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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 약, 오리지널 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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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 약, 오리지널 약
  • 의약뉴스
  • 승인 2004.10.1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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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신 국회의원이 보건복지분과위원회 정책질의자료에서 밝힌 내용이 일파만파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건강보험 재정의 적자폭을 메우기 위해 우리 정부에서 시행하려는 ‘참조 가격제’와 ‘약값 재 평가제’를 저지시키기 위해 미국 무역대표부와 상무장관까지 나서서 지난해 5월부터 지금까지 6차례에 걸쳐 압력을 가했다고 한다.

‘참조 가격제’란 외국계 다국적 제약회사의 고가 오리지널 약 처방을 억제하기 위해 기준 가격만 국가에서 보험재정으로 지급하고 나머지 초과분은 환자가 부담케 하는 경제적인 제도이다.
예를 들어 효능에 별 차이가 없는데도 2백 원밖에 안 하는 A라는 국산약 대신 8백 원이나 되는 오리지널 외제 약을 처방하면 차액 6백 원을 환자가 부담해야 한다. 결국 환자는 약값 부담이 많은 병. 의원을 피하게 되므로 의사는 환자를 유치하기 위해서라도 국산 약을 처방하게 된다.

‘약값 재 평가제’는 외국계 다국적 제약회사들이 특허권을 소유하고 있는 오리지널 약값이 특허 유효기간이 지나면 당연히 떨어져야 하는데도 계속 비싸게 받는 횡포를 자행하므로 3년마다 약값을 재평가해 인하시키려는 제도이다.
이 두 가지 제도가 시행되면 매년 1,661억 원의 건강보험 적자를 메우므로 써 국민들의 건강보험료 부담을 훨씬 줄일 수 있지만 국내에서 영업하는 다국적 제약사는 큰 타격을 입게 된다.

이런 이유로 지난 3월, ‘토머스 허바드’ 주한 미대사가 복지부 장관실을 방문해 제약회사와 복지부 실무자가 동등한 자격으로 참석하는 ‘약값 실무 협의회’를 구성해 줄 것을 강력히 요구한 끝에 이를 관철시켰다.
또한 지난 6월에는 ‘존 헌츠먼’ 미국 무역대표부 부대표가 직접 ‘이태복’ 전 복지부장관을 방문해 약가(藥價) 결정 과정에 외국 제약회사가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요청하기까지 했다고 한다.

국내에 들어와 있는 30개의 외국 제약회사 가운데 27개 사가 모여 결성한 ‘다국적 제약사 협의회’는 심지어 전직 주한 대사 등을 로비스트로 내세워 복지부는 물론 경제부처, 외교 통상부와 청와대에까지 온갖 압력을 행사했다는 것이다.
결국 ‘김원길’ 전 복지부장관은 위 두 가지 제도를 추진하려다 포기했고 ‘이태복’ 전 장관 역시 정부보다 힘이 센(?) 다국적 제약회사의 입김에 의해 경질되었다는 치욕스런 내용이다.
정부는 이에 대한 미봉책으로 약사들이 고가의 약을 저가의 약으로 대체할 경우 인센티브를 주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효능이 전혀 없는 싸구려 약으로 바꿔치는 것으로 오해한 의사와 환자들의 거부 반응 때문에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결국 국민건강보험 적자폭을 줄이기 위해 소화제를 비롯한 일부 보험 급여 약품을 일반 약품으로 전환시켜 애꿎은 환자들에게 추가로 부담시키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해결책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니다. 병. 의원에서 고가의 오리지널 약 대신 저렴하면서 효능이 비슷한 국산 약을 처방한다면 국민건강보험료와 환자 본인 부담금을 줄일 수 있고, 우리 정부와 복지부 장관이 미국정부로부터 자존심 상하는 압력을 받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일부 의사들은 다국적 제약회사들의 엄청난 로비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의사들의 해외 세미나 참가 시 국내 제약업계는 고작 팀장에게만 항공료와 숙박비를 지원하지만 ‘다국적 제약사 협의회’는 참석자 전원에게 여행경비를 제공하는 것이 관행이라고 한다.
그 결과 국내 병. 의원의 다국적 오리지널 약 처방 비율은 2000년도 30%이었던 것이 50% 수준으로 상승했다. 결국 국내 제약회사 전체 생산량의 18.4%에 불과했던 오리지널 약은 내년쯤이면 30% 까지 잠식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에 비례해 국내 제약회사의 시장 점유율은 하락하고 국민보험공단 적자폭은 더욱 커질 것이다. 제 닭 잡아먹으며 신선 놀음하느라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르는 격이다.
국산 약 처방으로 주권과 경제를 지키는 길! 온 국민을 하나로 묶었던 붉은 악마의 애국심이 새삼 그리워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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