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76975 2077203
최종편집 2025-07-17 06:02 (목)
공천(公薦)
상태바
공천(公薦)
  • 의약뉴스
  • 승인 2006.05.21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요즘, 여론 조사를 한답시고 바쁜 사람에게 전화를 걸어 某 지구당 위원장의 낙하산 공천에 대한 눈치 작전을 펼치고 있다. 여론 조사를 하는 곳이 가히 의심스러울 정도이다.

여론 조사에 대한 답변은 호통밖에 없다. 내 지역을 위해 일할 일꾼을 선출하는 마당에 매스컴 좀 탔다는 이유로 이 지역과는 생판 연관도 없는 인사를 낙하산 공천하는 짓거리(?)는 주민의 주권을 무시하는 처사이기 때문이다.

공천(公薦)의 公이 ‘공평하다’는 뜻을 가진 이유는 사사로움(厶)과 상반됨(八)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천(薦)의 유래는 중국 신화에 등장하는 외 뿔 달린 청색 신양(神洋)에 기인한다.

이 동물은 시비를 가리는 신비한 능력을 가지고 있어 인간을 대신해 판관을 맡기도 했으며, 식성이 까다로워 가늘고 연한 풀을 사람이 두 손으로 받쳐들고 상전처럼 모셔야만 먹었다고 한다.

훗날 이 연한 풀은 돗자리를 만드는 데 사용되어 ‘자리’를 뜻하기도 했으며 사람이 받쳐들던 풀이라 하여 ‘받들다’ ‘천거하다’란 뜻으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이처럼 ‘공천’이란 신성하고 의미심장한 단어이지만 ‘낙하산’이란 글자가 앞에 붙으면 치욕스러울 정도로 그 가치를 퇴락 시킨다.

오랫동안 지구당을 이끌어 오며 나름대로 지역 활동을 활발하게 전개해 온 某 위원장의 자조 어린 푸념이 심금을 울린다.

주민들과 자주 접촉해 온 자신 보다 총선을 얼마 앞두고 실세 인사들과 은밀한 접촉을 해 온 경선자가 공천을 받을 확률이 높다는 보도를 접할 때마다 정치에 환멸을 느낀다고 한탄한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밤새워 열심히 시험 공부를 한 학생보다 커닝 기술을 발휘한 불량 학생이 더 대우받는 모순된 세상이 떠오른다. 커닝 기술로 장학생이 되고 우수한 기업체에 진출한다면 과연 그가 회사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마찬가지로 주민보다 실세 접촉을 우선한 결과 밀실 공천을 받은 이들이 과연 당선된 후에 누구를 위해 봉사할 것인가는 손바닥을 보듯 자명한 일이다.

유권자들은 매스컴으로 낯이 익은 외지 인사를 원하지 않는다. 공천권한을 휘두르는 실세에게 금전으로 아부나 하는 모리배도 원하지 않는다. 진심으로 주민을 위해 일할 일꾼을 원할 뿐이다. 그런 적격자를 후보자를 내세우기 위해선 먼저 정당의 민주주의부터 실현시켜야 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