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리는 의사가 갖춰야 할 필수소양이죠
홍성수 의료윤리연구회장
지난 3일 의료윤리연구회의 새 회장으로 추대된 홍성수 신임회장은 의료윤리에 대해 "의사들이 갖춰야할 필수소양"이라고 말한다.
특히 환자들이 의사에게 요구하는 진료와 외적 요구 수준이 의사들을 경악케 만들 정도고, 예전처럼 의사가 우월적이고 권위적 위치에 있지 않기에 더욱 그렇다.
홍 회장은 "남의 눈에 거슬리지 않도록 조심하는 행동 지침이 바로 의료윤리"라고 설명했다. "연구회를 공부모임으로 끌고 가겠다"고 다짐한 그는 이명진 전 회장에 대해 "후배이지만 존경스러운 사람"이라고 평했다.
- 의료윤리연구회는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나요.
2010년 9월 발기인의 한 사람으로 참여했습니다. 당시 대한이비인후과 개원의사회 회장으로 일하고 있었고 이명진 전 회장은 같은 이비인후과 전문의로서 당시 대한이비인후과 개원의협의회의 활동에 대해 귀중한 우호적 비판을 해줬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제 고등학교 후배이기도 합니다. 의료 현장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확고한 자기 생각을 갖고 있고, 미래지향적 고민을 하는 분이라 처음 권유를 받고 주저없이 합류했습니다.
- 의료윤리는 왜 중요한가요?
의사의 길은 두 가지 트랙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과학자의 길'과 '치유자의 길'입니다. 의과대학의 기초의학 연구 분야나 학생을 가르치는 교직 의사에게는 최신지견을 습득하고 이를 넘어야 하는 과학자의 자질이 분명 더 중요하지만, 임상 현장에서는 치유자의 자질이 8:2 정도로 도드라진다고 생각합니다.
치유자로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의사가 상대해야 하는 각양각색의 환자, 즉 사람에 대한 폭넓고 깊이 있는 이해입니다. 입장을 바꿔 놓고 생각할 수 있는 능력, 카리스마로 이끌어야 하는 환자인지 다독여야 하는 환자인지 판단하고 실행하는 것, 그 이해를 실행에 옮기며 당연히 해야 할 일이 바로 윤리적 자기 성찰이지요.
학문적이고 골치 아픈 의료윤리를 보완해 줄 인문학적 분야가 문학이라고 생각합니다. 고전문학이란 인간의 특징적 사례집입니다. 예를 들어 파스테르나크의 '닥터 지바고'가 왜 의사여야 했을까요. 러시아 혁명의 와중에서 그 혁명이 사회 전반에 끼친 모습을 적나라하게 펼쳐보여 주는 소설이죠.
- 의료윤리가 최근들어 그 중요성이 강조되는 이유는 무어라 생각하시나요?
이제 더 이상 우리나라에서는 빅5 병원의 교수라 할지라도 독점적, 우월적이거나 권위적 지위에 있지 않습니다. '치료만 잘 하면 되지'라고 생각하거나 의사가 할 말만 다 하고 "다음 환자"라 불러도 되는 세상이 더이상 아닙니다. 이유가 무엇이건, 정도가 어떻건 당장 진료실에서 환자의 눈높이, 그리고 그들이 의사에게 요구하는 진료와 진료 외적 요구 수준이 의사들을 경악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설사 옛날의 지위에 있다 하더라도 의료윤리적 자기 성찰은 안 해도 되는 것이 절대 아니었죠. 이해는 합니다. 윤리의 문제는 각자 알아서 할 일이고, '의사라면 그 정도는 하겠지'라는 안일한 생각. 그럼에도 앞서 고민하고 더 많이 준비 했어야 하는 일이었습니다. 저를 포함한 선배 의사들이 안일하게 뒷전으로 미루고 준비도 하기 전 코 앞에 들이닥쳤다고 봅니다. 늦었지만 반드시 갖춰야 할 필수 소양입니다.
- 각종 사회적 이슈 등으로 의사들을 보는 눈초리가 예전같지 않은데요. 이를 타파하기 위해 의사들이 가꿔야할 소양과 자질은 어떤게 있을까요?
국민감정에 영합하는 포퓰리즘적 측면도 분명 있을 것이고 전반적인 국민 정서가 반영됐다고 봅니다. 그 절정이며 돌이킬 수 없는 치명타는 김대중 정부의 의약분업일 것입니다. 이후 의사가 완전히 파렴치한으로 낙인 찍혔죠. 90년대 의사 수 급증으로 병의원 이용이 용이해지고부터 정부와 언론은 의사와 변호사 등에 대해 지속적으로 뭇매를 때리고 있습니다.
