흘러가면 그 다음 단계가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일종의 '도미노 효과'처럼 효율성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다른 한 편으로는 페스코가 기존의 정맥주사제 조합보다 환자들에게 더 나은 치료 결과를 제공할 수 있다는 가설도 제기되고 있다.

박 교수는 아직 이러한 가설을 뒷받침할 임상 데이터는 보고되지 않았다고 전제하면서, 안전성과 유효성 두 가지 측면에서 페스코에 기대할 수 있는 측면을 설명했다.

먼저 안전성과 관련 “의학적인 측면에서 피하주사가 갖는 장점 중 하나는 약물이 체내로 천천히 흡수된다는 것”이라면서 “피하주사제에 포함된 유전자 재조합 히알루로니다제 (Hyaluronidase) 성분은 피하조직을 일시적으로 부드럽게 해 약물이 퍼질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주는 역할을 하며, 이에 따라 약물이 보다 천천히 체내에 흡수돼 급성 이상반응이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고 전했다. 

반면 정맥주사는 약물이 한 번에 혈관 내로 투여되기 때문에 드물지만 알레르기나 아나필락시스(Anaphylaxis) 등 같은 급성 반응이 발생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설명이다.

실제로도 페스코로 전환한 후 주사 관련 이상 반응이 해소된 환자 사례가 있었다는 전언이다.

박경화 교수는 “통상 수술 전 항암치료는 항암화학요법과 HER2 표적치료제를 병용해야 하기 때문에, 치료 초기에는 이를 고려해 정맥주사 방식으로 투여한다”면서 “이후 항암화학요법이 종료되고 두 가지 HER2 표적치료제만 투여하는 단계에 들어서면, 피하주사 제형으로 전환해 치료를 이어가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 가운데 “해당 환자는 정맥주사 투여 후 심한 발열 증상을 보였는데, 감염이나 다른 이상 소견은 발견되지 않아 주사제와의 관련성을 감안해 두 번째 투여부터는 페스코 치료로 전환했다”면서 “이후에는 발열 증상이 전혀 나타나지 않아 편안하게 치료를 마칠 수 있었다”고 소개했다.

효능의 측면에서는 고용량으로 조합된 페스코가 일부 환자에서 더 나은 결과를 제공할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박 교수는 “환자의 체중에 따라 약물 용량을 개별적으로 계산해 투여하는 정맥주사와 달리 피하주사는 고정 용량으로 투여된다”면서 “따라서 체격이 작은 환자는 정맥주사로 투여했을 때보다 상대적으로 더 많은 약물이 투여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전 연구 중에는 HER2 표적치료제를 전이암 환자에게 투여했을 때, 체내 암세포의 양이 많을 경우 표준 용량으로는 충분한 포화(Saturation)에 도달하지 못할 수 있다는 보고도 있었다”면서 “이러한 측면을 고려하면, 일부 환자에서 피하주사 방식의 치료 효과가 더 높아질 여지는 있다”고 부연했다.

다만 “현재까지 피하주사와 정맥주사 간 임상적 효과에서 유의미한 차이가 있다는 연구 결과는 보고된 바 없다”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 박경화 교수는 지난해 8월, 페스코가 건강보험 급여 목록에 등재된 이후 기존에 퍼투주맙과 트라스투주맙을 투약하던 환자들이 빠르게 페스코로 전환하고 있으며, 만족도 또한 높다고 전했다.
▲ 박경화 교수는 지난해 8월, 페스코가 건강보험 급여 목록에 등재된 이후 기존에 퍼투주맙과 트라스투주맙을 투약하던 환자들이 빠르게 페스코로 전환하고 있으며, 만족도 또한 높다고 전했다.

◇삶의 질도 개선하는 페스코, 대부분의 환자에서 유리한 선택
지난해 8월, 페스코가 건강보험 급여 목록에 등재된 이후 기존에 퍼투주맙과 트라스투주맙을 투약하던 환자들이 빠르게 페스코로 전환하고 있으며, 만족도 또한 높다는 것이 박 교수의 전언이다.

특히 반복적인 정맥주사를 위해 케모포트를 삽입했던 환자들이 페스코로 전환한 이후에는 이를 제거할 수 있게 돼 삶의 질이 크게 개선됐다는 설명이다.

박경화 교수는 “현재 고대 안암병원에서 허셉틴과 퍼제타를 유지요법으로 사용하는 전이성 유방암 환자의 경우, 대부분 페스코로 전환한 상태”라며 “허벅지 주사 후 림프 부종을 보이거나 염증 우려가 있는 일부 케이스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환자에서 만족도가 매우 높은 편”이라고 전했다.

특히 “치료가 잘 진행돼 종양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경우 장기간 사용하던 케모포트를 제거하게 되는데, 이때 환자들이 느끼는 기쁨이 대단히 크다”면서 “비록 케모포트를 삽입했더라도 샤워 등 일상 생활에 큰 지장은 없다고 하나, 팔 움직임에 불편을 느끼거나 감염을 우려해 목욕탕에 가는 것을 꺼리기도 하는데, 피하주사로 전환한 후에는 자유롭게 생활할 수 있다는 점에서 환자들이 매우 만족해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이처럼 “개인적으로는 초저체중이거나, 피하지방이 적어 주사 부위 불편을 호소하는 일부 환자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환자에게는 페스코가 더 편리한 방식이라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재발 위험 줄인 수술 후 보조요법, 급여는 사각지대
페스코가 출시 후 빠르게 정맥주사를 대체하고 있지만, 수술 전 선행항암요법과 수술 후 보조요법에 있어서는 사각지대가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 현장의 목소리다.

