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76975 2077203
최종편집 2025-07-17 18:45 (목)
어학 테이프 사기
상태바
어학 테이프 사기
  • 의약뉴스
  • 승인 2005.01.17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학에 입학한 아들이 어학 테이프 사기를 당했다.

학과 선배를 사칭한 청년은 아들을 한 강의실로 데려갔다. 그는, 취업난이 극심한 현실에선 토익 서클에 가입하는 것이 제일 현명한 일이며, 가입하면 4년 간 모의고사를 무료로 치르게 해준다고 미끼를 던졌다.

고 득점자는 외국 어학 연수를 보내 준다고 했으며 빨리 가입할수록 우선 순위가 된다고 부추겼다. 테이프 가격 356,000원이 비싸다고 하자 그 금액 중엔 4년 간 서클 회비와 영문과 교수님 강사료가 포함되었다고 받아 넘겼다.

집에 가서 부모님과 상의한 후 가입하겠다고 하자 청년은 우선 서클 가입비를 내야 한다고 하며 가진 돈 3천 원을 받은 후 아들의 주소와 이름을 적은 손바닥만한 용지(납입 청구서?)에 서명을 하라고 했다. 물론 계약서조차 보여주지 않았기에 아들은 구입한다고 생각지 않고 부모님과 상의한 후 입학식 날 서클 사무실로 반환해도 된다는 뜻으로 알고 테이프를 받아 왔던 것이다.

불길한 예감이 들어 학교측에 서클을 확인해 보았다. 추측 한대로 그 대학엔 토익 서클이 존재하지 않았다. 약을 조제하러 왔던 친구와의 대화 중 그의 아들도 작년에 이와 같은 피해를 당했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되었다.
되돌려 줄 연락처를 수소문하던 어느 날, 그 동안 연락이 없던 판매 업자 측으로부터 한 통의 우편물이 왔다. 대전에 소재(所在)한 국가고시 문화원이란 곳에서 보낸 연체료 35,600원을 포함한 391,000원짜리 청구서였다.

그들의 주소를 확인했기에 테이프를 반송시켰으나 수취 거부로 되돌아 왔다. 사장과 통화를 시도했으나 일방적으로 끊었고 아들을 절도죄로 형사 고발하고 재산을 압류한다는 통고를 보내왔다.
안면 있는 某 판사와 이 문제를 상담했다. 뜻밖에도 그는 ‘아들에게 값비싼 사회 경험을 선물했다고 여기고 테이프 대금을 지불하는 편이 나을 것’ 이라며 섣불리 건드려 보복을 당할 수도 있다고 조심스럽게 충고를 해주었다.

그러나 나는 이런 안이한 사고방식을 용납할 수 없었다. 피해자들의 우유부단한 반응이 그들의 사기 행각을 부추긴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114를 통해 알아낸 한국 소비자 보호원의 자문을 구해 내용 증명을 보낸 후 다시 테이프를 돌려보냈다. 하지만 그들은 또 수취를 거부하며 되돌려 보낸 후 한술 더 떠 ‘법정 예정일과 착수 예정 지원’을 명기한 통고장을 보내 왔다.

나는 다시 소비자 보호원의 자문을 받아 ‘전에 발송한 내용 증명 사본, 두 번이나 소포를 보냈으나 수취 거부한 기록, 계약서를 작성 않고 사기로 강매한 사실 확인서, 아들이 미성년자라는 사실을 증명하는 서류’를 소비자 보호원 담당자에게 보냈다.

마침내 그들은 소비자 보호원에 굴복하고 내가 세 번째 되돌려 보낸 테이프를 받았다. 이렇듯 무서운 사기성 상술이 신성한 캠퍼스에까지 상륙한 현대는 무서운 세상임에 틀림없다. 정부 예산으로 운영되는 한국 소비자 보호원은 어지러운 세상을 통치한 포청천처럼 신선한 믿음을 한아름 안겨 주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