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일, 한나라당 이신범 의원은 국회 본회의장에서 영부인 이희호 여사의 ‘고가 옷 의혹’을 제기했다고 한다. 영부인이 외국 방문 시 입었던 옷의 사진을 일일이 제시하며 가격과 상표를 문제삼았다는 사실은 여야를 떠나 그 자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으며 국민들에게 실망을 안겨 주는 발언이 아닐 수 없다.
국회의원이란 국민을 위해 봉사하라고 선출한 것이지 영부인이 외유 중에 걸친 의상을 트집잡으며 당쟁을 일삼으라고 뽑아 준 것이 아님을 깨달아야 한다.
‘로마에서는 로마의 법을 따르라’는 서양 속담이 있다. 금년 초,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민관 합동 새 천년 시무식에 참석한 영부인은 흰 저고리에 빨간 치마를 입었다. 대통령 내외분이 외국을 방문하며 영부인이 그 한복을 입고 대통령은 한복 두루마기에 갓을 쓰고 짚신을 신었다면, 근검 절약을 내세우며 실로 꿰맨 색 바랜 의상을 걸쳤다면 이의원은 뭐라고 했을까? 설마 겉옷을 트집잡을 수 없어 속옷을 시비 걸지 않았을까 궁금하다.
영부인이 달동네 빈곤층을 방문하며 값비싼 외제 의상을 걸쳤다면 잘못이다 하지만 대한민국과 4천만 국민의 대표로서 외국 국가원수 앞에 떳떳하고 자랑스런 모습으로 나서는 데는 아무런 하자가 없을 것이다.
국회의원들은 지금 영부인의 의상에 대해 왈가왈부할 때가 아니다. 시민 단체의 공천 부적합 의원 명단에 끼이지 않도록 수신제가부터 할 때이다.
김사연 (인천시약 회장,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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