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들어 삼삼오오 인적이 모이는 장소에선 화젯거리에 필자가 등장하곤 한다는 소문이 들려 오고 있다.
필자의 글이 각종 신문에 실리고 방송에 얼굴이 비칠 때마다 전달되어 오는 반응은 항상 두 가지이다. 계속 뜨고(?) 있다며 이 상태로 분발해 줄 것을 부탁하는 격려사가 있는가 하면 ‘너무 설친다’며 비아냥거리는 인사도 있으니 참고하라는 귀띔도 있었다.
‘설치’란 말의 뜻을 사전에서 찾아보았더니 ‘베도라치의 새끼로 흰색이며 이것을 말리면 뱅어포가 된다’고 적혀 있다.
기계나 기구를 마련한다는 설치(設置), 명예를 되찾는 설치(雪恥), 시체를 염습하기에 앞서 입에 낟알을 물리려고 이를 벌리는 설치(楔齒)도 있었다.
잠을 설친다는 ‘설치다’, 기계 등을 설비한다는 ‘설치’가 있는가 하면 다람쥐, 쥐, 비버처럼 꼬리가 길고 앞니가 발달해 물건을 잘 갉아 대는 포유류 동물을 설치류(齧齒類)라고 부른다.
그들이 필자를 향해 말하는 ‘설치다’라는 뜻은 ‘몹시 날뛰다. 급히 서둘러 마구 덤비다’라는 뜻으로 불량배들이 설치고 다닌다는 말에나 적합한 단어였다.
얼마 전, 필자가 지방 선거에 낙선했을 때 만해도 ‘지역사회 봉사를 등한히 하고 얼굴이 너무 알려져 있지 않았으니 때와 장소를 가리지 말고 열심히 참석하라’고 권하던 이들이 이제는 ‘너무 설친다’며 비아냥거리고 있다.
되돌아 보건대 필자는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할 것이냐?’는 농담을 들을 만치 사회 각계각층의 단체나 지역 행사에 참석해 왔다. 또한 참석하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사진 기술을 살려 촬영하고 수필가의 재능으로 기사를 작성하거나 인물 취재를 하여 각종 매스컴에 기고하곤 했다. 이 같은 행동은 적극적이고 순수한 봉사 활동이었지 결코 불량배들처럼 설치고 다닌 것이 아니었다.
지면에 필자의 글과 사진이 실리면 내용을 읽어보지도 않고 우선 부정적인 반감부터 갖는 모양이다. 그들의 편에 서서 그들의 입장을 옹호하는 글을 써 주었음에도 불구하고 첫마디는 ‘경솔한 짓을 했다’ 또는 ‘건방지다’는 반응을 보이는 이들도 있다. 그들의 얼굴에선 ‘내가 못하는 일을 왜 감히 네가 하느냐?’는 언짢은 표정을 읽을 수 있었다.
인간은 각자 능력과 환경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 하든가 아니면 주어진 현실에 만족하며 살아야 한다. 만일 그들도 능력을 갖고 있다면 재능을 발휘해 투고를 하고 사진을 촬영하며 취재 기사를 쓰면 될 것이고 그렇지 못하다면 왈가왈부 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자신이 못하는 일을 능력 있는 젊은 일꾼이 대신 나서서 하지 말라는 법은 대한민국 헌법상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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