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입하지 않으면 무안할 정도의 분위기를 만들고, 끝까지 사은품만 챙기는 노인들에겐 면박을 주기도 한다고 한다. 그 결과 자의 혹은 타의로 고가 제품을 하나 둘 구입한 부모로 인해 경제적인 부담을 감당할 수 없었던 자녀들은 가정불화의 고통을 겪어야 했다.
그들의 달변은 사기(詐欺) 술(術)에 가깝다. 언젠가 어느 선배가 야외행사에 버스를 제공하면서 ‘오는 길에 중소기업 전시실을 견학만 하면 된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알고 보니 버스는 선배가 아닌 중소기업 제품 판매업자가 던진 미끼였다.
그들은 공항에서 검문 검색을 하듯 수십만 원짜리 노인용 이불 세트 표면에 전자 봉을 이리저리 이동시켰다. 그 순간 전자 봉에선 신호음과 함께 경고 등(燈)이 반짝였다. 흰 가운을 걸친 판매원은 인체에 효험 있는 신비한 전자파가 나오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며 다른 제품에선 절대로 볼 수 없다고 했다.
일행이 판매원과 함께 옆방으로 간 뒤 필자는 전자 봉을 들고 직접 시험을 해 보았다. 예상한 대로 그것은 금속 탐지기였다. 자석이 들어있는 이불은 물론 몸에 걸친 시계나 금속류를 가까이 대면 반응이 일어났다.
판매원은 부모님께 효도를 하라며 ‘한 달간 사용하다가 효과가 없으면 반품해도 된다’고 하지만 소비자보호원의 발표에 의하면 절대로 반품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고 한다.
약장사들은 약인지 건강 보조식품인지 판단이 안 되는 제품을 만병통치약으로 광고를 한다. 불로장생을 꿈꾸던 진시황제가 들으면 ‘왜 진작 만나지 못했던고’ 통곡을 할 정도이다.
며칠 전, 동네 아주머니가 약국에 들러 간장 해독제인 ‘보간환’ 가격을 물었다. 답변을 해주며 이유를 묻자 유선방송으로 광고가 나가는 상설 전시장에서 비슷한 약을 약국보다 4배나 비싼 가격으로 구입했는데 복용한 언니가 피부 발진 부작용을 일으켰다는 것이다.
약국 이외의 장소에서 약을 판매한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아 보건소에 신고하여 확인한 결과 약이 아닌 건강 보조식품 ‘보간원’으로 판매하는 제품이었다.
‘보간환’과 ‘보간원’! 영악한 상술이었다. 두 제품의 성분은 별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성분 검사를 확인한다면 적혀진 내용 중 과연 몇%나 함유되어 있을지 궁금할 뿐이다.
모 보건담당 검사가 모 제약회사 제품을 수사하면서 ‘포장에 적힌 성분의 50%만 함유되어도 말을 않겠다’고 분개하던 모습이 떠오른다. 당시 문제의 제품은 성분의 함량이 겨우 20-30%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과대 광고와 사기 술을 펼치는 판매원도 문제이지만 그들에게 넘어가는 소비자도 한심한 노릇이다. 약국에 와서는 약값 몇 십 원이 비싸다고 시비하며 약국이 아닌 엉뚱한 장소에서 수십 만원씩 하는 건강 보조식품을 만병통치약으로 선뜻 구입하기 때문이다.
그런 부류의 손님들은 병. 의원 혹은 다른 약국에서 구입한 약품을 이 약국 저 약국 들고 다니며 성분과 가격을 확인하곤 한다. 어쩌다가 소염 진통제라는 설명을 해주면 병. 의원으로 달려가 ‘내 조제약에 왜 진통제를 넣었냐’고 다그치며 병. 의원과 약국 사이를 이간질시키기도 한다.
이런 소비자들에게 분명히 밝혀둘 것은 건강 보조식품은 약이 아닌 식품이란 사실이다. 또한 한곳에서 오랜 세월 자리잡고 있는 동네약국에서는 효과에 비해 엄청나게 고가인 식품을 떳다방 식으로 판매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기억해 두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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