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뉴스] 의대 정원 증원 발표 후 처음으로 열린 국정감사에서 의료대란 책임이 의료계와 정부 공동 책임이라는 복지부 장관 발언에 의협이 “2차 가해나 다름 없다”고 일침을 가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위원장 박주민)는 7~8일 이틀에 걸쳐 국회에서 보건복지부에 대해 국정감사를 진행했다. 이날 국감에서 여ㆍ야 의원들은 의대 정원 증원으로 인한 의료대란에 대해 강하게 질타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의원은 “윤석열 정부의 독선이 만든 증원 폭탄으로 의료 대란이 계속되고 있다”며 “국민이 제때 치료와 수술을 받지 못해 사망하고 있지만, 정부는 무책임하고 뻔뻔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질책했다.
심지어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는 비상진료체계가 잘 돌아가고, 응급실 재이송 문제가 예전에도 있던 일이라 주장하는데, 이는 국민을 우롱하는 일”이라며 “의대 증원 규모를 자신이 결정했다는 장관이 책임을 통감하고 자진해서 사퇴해야 한다”고 쏘아붙였다.
같은 당 남인순 의원도 “의료대란이라는 재난 상황에 소통과 신뢰가 중요한데 모두 없다”며 “일각에선 장관이 사퇴하고 싶어도 못 하는 것이 아니냐는 말도 나오는데, 이 정도 상황이면 장차관이 아니라 대통령이 책임져야 한다”고 일갈했다.
이에 복지부 조규홍 장관은 현재 의료공백 사태에 대해 의료계와 정부의 공동 책임이 있다며 책임 규명보다는 문제 해결이 먼저라고 답변했다.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의원이 의료대란의 가장 큰 책임이 전공의에게 있다는 국무총리의 발언에 대해 동의하느냐고 묻자 조 장관은 “함께 노력해야 할 문제”라며 “책임은 의료계도 있고, 정부에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어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부족도 문제고, 전공의들의 현장 이탈도 문제”라며 “어디가 더 책임이 있다고 말하기 보다는 이 문제를 빨리 해결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더해 조 장관은 의료인력수급 추계위원회와 관련해선 의료계가 참여하지 않아도 출범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오는 18일까지 의료계 추천이 없을 경우 의료인력수급 추계위원회는 어떻게 되느냐는 백혜련 의원의 질문에 조 장관은 “시간이 있고, 그 사이에 여야의정 협의체가 가동되면 의사들이 참여할 공간을 남겨두겠다”며 “의사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시간을 벌어야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백 의원이 여ㆍ야ㆍ의ㆍ정 협의체에 대해 “의협이나 의사단체가 추천하지 않아도 일단 출범한다고 보면 되느냐”고 묻자, 조 장관은 “그렇다. 여러가지 스터디할 것도 있다”며 “기초작업부터 추진해서 나중에 복귀할 때 바로 결정하도록 조치하겠다”고 답했다.
이러한 조규홍 장관의 발언에 대해 의협은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대한의사협회 채동영 홍보이사겸부대변인은 의료대란의 책임이 의료계와 정부에 있다는 발언에 대해 “2차 가해나 다름없다고 생각한다”며 “피해자에게 책임을 전가시키는 태도로 지금까지 국정운영을 해왔으니, 국민들과 의사들이 정부 정책에 공감을 하지 못한 거 아닌가”라고 질타했다.
또 의료계 추천 없어도 의료인력수급 추계위원회를 추진하겠다는 발언에 대해선 “당사자인 의료계의 참여 없이 협의체를 진행하면 정말 아무 의미 없는 보여주기밖에 안 될 것”이라며 “만약 정부가 정말 바라는 게 그런 방향이라면 말릴 이유는 없다”고 전했다.
다만 “만약 의료대란 문제를 해결하고 싶고 앞으로 나아가고 싶다면 정부의 태도를 바꿀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