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후한(後漢)’의 ‘진식(陳寔)’이란 분은 청백리(淸白吏)며 명망가였다. 그가 ‘태구현’ 지방의 현령으로 부임 중 흉년이 겹쳐 백성들이 고통을 겪고 있었다.
어느 날 밤늦도록 책을 읽고 있는데 도둑이 들어와 들보 위에 몸을 숨겼다. 현령은 모르는 체하고 자식과 손자 등 식솔들을 불러모은 후 입을 열었다.
“다들 들어라. 인간은 열심히 노력하지 않으면 불행해진다. 게으른 습관이 못된 행실을 낳을 뿐 본래부터 악한 인간은 없는 법이다. 들보 위에 있는 군자도 마찬가지이니라.”
현령이 말을 마치자 갑자기 쿵하는 소리와 함께 한 사내가 나타나더니 그들 앞에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었다. 들보 위에 숨어 있던 도둑이 현령의 말에 감동하여 모습을 나타낸 것이다. 현령은 가난 때문에 저지른 짓이니 용서한다며 비단 두 필을 주어 돌려보냈다 그 뒤로 ‘태구현’ 지방엔 도둑이 사라졌다고 한다.
2천년 새해 벽두부터 한국 권투계에 오점을 남기는 판정이 또 일어났다. 한국의 ‘조인주’ 챔피언과 도전자인 필리핀의 ‘페날로사’의 경기에서 1회전부터 치명타를 허용한 챔피언은 내내 도망만 다니기에 바빴으면서도 판정승을 거둔 것이다.
지난해 WBA 슈퍼 페더급 챔피언인 몽고의 ‘리쿠바 심’과 ‘백종권’ 도전자의 경기에서도 이와 비슷한 경우가 있었다. 한차례의 다운을 빼앗고 세 번의 다운 직전 그로기 상황까지 몰고 간 몽고 선수. 만일 그가 한국 선수였다면 도중에 경기를 중단시키고 KO승을 안겨 주었을지도 모를 정도로 일방적인 우세를 펼친 ‘리쿠바심’에게 벌점을 주더니 어이없게도 한국 선수에게 챔피언 벨트를 안겨 준 것이다.
한국 프로 축구의 최고 정상을 가리는 수원 삼성과 부산 대우의 경기에서 삼성은 ‘샤샤’ 선수의 공(?)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문제는 고의든 아니든 발로 차야 할 공을 손으로 쳐 골인시켰다는 사실이다.
이와 비슷한 일들이 각종 수상자 선정 과정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미모보다 뒷돈의 액수로 수상자가 선발되었다는 某 미인대회, 뽑을 사원은 이미 정해 놓고 형식적으로 모집 광고를 낸다는 某 개인 기업 등 각종 비리를 매스컴을 통해 자주 접해 왔다.
밝고 명랑한 사회를 구현시키기 위해 가장 선명성을 띠어야 할 구청에서 수여하는 구민상조차 후보자의 업적을 냉철하게 평가하기보다 인맥과 정분을 앞세우는가 하면 힘있는 추천 기관의 눈치를 살피며 엉뚱한 후보의 손을 들어주는 경우도 있다.
오랫동안 피땀 흘려 일궈 놓은 남의 표밭에 낙하산 공천을 받고도 떳떳하게 대로를 활보하는 정치인도 있었다.
이럴 때마다 양상군자처럼 승리의 주인은 내가 아니라며 거절하는 페어 플레이 정신의 선수와, 영예의 수상자는 내가 아니라며 수상을 거부하는 양심가는 어째서 나타나지 않을까?
어린이들에게 ‘길에서 주운 물건은 내 것이 아니므로 주인을 찾아 주어야 한다’고 가르치면서 정 반대의 행동을 서슴지 않고 있는 이 시대의 지도층 인사들에게 고하는 질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