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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감한 시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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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감한 시민상
  • 의약뉴스
  • 승인 2004.12.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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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두 친구가 산 속에서 곰을 만났다. 행동이 빠른 한 사람은 잽싸게 나무 위로 피했지만 몸이 불편한 친구는 미처 피하지 못하고 그 자리에 죽은 듯 엎드려 있었다.

곰은 친구의 귀에 주둥이를 대고 속삭이듯 ‘킁킁’ 거리다 어슬렁어슬렁 사라졌다. 그는 나무에서 내려와 친구에게 다가가 뒤통수를 긁적이며 ‘곰이 무어라고 속삭이더냐?’고 물었다.

“응! 저만 혼자 살겠다고 도망치는 놈과는 앞으로 친구 하지 말라고 하더군!”
인천 남부경찰서 안기성 서장은 지난 5월 25일, 날치기범을 검거한 남동구 구월1동에 거주하는 송정설 씨에게 용감한 시민장 증(證)과 함께 포상금을 수여했다고 한다.

某 회사원인 37세의 송씨는 5월 22일 토요일 밤 12시경, 남동구 구월2동 4-29번지 앞 노상에서 밤늦게 귀가하는 30대 주부의 손 지갑을 낚아채어 달아나는 범인을 발견하고 약 400 미터 가량 좇아가 붙잡았다. 지갑 안에는 50여 만원의 현금이 들어 있었다.

용감한 시민장을 수여하는 자리에서 안기성 서장은 ‘송정설씨와 같은 정의감을 가진 용감한 시민이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한 범인은 발붙일 곳이 없을 것’이라고 치하했다.
‘곰과 두 친구’의 우화를 보더라도 송씨의 선행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그만큼 현대는 이기주의와 개인주의가 팽배한 세상이다. 교통사고 현장을 목격한 주민에게 증인이 되어 달라고 하면 귀찮다는 이유를 들어 매정하게 거절하고, 범행 목격을 증언해 달라고 하면 보복 살해당한 증인의 경우를 들며 달아나는 게 세상 인심이다.

또한 ‘원수는 돌에 새기고 은혜는 물에 새긴다’는 말처럼 진정으로 감사할 줄 아는 피해자가 극히 드물다 보니 세상 인심이 더욱 각박해지게 마련이다. 장묘업을 하는 某 인사는 자택 부근에서 일어난 무연고자의 교통사고 사망 사건을 손수 나서서 처리해 주었다. 하지만 뒤늦게 나타난 연고자는 고맙다는 말은커녕 의논 한마디 없이 다른 업소에서 장례를 치렀다.

필자에 대해 잘 알고 있는 한 주민은 ‘회장님의 선행으로 봐서는 회장님의 약국이 늘 문전성시를 이루어야 할텐데 공(功) 따로 이해타산 따로 인 인심이 안타깝다’고 밝힌다.

송정설 씨가 현장에서 범인을 추격한 것처럼 대가를 염두에 두고 선행을 하는 사람은 드물다. 범인의 흉기에 생명을 위협 당할지도 모름에도 불구하고 생면부지의 부인을 위해 한밤중에 범인을 뒤쫓고, 자신과 가족들을 위해 쓸 돈을 쪼개어 이름 모를 이웃들에게 베푸는 까닭은 그가 평소 간직하고 있는 의협심과 봉사 정신 때문일 것이다.

인천남부경찰서에서 용감한 시민장 증을 만들어 수여한 것은 정의 사회 구현과 권선징악의 차원에서 여간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아울러 용감한 행동 뿐 아니라 옳고 그름을 논할 수 있는 입바른 소리의 주인공도 나타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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