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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 위한 횡단보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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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 위한 횡단보도인가
  • 의약뉴스
  • 승인 2005.07.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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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월 21일, 간석오거리 고가도로가 개통되었다. 고가도로가 건설될 것이라는 소문을 들은 지 20년만의 일이다. 개통식 행사장은 십정동 방향 내리막길에 준비되었다. 한적한 간석동 방향 내리막길을 놔두고 굳이 번잡한 십정동 방향을 택한 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간석동 방향 고가도로 내리막길이 끝나는 40여 미터 지점에, 상식을 벗어난, 위험천만한 횡단보도가 그려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간석오거리 고가도로 앞 횡단보도는 하루속히 현 위치에서 동쪽으로 150미터 이상 이전되어야 한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이 횡단보도는 하루 수천 명의 학생들과 주민들이 이용하며 주말과 공휴일엔 예식장 하객들로 붐비고 있어 대형 인사 사고를 유발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고가도로를 타고 내려오는 운전자의 시야는 고가도로가 끝나는 지점보다 직선방향인 원거리에 집중되게 되어 고가도로 종점 가까운 곳에 설치된 횡단보도를 건너는 보행자를 미처 발견하지 못하는 경우가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셋째, 내리막길에서 차량은 가속도가 붙게 마련이므로 고가도로가 끝나는 지점에 설치된 횡단보도 앞에서 급정거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눈비가 내리거나 도로가 결빙되었을 때의 내리막길 사고 위험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넷째, 고가도로에서 내려오는 노선 버스들이 정류장으로 진입하기 위해 차선을 바꾸는 순간 고가도로 밑 3, 4차선에서 달려오는 차량과 다중 접촉사고를 유발할 수 있는 지점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당연지사인 횡단보도 이전을 시행하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그것은 횡단보도 이전과 동시에 버스 정류장이 이전해야 하기 때문이다. 버스 정류장의 위치에 따라 부동산의 가치는 물론 상권이 달라지므로 생존권이 달린 주변 상인들과 건물주들의 민원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이다.

횡단보도 이전을 위한 서명운동을 전개하자 ‘나는 세입자인데 건물주 좋은 일 시켜줄 필요가 있느냐’며 보행자 안전보다 이해관계를 앞세우는 냉담자도 있었다.

현장을 다녀온 담당 경찰이 횡단보도 이전(移轉) 담당 부서를 확인하기 위해 인천시청에 전화를 걸기 시작하여 여덟 번만에 어렵게 통화한 남동구청 대중교통과 직원도 현재 횡단보도의 문제점과 주변 상권에 연계된 민원 모두를 솔직하게 시인하고 있었다.

그 결과 현재의 고가도로는 ‘양’나라 ‘장승효’가 ‘금릉’의 사찰인 ‘안락사’ 벽에 용을 그리고도 눈동자를 찍지 않아 승천하지 못하는 화룡점정(畵龍點睛)처럼 제 구실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민원을 접수한 남동경찰서(전 남부경찰서)는 일차적으로 횡단보도를 동쪽으로 40미터 정도 이전토록 인천지방경찰청에 건의했다고 한다.

그러나 보행자들의 생명이 좌우되는 문제를 언제까지나 물에 물탄 듯 우유부단하게 넘겨 버릴 수는 없는 일이다. 호호선생(好好先生) 식으로 이것도 저것도 다 좋다며 시비를 가리지 않음으로써 아무 것도 책임을 지지 않고 원망을 듣지 않으려는 처사는 호랑이를 키워 근심을 남긴다는 양호유환(養虎遺患)과 다를 바 없다. 섶나무를 지고 불을 막는 잘못을 덮어 결국 큰 화를 초래한다는 포신방화(抱薪放火)와 다를 바 없는 것이다.

옛날, 우산장사를 하는 아들과 짚신장사를 하는 아들을 둔 부모가 맑은 날엔 우산장사 아들의 생계를 걱정하고 비 오는 날엔 짚신 장사 아들을 걱정했다는 우화가 있다. 양지가 있으면 음지가 있듯이 횡단보도를 옮기므로 써 울고 웃는 주민이 생기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남동구청은 이해관계에 얽힌 소수의 민원에 흔들리기 보다 횡단보도가 과연 누구를 위해 존재해야 하는 시설인가를 냉철(冷徹)하게 판단해야 한다. 횡단보도 이전에 따른 상권보다 어린 학생들을 비롯한 보행자들의 생명이 더 소중하고 우선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으로 대형 인명사고가 발생해 피해자가 항의 집회를 열거나 행정소송을 제기하는 등의 소란을 피운 연후에야 문제점을 시정하는 구태의연한 사고방식은 임오(壬午)년 새해부터 영원히 사라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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