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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님의 옷차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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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님의 옷차림
  • 의약뉴스
  • 승인 2005.06.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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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某 문인 단체의 총회에 참석한 후 기분이 언짢았다. 단체를 대표한다는 회장의 옷차림 때문이다. 2년 전 취임식 때도 노타이에 점퍼 차림으로 단상에 서더니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회장은 모든 회원을 대표하는 공인(公人)의 몸이다. 말 한마디 행동 하나 하나가 000의 것이 아닌 00회장님의 언행으로 총칭된다. 때문에 옷차림도 회장님답게 단정해야 한다.

대부분 넥타이 정장을 하는 약사들 중에도 운동화에 칙칙한 점퍼를 걸치는 분들이 있다. 얼마 전 총회 때에는 공로패를 받는 회원이 점퍼를 걸치고 와서 부랴부랴 다른 회원의 상의를 빌려 입힌 적도 있었다.

인간이 의상을 걸치는 첫째 목적은 추위나 외부 환경으로부터 몸을 보호하는 데 있다. 두 번째 목적은 치부(恥部)를 가리고 미를 추구하는 동시에 상대에 대한 예의 표시의 수단으로 이용된다.

옷차림에 신경을 쓰지 않는 사람들도 나름대로의 핑계가 있다. 자신의 소박한 면을 강조하기 위해서라 하고, 내적인 면에 충실하다 보니 외양 같은 것은 신경 쓸 겨를이 없다고도 한다. 문인은 기인(奇人)처럼 수염이 더부룩하고 누더기 옷을 걸쳐야 한다고 억지를 부리는 분도 있다.

단정한 옷차림은 화려함을 뜻하지 않는다. 비싼 의상이라도 소매와 컬러에 때가 끼었거나 진흙이 묻은 고급 구두를 신었다면 걸인의 불량한 차림새와 별다를 것이 없다.

상갓집을 방문한 문상객이 빨간 색 미니 스커트를 입거나, 결혼식장에 참석하는 하객이 구겨진 바지에 남루한 점퍼를 걸친 경우도 마찬가지다.

여자의 경우엔 희끗희끗한 새치 머리를 염색을 하기는커녕 파마조차 않고 잠에서 금방 깨어난 추한 모습을 보이는 분도 있다.

단하에 앉는 일반 회원이라면 그런 대로 보아 넘길 수가 있지만 행사를 주관하는 회장, 행사를 진행하는 사회자나 초청 내빈이 노타이에 점퍼 차림이라면 본인의 몰상식을 드러내는 차원을 넘어 참석한 좌중(座中)을 무시하는 행동이다.

상대방에게 존경을 받으려면 먼저 자신의 인격만큼 외양도 소중히 가꿔야 한다. 모든 단체도 마찬가지이다. 사회에서 인정받는 집단이 되려면 우선 공인인 회장이 언행과 옷차림에 모범을 보여야 한다. 그렇다고 보이지 않는 실로 짠 귀한 옷을 걸친 벌거숭이 임금이 되라는 말은 아니다. ‘무늬만 나무’라는 광고 문구처럼 외양만 치장하라는 말은 더더욱 아니다.

허다한 위원회와 단체 중에 그럴듯한 이름의 옷을 걸친 만큼 내실이 튼튼한 곳은 얼마나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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