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메라로 개인의 사생활을 염탐하는 ‘파파라치’, 자동차의 위반 행위를 비밀리에 렌즈에 담는 ‘카파라치’, 약국에서 약사의 약점을 잡는 ‘팜파라치’, 운전기사가 담배꽁초나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는 순간을 자동차 번호와 함께 카메라에 녹화하는 ‘쓰파라치’가 있는가 싶더니 요즘엔 ‘일파라치’라는 신종어가 유행하고 있다.
‘일파라치’란 약국이나 상점에서 상품을 구입한 고객에게 일회용 봉투를 무상으로 배포해 준 사실을 구청 청소행정과에 신고하고 일정 보상금을 받는 무리를 일컫는다.
모 지역에서는 병. 의원의 진료시간이 끝난 늦은 밤에 돌백이 아이를 등에 업은 주부 팜파라치가 약국을 돌며 의사의 처방전이 필요한 전문 약품 외용 연고를 요구했다.
물론 당연히 판매할 수 없지만 부부가 아기를 맡기고 밤늦도록 맞벌이를 하느라 도저히 병원에 갈 여건이 안 된다며 눈물로 호소하자 순진한 약사는 마지못해 연고를 내주고 말았다. 가증스런 부부는 함정단속 식으로 여덟 곳의 약국을 순회하며 녹취를 한 후 관할 보건소에 고발을 하였다.
딱한 아기 엄마를 매정하게 돌려보내지 못한 약사의 양심과 팜파라치들의 몰염치한 함정단속은 법이라는 잣대를 떠나 솔로몬의 지혜로 판결을 내려야 한다.
모 약사는 일회용 봉투 비용을 받고도 영수증에 기재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구청 청소행정과로부터 30여 만 원의 벌금을 부과 당했다. 그는 구청의 행정처분에 이의를 제기하고 변호사를 선임하여 구청장을 상대로 행정소송에 들어갔다. 벌금은 30만원이지만 이것의 부당함을 알리고자 현재 10배가 넘는 비용을 들여 소송을 시작한 것이다.
내용인즉, 일파라치 여인이 분사용 살충제 한 개를 구입하며 약사에게 봉투를 요구하기에 자택이 먼 곳이냐고 물었다. 여인이 부천에서 왔다기에 약사는 봉투를 건네주며 10원을 추가로 받았다. 여인은 영수증을 요구하였고 약사는 영수증 내역에 봉투 가격을 표시할 것인가에 대해 물었으나 그럴 필요까지 없다고 답변했다고 한다.
약사는 이 내용을 구청에 호소하였으나 담당 공무원은 증거물(영수증)이 우선이라며 묵살했다. 그러나 구청에서 제시한 법적 근거 어디에서도 일회용 봉투 영수증 발행 의무를 명시한 곳은 찾아 볼 수가 없었다. 게다가 약사가 해당 관청인 환경청에 질의해 본 결과 ‘현재로서는 영수증 발행의무가 없다‘ 는 답변을 받았으며 그 내용을 구청의 담당 주사보도 숙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회용 봉투의 영수증을 발급은 세무적인 문제가 야기된다. 대부분 약국에는 제약회사로부터 비매품 성격을 띄고 비닐 봉투를 무상으로 제공받고 있다. 다시 말해 매입 근거도 없는 무상 용품을 판매하고 영수증을 발급한다면 무자료 거래, 즉 탈세행위가 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반대로 비닐봉투를 반납한 소비자에게는 환불하며 반품영수증을 발급해야하기에 비록 그 금액이 크지는 않다 하더라도 투명한 공정거래를 지향하는 약국 경영의 관점에서 바라 볼 때 모순점이 많은 것이다.
얼마 전 모 TV 방송에 일회용 봉투는 단속하면서 일회용 컵 라면과 김밥 포장에 대해서는 예외 조치를 취한 당국의 편파행정에 대해 분노하는 영세상인의 인터뷰가 방영된 바 있다.
또한 문제의 일파라치 여인은 20 여 약국을 인접한 두 구청에 신고했지만 한 구청은 구청 조례가 없다며 이를 묵살했다고 한다.
정부는 일회용 봉투를 판매하고 영수증을 발급했는가에 대한 성급한 단속에 앞서 환경부와 지방자치단체, 나아가서 각 구청 청소행정과 간의 조례부터 통일시켜야 한다.
일회용 봉투 단속 목적이 자원 절약과 재활용촉진이라지만 봉투 가격 10원을 환불받기 위해 부천에서 인천까지 찾아오는 손님은 없다. 환경 보존이 목적이라지만 10원을 낸다고 영원히 썩지 않는 비닐봉투가 갑자기 종이봉투처럼 쉽게 부식되는 봉투로 돌변하는 것도 아니다.
정부는 탁상공론식의 행정과 편파적인 단속에 앞서 쉽게 부식하여 환경을 보존할 수 있는 일회용 봉투를 개발하든가 항상 주머니에 장바구니를 지참하는 습관을 국민들에게 심어줄 수 있는 정책을 우선 강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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