퍼투주맙의 급여 기준을 그대로 이어받다 보니 수술 전 선행항암요법에서는 본인부담률이 30%에 이르고, 수술 후 보조요법은 환자가 약제비를 100% 부담해야 해 환자들의 부담이 크다는 것.

특히 퍼투주맙과 트라스투주맙, 항암화학요법을 조합한 수술 후 보조요법의 경우, 트라스투주맙과 항암화학요법에만 급여를 인정하고 있는데, 페스코로 전환하면 퍼투주맙은 물론 트라스투주맙까지 비급여로 전환되는 형국이라 약제비 부담이 늘어 환자들의 선택권을 제한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퍼투주맙은 재발 위험이 높은 림프절 양성, HER2 양성 조기 유방암 환자의 수술 후 보조요법에서 기존의 표준요법(트라스투주맙+항암화학요법) 대비 재발의 위험을 크게 줄였지만, 아직까지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고 있다.

HER2 양성 조기 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트라스투주맙과 항암화학요법에 퍼투주맙 또는 위약을 추가해 안전성과 유효성을 평가한 임상 3상 APHINITY에 따르면, 8년차 침습적 무질병 생존율(Invasive Disease Free Survival, IDFS)이 각각 86.1%와 81.2%로 퍼투주맙을 추가한 그룹으 침습적 질병 진행 또는 사망의 위험이 28%(HR=0.72, 95% CI 0.60-0.87) 더 낮았던 것으로 보고됐다.

박경화 교수는 “현행 급여 기준에 아쉬운 점이 있다”면서 “현재 페스코는 퍼제타와 동일하게 급여가 적용되기 때문에 조기 HER2 양성 유방암 환자는 수술 전 선행항암요법으로 항암화학요법과 페스코를 병용투여 시 30%의 본인 부담율이 적용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임상적으로 효과가 명확하게 입증됐음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환자가 부담할 몫이 (전이암의 5%와 비교해) 크다는 점은 아쉽다”고 밝혔다. 

또한 “림프절 양성으로 확인된 조기 HER2 양성 유방암 환자들은 병리학적 완전관해(pathological Complete Response, pCR)에 도달했더라도 일부는 여전히 재발 가능성이 존재하며, 이로 인해 수술 후 보조요법으로 퍼제타나 페스코 치료를 희망하는 환자들이 많다”면서 “그러나 이 경우 본인 부담 100%가 적용돼 환자의 경제적 부담이 적지 않아서, 급여 범위가 확대되기를 바라는 현장의 목소리가 크다”고 전했다.


◇힘겨운 항암치료, 환자와 가족의 부담을 사회가 함께 헤아려야
한편, 박경화 교수가 근무하고 있는 고려대학교 안암병원은 지난 2023년, 약 6년의 공사 기간을 거쳐 메디컴플렉스 신관을 완공했다.

새롭게 조성한 메디컴플렉스 신관은 환자 1인당 공간을 크게 확대했으며, 1층부터 4층까지 이어지는 로비공간을 아트리움으로 조성하고 채광창을 활용해 개방감을 극대화했다.

여기에 더해 체력이 떨어진 환자들이 보다 쾌적하고 편안한 환경에서 지치지 않고 대기할 수 있도록 곳곳에 휴게 공간을 마련하고, 소파베드 수준의 벤치를 조성했다.

박경화 교수는 “우리나라의 의료 환경에서는 환자들이 수많은 대기 시간을 견뎌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환자나 가족이 체력과 전투력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가운데 “유방암은 다른 암종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젊은 40~50대 환자의 발병률이 높다”면서 “이 연령대의 환자들은 사회나 가정에서 요구되는 역할이 큰 만큼, 질병에 대한 관심이나 암을 극복하겠다는 의지도 크다”고 전했다.

이처럼 암과 싸워야 하는 장기전에서 페스코는 투약을 위한 에너지 소모를 줄일 수 있다는 측면에서 상당한 의미가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힘겨운 치료 여정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환자와 가족의 의지뿐 아니라 사회적인 지지도 필요하다는 것이 박 교수의 지적이다.

박경화 교수는 “국내 암 환자의 치료 여정에는 여전히 사각지대가 존재한다”면서 “대표적으로 현행 의료 시스템은 급성기의 핵심적인 치료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그 외 환자들이 겪는 여러 어려움에 대해서는 제도권 내에서 충분한 지원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어 “국가암관리위원회(보건복지부) 위원을 역임하면서, 전문 치료가 필요한 상황이 아니라면 환자가 병원을 방문하지 않더라도 의료 인력의 서포트를 받으며 치료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작용이나 삶의 질을 관리할 수 있는 공공의 공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왔다”면서 “이제 암 치료에서도 환자와 그 가족의 부담을 사회가 함께 헤아리고, 치료 과정 전체를 돌보는 접근 방식이 필요할 때”라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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