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비는 정승의 죽마고우였다. 하룻밤 신세를 진 선비는 길을 떠나며 ‘사랑방 굴뚝이 너무 곧아 불길이 세어질 염려가 있으니 굴뚝을 굽히고, 굴뚝 옆에 싸놓은 섶나무를 창고로 옮기라’고 당부를 했다.
그러나 정승은 친구의 조언을 귀담아 듣지 않았고 며칠 후 굴뚝 과열로 섶나무에 불이 옮겨 붙어 큰 화재가 발생했다.
불길은 이웃의 도움을 받아 겨우 잡을 수 있었다. 정승은 소를 잡아 잔치를 벌이며 불을 꺼 준 이웃들을 초청해 감사의 뜻을 전했다. 불을 끄다가 화상을 입은 이웃은 자신의 옆자리에 앉히는 자상함을 보이기도 했다.
그때 하인 하나가 ‘굴뚝을 굽히고(曲突) 섶나무를 옮기라고(徙薪) 당부한 친구 분이 안 보인다’고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리고, 진작 친구의 조언을 받아들였더라면 화재도 일어나지 않았고 이런 잔치를 벌이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 아니냐며 정작 고마워해야 할 은인은 친구라고 머리를 조아렸다.
정승은 부끄러움에 얼굴을 붉히며 친구를 찾아가 후한 선물을 내렸다고 한다.
프랑스에서는 88 서울 올림픽 보다 성수대교 사고와 삼풍백화점 붕괴로 한국을 더 많이 알게 되었다고 한다. 100년의 역사를 간직하는 ‘에펠’탑, 8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노틀담’ 사원과 ‘루부르’ 궁전을 비롯하여 영화 ‘뽕네프 다리의 연인들’로도 소개된 ‘뽕네프’ 橋는 400년 이상의 역사를 간직하고도 아무 탈이 없기에 그들은 한국에서 일어난 참사를 이해할 수 없었다.
그들은 ‘도대체 성수대교 역사가 얼마나 되었기에 동강이가 난 채 강물 위에 떠 있느냐’고 한국인 가이드에게 물었단다. 화끈거리는 얼굴을 애써 감추며 ‘500년이 넘은 된 다리’라고 엉겁결에 대답했더니 고개를 끄덕이더라는 것이다.
무고한 시민들이 희생된 후 관계자들은 사고의 조짐을 예견하고 상부에 보수를 건의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했다. 그 말이 사실이라면 책임자의 직무 유기임이 틀림없다. 진작 그들이 입에 쓴 충고나 조언에 귀를 기울였다면 인명의 피해는 물론 세계적인 망신을 당하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다.
어떠한 충고나 조언이든 상대방에게 도움을 주면 주었지 해를 입히려는 의도는 있을 수가 없다. 그렇지만 받는 입장에서는 기분이 썩 좋을 수만도 없는 것이 입에 쓴 충고와 조언인 것이다.
해서 남의 일에 나서지 않는 것이 현명한 처세술이 되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언론만큼은 시민의 평안한 삶을 위해 사회 문제에 관여해야 한다는 사명감을 한시라도 망각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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