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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포악발(吐哺握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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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포악발(吐哺握髮)
  • 의약뉴스
  • 승인 2006.05.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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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은(殷)’나라의 포악한 ‘주(絑)’임금을 물리치고 ‘주(周)’왕조를 연 ‘무왕(武王)’이 병사한 후 태자인 ‘송(誦)’이 ‘성왕’으로 제위 했다.

하지만 ‘성왕’의 나이가 너무 어려 삼촌인 ‘주공(周公)’ ‘단(旦)’이 섭정(攝政)을 해야 했다.

그러나 ‘주공’의 아우인 ‘관숙’과 ‘채숙’은 ‘주왕’의 작은아들 ‘무경’과 손을 잡고 반란을 일으켰다. ‘주공’은 이를 평정한 후 ‘성왕’의 친정을 선포하고 자신은 ‘성왕’의 신하로서, 스승으로서 관제(官制)를 정하고 예악을 일으켜 ‘주’ 왕조의 기반을 굳혔다.

‘주’ 왕조의 실권자였지만 ‘주공’은 변방인 ‘노(魯)’ 지역으로 차출되어 떠나는 아들을 결코 병역 비리로 보호하지 않고 하직을 고하는 아들 ‘백금(伯禽)’에게 ‘토포악발’을 예를 들며 엄하게 훈계했다.

토포악발이란 모처럼 시간을 내어 머리를 한 번 감을 때 손님이 찾아오면 세 번이라도 마다하지 않고 물이 떨어지는 머리를 틀어쥐고 손님을 맞았고, 겨우 짬을 내어 식사를 하는 중에 손님이 찾아오면 세 번씩이라도 입안의 음식을 뱉어내고 급히 나와 손님을 맞으며 인내와 정성을 다 했다는 뜻이다.

이렇듯 ‘주공’은 평소 손님의 신분을 가리지 않고 마음을 다해 민원을 수렴했지만 우리의 주변에서는 각종 선거 철에만 선심 공세를 볼 수 있다.

지난 6.3 지자체선거 당시 간석3동의 태화 아파트를 비롯한 주민들의 첫 번째 민원은 고속버스 종합 터미널에 갈 수 있는 버스 노선을 신설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종합 터미널 부근엔 일상 생활에 밀접한 농수산물 센터를 비롯해 남부 경찰서와 남동세무서가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한 표 한 표가 아쉬웠던 후보들의 입에선 당선시켜 주면 해결해 주겠다는 장담을 거침없이 내뱉었다.

그러나 화장실에 갈 때와 올 때가 다른 법. 관내 병. 의원을 놔두고 타구에 있는 某 의료원을 이용하라며 병원 셔틀버스를 운행시킨 후 그 공적을 불법 플래카드로 자랑했던 의원들은 정작 주민들에게 절실한 버스 노선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노력을 보이지 않았다.

주민들은 당선된 의원을 만날 때마다 공약(空約)을 따지고 들었다. 하지만 답변은 간단했다. 노선 버스의 조정 권한이 인천시로 넘어갔기 때문에 권한이 없다는 말 한마디였다.

구의원으로서는 권한 밖의 사항이라는 데 더 이상 누구를 탓하겠는가? 주민들은 아쉬운 입맛만을 다시며 인천시의 선처만을 기다릴 뿐이었다.

5월 24일, 남동신문사로부터 전화가 왔다. 인천시에서 용역을 준 교통 개발원에서 버스 노선 폐지 및 신설에 대한 주민 의견을 1차와 2차에 걸쳐 수렴한 바 있으며 5월 28일까지 3차 의견 수렴을 받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간석2동은 某 구의원이 직접 나서 주민 의견을 조사했다는 말을 듣고 간석3동 동사무소에 확인을 해 보았다. 지역 교통 담당 직원의 말로는 통장들과 반상 회보를 통해 홍보했으나 아무도 버스 노선 신설을 건의한 주민이 없어 버스 노선에 문제가 없다고 상부에 보고하려던 참이었다고 한다.

뒤늦게나마 간석3동-고속버스 종합 터미널간의 버스 노선 신설을 동사무소 담당자에게 신청했지만 남동신문사의 전화가 없었다면 필자 역시 까맣게 모르고 있다가 노선 조정 혜택을 받은 타동을 부러워했을 것이다. 마치 33명의 구민상 수상자 명단에 일부 동만 제외되었다는 푸념을 내뱉었듯이.

일단 당선이 되면 4년의 임기가 보장된다는 안이한 사고방식으로 주민의 민원에 무관심한 지자체 의원들이 있다면 사회 운동 단체에서 퇴진 운동을 벌이기 전에 서슴없이 의원 배지를 떼고 의회를 떠나야 한다.

단지 자신의 이력서 한 줄을 더 채우기 위해 의원직에 연연하는 무책임한 의원들로 인해 주민들이 당해야 할 고통과 지역 발전의 정체는 누가 보상해 주겠는가.

토포악발! 무릇 주민을 대표하는 공인은 머리를 감다가 물이 떨어지는 머리칼을 틀어잡기를 세 번이나 거듭하고, 식사를 하다가 입안에 씹던 음식 뱉기를 세 번이나 거듭하는 적극적인 자세로 민원에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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