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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5. 친구(2001)- 서열을 무시하면 생기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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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5. 친구(2001)- 서열을 무시하면 생기는 일
  • 의약뉴스 이병구 기자
  • 승인 2024.10.11 08: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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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뉴스]

사람에게는 운명이란 게 있을까. 자신을 지배하는 어떤 보이지 않은 힘 말이다. 누구는 착하게 태어나고 또 누구는 악하게 태어날까.

남을 위해 봉사하는 사람이 있고 남을 괴롭히는 사람이 있는 걸 보면 ‘타고난 운명’이라는 말이 가슴에 와닿을 때가 있다.

곽경택 감독의 <친구>에는 이런 대화가 나온다. 건달로 사는 운명이라는. 그러나 운명이라는 것도 때로는 변할 수 있다. 바꿀 수도 있다. 하지만 준석(유오성)이나 동수(장동건)는 그럴 마음이 전혀 없다.

▲ 느그 아부지 뭐 하시노? 장의사 합니다. 선생과 동수의 대화다. 이 대화 후 동수는 선생에게 뺨을 여러차례 맞는다.
▲ 느그 아부지 뭐 하시노? 장의사 합니다. 선생과 동수의 대화다. 이 대화 후 동수는 선생에게 뺨을 여러차례 맞는다.

타고난 운명대로 주먹질하고 칼질을 하다 끝내 ‘운명’을 맞는다. 둘은 같이 자랐고 같이 학교를 다녔고 같이 건달의 세계로 빠져들었다. 둘 가운데 준석이 동수보다는 한 수 위였다.

그래서 동수는 준석의 시다바리 역할을 했다. 하지만 운명은 그런 관계를 시기했고 동수는 준석의 그늘을 벗어나고 싶어했다. 친구 사이지만 엄연히 서열이 존재했던 것.

둘은 각자의 파로 갈려 세력을 키운다. 부산 자갈치 시장 바닥을 주름잡는 준석과 건설업까지 손을 뻗친 동수는 피할 수 없는 대결의 기로에 서 있다. 하지만 준석은 친구의 의리를 중시한다. 여전히 동수를 친구로 갖고 싶다.

그는 동수의 아지트로 찾아간다. 하지만 동수는 싸늘하다. 둘의 대화는 끝났다. 동수는 친구인 상택(서태화)의 외국 유학길을 배웅하기 위해 공항길을 자처한다. 비는 주룩주룩 내리는데 준석의 부하들이 동수를 급습한다.

장례 지도사를 하는 동수 아버지 말에 의하면 무려 서른 번이나 칼에 찔렸다. 고마 해라, 많이 묵었다 아이가. 이 말을 끝으로 동수는 '운명'했다. 운명대로 살다가 제대로 운명한 것이다.

재판정에서 준석은 자신이 살인교사범임을 인정한다. 면회 간 상택과의 대화에서 준석은 쪽 빨려서 거짓말 하지 않고 사실대로 말했다는 것. 그것이 그가 생각하는 건달의 조건이었다.

음지에 살면서 양지를 환하게 하고 밝게 만든다는. 국가 기관의 표어 같다. 청불 영화임에도 무려 800만 명이 이 영화를 관람했다. 그야말로 한국영화 사상 일대 신드롬을 일으켰다.

봉준호 감독에 따르면 지금으로 치면 1,700만 명이 영화를 봤다는 것. 실로 놀라운 흥행이 아닐 수 없다. 단지 흥행만이 아니라 작품성까지 인정받았다. 그러나 그해 대종상은 단 하나도 수상하지 못했다.( 작품상은 JSA로 돌아갔다.)

국가: 한국

감독: 곽경택

출연: 유오성, 장동건

평점:

: 부산 출신 감독답게 걸쭉한 경상도 사투리가 볼만하다. 그 경상도 사투리로 숱한 명대사가 나왔다. 20년도 지난 지금도 회자 되고 있는데. 내가 니 시다바리가. (준석과 대화중 동수가 내뱉은 말.)

니가 가라 화와이.( 사건이 일어나고 준석이 동수를 찾아와 화와이에 가서 한 3년 있으라고 하자 동수가 한 말.)

니가 오라면 내가 가야 하나.( 친구 모임이 있으니 참석하라는 준석의 말에 동수가 거들먹 거리며 한 말.)

많이 컷네, 원래 키는 내가 더 컸다. ( 준석과 동수가 결정적으로 틀어지면서 동수가 내 뱉은 말.)

느그 아버지 뭐하시노?( 준석의 학교 선생이 학생들을 마구 치면서 하는 말. 그 당시 교사에 의한 학교 폭력이 어느 정도 인지 사실대로 그렸다.)

마, 마이 무따 아이가, 고마해라.( 준석이 보낸 부하에게 무자비한 칼침을 맞으며 동수가 한 말. 잔인한 장면 가운데 압권이다. 지금 봐도 섬뜩하다.)

길에서 내하고 만나지 마소.( 학교를 때려치우면서 동수가 담임선생에게 한 말. 살기가 느껴진다.)

친구 끼리 미안한 거 없다. ( 준석 면회를 간 친구 상택이 한 말. 그 전에도 한 번 나왔었다.)

배드 케이스 오브 러빙 유, 컴백, 연극이 끝난 후 등 당시 유행했던 음악을 듣는 재미도 있다.

영화가 나왔을 당시에 보고 지금 다시 보니 과연 좋은 작품이다. 곽경택 감독은 이 후 이렇다 할 기대작이 없어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친구>를 능가하는 새 작품이 언제 나오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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