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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받지 못하는 정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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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받지 못하는 정치인
  • 의약뉴스
  • 승인 2005.11.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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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지방자치 선거에 출마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을 때, 나를 진심으로 아껴주던 친지들은 무엇이 답답해 흙탕물에 뛰어드느냐며 혀를 찼다. 심지어 어느 분은 ‘만일 정치세계에 발을 딛는다면 지금까지 문필가로서, 사회에 봉사하는 약사회장으로서의 참신한 이미지를 지워버리겠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당시만 해도 흙탕물이라는 단어에 대해 이해를 할 수 없었다. 상대 후보의 장점에 비해 자신의 장점을 더 부각시키고 주민을 위한 정책 대결에 역점을 두면 되지 않을까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이상에 지나지 않으며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지역 신문에 시의원 출마 프로필이 게재된 후 흑색 선전 등 각종 시달림에 고통을 당하는 가족들을 지켜보던 나는 결국 열흘만에 출마 포기를 결심하게 되었다.

어째서 정치세계를 흙탕물에 비교하는 것일까. 그것은 상대의 장점을 부각시키기 보다 단점을 들춰내어 깎아 내리기 바쁘고 상대 역시 뒤질세라 똑같이 맞대응을 하기 때문이다.

항간엔 모 인천시장 후보에 대한 비방 내용을 중앙 일간지에 광고한 돈 많은 여당 후보를 두고 여론이 분분하다. 장사에도 상도가 있듯이 흑색선전에도 나름대로의 정도(正道)가 있는 법인데 아무리 당선이 최후의 목표라 할지라도 막대한 광고비를 들여가며 공개적으로 신문지상에 동료 정치인을 폄하하는 내용을 게재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오죽하면 정치인의 최고봉이랄 수 있는 전직 대통령이 또 다른 대통령을 ‘주막강아지’에 비교하였을까만 동료 정치인에 대한 인신공격과 흑색선전이 정치인말고 그 누구에게 돌아가겠는가.

만일 정치인들의 자질이 조금만 높았더라면 누워서 뱉는 침이 자신의 얼굴 위로 떨어진다는 사실을 스스로 깨닫고 언행을 자제했을 것이다.

배신을 일삼고 말과 행동이 각각 다른 면도 정치인이 존경받지 못하는 이유 중에 하나이다. 언젠가 청와대 개방을 홍보하며 방문객을 모집하면서 유독 어린 아기는 제외된다는 조건을 단 적이 있었다.

선거 당시엔 자신을 가장 인자하고 포용력을 갖춘 인물로 치장하기 위해 어린 아기를 한 손에 안고 포즈를 취하던 그들이 당선된 후에는 요긴하게 이용했던 어린 아기를 토사구팽한 것이다.

평소엔 관심조차 보이지 않았던 학연을 선거전에 이용하기 위해 동창회 사무실을 사칭하며 동문들에게 전화를 거는 후보의 양심도 이와 유사하다. 만에 하나 그들이 당선된다면 동창회를 거들떠보기나 하겠는가.

한때 옥고를 치른 경력을 자랑하던 민주투사들이 집권 후 장난감 병정 놀이를 하듯 국회의원을 빌려주고 빌려오는 짓거리도 정치인이 존경받지 못하는 이유 중의 하나이다.

지방자치 선거를 앞두고 지역과 주민을 위해 순수하게 봉사해야 할 기초의원조차 주민등록을 급히 전입시킨 후 내천을 하는 지역도 있다.

출마 지역에 살아보지도 않고 주민들의 민원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후보를 내천하는 목적이 진정 주민을 위한 일꾼을 세우려는 것인지 자신의 심복을 심어 놓으려는 것인지 지구당위원장의 저의가 의심스럽고 우려될 뿐이다.

이번 선거가 정치인들이 존경받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후보들은 이제부터라도 인신공격(人身攻擊)성 흑색선전을 지양하고 깨끗한 정책 대결을 벌여야 할 것이다.

김사연 (인천시약사회장,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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