의사들이 의료 환경 전반에 대해 항의하고 억울한 입장을 주장하는 것과 동시에 개개인이 갓끈도 조심스레 매만져야 합니다. 2000년 의쟁투 시절 제 나름대로 결심한 것이 '말직이건 의료계에서 모종의 역할을 하려면 절대 외제차를 타지 않겠다'는 것이었습니다. 당시 어떤 모임에서 어느 보사부 고위 공무원이 '의협 회관 주차장에 들어서니 외제차가 참 많이 보이더군요'라고 말했습니다. 성인군자는 아닐지라도 남의 눈에 거슬리지 않도록 조심하는 기준, 행동 지침이 되는 것이 바로 의료윤리라고 생각합니다.
- 연구회 참여 이전과 이후, 의료 윤리에 대한 본인의 생각은 어떻게 변했나요.
상식적으로 알고 잡다하게 느끼던 것들이 정리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변한다기보다는 정리가 되는 느낌입니다. 배워야 할 것들과 스스로 고민하고 깨달아야 할 부분은 아마 평생 이어지리라 봅니다.
- 주변 분들에게 연구회 참여를 권유하시나요? 권유한다면 내용을 들었을 때 동료 의사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특히 젊은 분들께 많이 권합니다. 가장 큰 장벽은 일단 엄두를 못 낸다는 겁니다. 말로는 표현을 안 하시지만 '이름만 들어도 골치가 아프다', '어렵지 않느냐', '그거 듣는다고 수입이 느냐' 등등 ... 제가 그 다음에 꼭 하는 말이 있습니다. "허전하지 않아요?"라고 말이죠.
- 4,50대 이상 층에 비해 그 이하 의사들의 참여가 저조한데요. 그 이유는 무엇이라 보시나요. 또 그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4,50대는 진료 일선에서 2,30년 정도 환자들과 부대끼면서 뼈저린 경험을 통해 절실히 느꼈을 겁니다. 한편으로는 젊은 층보다 시간적, 경제적, 심리적인 여유가 있는 것도 이유라 생각합니다.
사실은 이제 진료를 보는 3,40대에게 더 절실한 문제죠. 차라리 그 다음 세대는 그나마 대학 교육 과정에서 배우고 있죠. 그 사이에 낀 세대인 그 3,40대를 생각하면 안타깝고 조바심이 납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시간적, 심리적 여유가 없죠. 이 문제가 바로 제가 회장을 하면서 반 발자국이라도 더 나아가야 할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 연구회가 궁극적으로 나아가야할 방향이 있다면 어떤게 있나요?
역시 취임사에서 밝혔듯 우리 연구회는 순수한 공부 모임입니다. 절대 독립적이어야 합니다. 연구회 출신 인사가 의료계에서 역할을 하거나, 의견을 개진하는 등의 부분은 전적으로 개인적인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분들이 저희 모임과 대한의사협회 윤리위원회를 혼동하시는 것 같습니다. 정관과 회칙에 의해 운영되는 기구와는 다릅니다. 오히려 저는 회장으로서 그와 같은 외부 사안에서 거리를 유지하고 연구회를 보호하려 합니다.
또 이명진 전 회장을 존경하는 이유는 정관상 연임이 가능함에도 단임으로 마감한 겁니다. 연구회의 산파로서 연구회를 개인적 영달을 위한 도구로 사용한다는 오해의 소지가 있을까 우려해 그런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지위나 직함에 목을 매는 분들이 많은 이 세상에서 결코 쉽지 않은 아름답고 숭고한 결단이라고 생각합니다. 겸손과 봉사, 그리고 자기 성찰이 바로 우리 연구회가 갈 길입니다.
- 추가로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마지막으로 의료 관련 매체들의 역할이 참 중요합니다. 특히 인터넷이나 SNS에 익숙한 젊은 의사 분들의 경우 절대적입니다. 의료윤리에 대해 더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갖고 공부 모임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 무엇이겠습니까. 저희 연구회의 활동 및 홍보에 관련 언론이 적극 협조해 주시길 부탁드랍니다. 방향성에 문제가 있다거나 가치가 없는 내용이라면 언제든지 지적해 주시기 바랍니다.
홍성수 회장은 연세대학교 의대를 졸업해 동대학원 박사학위 취득을 했다. 미국 스탠포드 수면의학센터 수면의학을 연수했고 대한이비인후과학회, 대한알레르기천식학회 정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