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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작은 것 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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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작은 것 부터
  • 의약뉴스
  • 승인 2005.12.1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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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싹이 동면에서 깨어나지 않은 이른 봄, 오랜만에 某 단체의 산행을 따라 나섰다. 얼마 전 약국에서 넘어지면서 늑골에 금이 간 몸으로 가파른 산에 오르다 보니 이마엔 구슬 같은 땀이 맺히고 거친 숨을 몰아쉬느라 꽃샘 추위조차 느낄 수 없었다.

그러나 힘이 든다고 해서 산중턱에서 낙오될 수는 없었다. 주저앉으면 기어서라도 오를 각오로 천근같은 발을 옮기는데 누군가가 지팡이를 구해 주며 팔을 부축해 준다. 그는 행사를 준비하고 진행하는 여자 임원이다. 마음 씀씀이가 고마웠다.

5백 미터 고지를 정복한 후 과열된 엔진을 식히듯 약수 한 바가지로 가쁜 심장을 달래 본다. 평소 약국을 찾는 환자들에게 서슴없이 진단을 내려 온 ‘운동 부족’ 증상이 바로 나를 두고 한 말이었음을 깨닫는 순간 자신이 부끄럽고 매주 산행을 한다는 친구들이 새삼 존경스러워 진다.

하행 길은 더욱 험난하다. 등산객이 지나간 발자국에 의해 새로 만들어진 가파른 지름길이기에 중심을 잃으면 낙석의 신세가 될 처지이다.

순간, 누군가 듬직한 손이 내 팔을 부축하며 발걸음을 솜털처럼 가볍게 한다. 그 역시 행사를 주관한 단체의 남자 임원이다. 그들은 내가 무사히 산행을 마칠 수 있도록 말벗이 되어 주는 등 많은 배려를 베풀어주었다.

그러나 대조적으로 나의 마음을 어둡게 만든 주역이 있었다. 지방자치 선거에 출마하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물밑 작업을 하고 있으며 이번 산행도 그 과정의 일부분으로 참석한 후배였다.

불편한 몸으로 대열을 따르려 안간힘을 쓰는 내 모습이 그의 안중엔 전혀 없는 듯 했다. 내 걸음걸이가 답답하다는 표정을 짓던 그는 산을 오를 때처럼 내려올 때도 ‘뒤차로 오라’며 휑하니 사라져 버렸다.

그의 행동은 내게 큰 실망감을 안겨 주었다. 바로 옆에 있는 거동이 불편한 선배 하나 감싸줄 아량조차 없는 인물이 어떻게 생면부지의 수십만 주민들을 책임져 주겠다는 것인지 이해가 안 갔다. 그의 입에서 내뱉는 ‘나라 사랑’이란 외침과 번드레한 공약은 모두 거짓일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국민들이 정치인을 불신하고 투표율이 형편없이 떨어지는 이유는 말과 해동이 다른 이중 인격자들이 정계에 진출하기 때문임을 위정자들은 반성해야 한다.

국민들은 지키지 못할 공약을 남발하는 정치꾼을 원하지 않는다. 길가에 떨어진 휴지를 묵묵히 주우며 가까운 이웃을 아낄 줄 아는 작은 사랑의 실천자를 더 원하는 것이다.

김사연( 시인, 인천시약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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