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부인과 전문의 4분의 1, "무과실 보상 시행되면 분만 포기"

2012-08-29     의약뉴스 송재훈 기자

대한산부인과학회(회장 이효표, 이사장 김선행)는 ‘분만관련 근무 환경’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산부인과 전문의 4분의 1은 분만을 아예 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으며, 연령층이 낮을수록 분만을 하지 않는 비율도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해왔다.

지난 6월 1일부터 8월 15일까지 산부인과 전문의 559명(남자 331명, 여자 228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이번 설문조사결과, 산부인과 의사 중 전문의 취득 후 아예 분만을 하지 않았던 경우가 40대에서는 1.6%였던 반면 30대인 경우에는 10.2%로 나타났다.

대체적으로 연령이 높을수록 야간 당직으로 인한 육체적, 정신적 노동의 부담 때문에 분만을 그만두는 경우가 많은데, 최근에는 연령층이 낮은 30~40대에서부터 분만을 기피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할 수 있다는 것이 학회측의 설명이다.

특히 여자 산부인과 의사인 경우 처음부터 아예 분만업무를 하지 않았던 경우가 남자의 약 3배에 달했고(남자 2.7%, 여자 7.9%), 분만을 하다가 그만 둔 경우도 여자가 남자 보다 높았다(남자 20.5%, 여자 26.3%).

분만을 하지 않는 원인에 대해 여자 산부인과 전문의의 60%는 강한 육체적 정신적 스트레스를 꼽았고, 이밖에도 병원 운영 적자 등 경제적 문제(13%), 의료사고로 인한 난동이나 폭력적 진료방해(3%), 의료소송 발생(2%) 등을 원인으로 꼽았다.

이밖에도 이번 설문조사에서는 산부인과 의사로서 은퇴 연령, 무과실 보상 시행 후 분만업무 지속여부, 분만취약지 근무 의사 등에 대해서도 조사됐다.

'분만의사로서 은퇴 연령?'을 묻는 질문에는 40대 산부인과 의사들은 54.4세로, 30대는 46.1세라고 답했다.

이는 성별로도 차이가 있는데 남자의 경우 55.9세, 여자의 경우 46.2세로 응답했다. 전체적으로 볼 때 은퇴연령이 일반 기업체 샐러리맨 보다도 더 빠른 것으로 나타나 놀라움을 주고 있다는 것이 학회측의 설명이다.

이 역시 분만 의사들의 정신적, 육체적 스트레스에, 여자 의사인 경우 육아에 대한 부담 때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으며, 최근 산부인과 전공의 지원자의 약 80~90%가 여자임을 고려할 때 향후 분만을 담당하는 의료 인력의 감소가 가속화 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학회측은 덧붙였다.

또한, 내년 4월 시행예정인 '무과실 보상제도가 시행돼도 계속 분만을 하겠느냐?'는 물음에 응답자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103명의 산부인과 전문의가 분만을 그만두겠다고 대답하였으며, 51%는 고민 중이라고 응답했다.

이는 산부인과 전문의의 성별에 따라서 다소 다른 결과를 나타냈는데 남자의 경우 분만을 그만두겠다고 대답한 경우가 22.8%를 차지한 반면, 여자의 경우 30%에서 분만을 그만두겠다고 대답했다. 반대로 분만을 지속할지 여부에 대해서도 남자의 경우는 31.5%, 여자의 경우 12.0%에 불과했다.

우리나라 시군구의 20%를 차지하는 분만취약지에 근무할 의사가 있는지를 물었더니, 응답자의 10%만이 “근무할 의사가 있다”라고 대답하였으며, 남자에 비해 여자가 월등히 적게 나타났다(14.2% vs. 4.8%).

취약지 근무를 꺼리는 이유로는 열악한 분만환경(45%)이 가장 많았고, 의료소송의 위험성(26%), 자녀교육(12%), 경제적 이유(6%) 때문 것으로 조사됐다.

결론적으로 산부인과 전문의의 분만기피 현상의 원인으로는 `분만의사로서의 강한 육체적 정신적 스트레스 및 의료소송의 위험성 등으로 인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고 학회측은 분석했다.

특히 젊고, 여자일수록 보호자의 난동 및 협박 등 스트레스에 취약하고 육아의 부담 등을 이유로 분만을 기피하고 분만의사로서도 조기 은퇴를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최근 수 년 동안 우리나라 산부인과 전공의 지원자의 80-90%가 여의사인 점을 고려할 때 앞으로 분만 담당 산부인과 의사의 수의 급격한 감소를 야기할 것으로 예상되는 바라고 학회측은 지적했다.

또 취약지 근무를 꺼리는 이유로써는 열악한 의료환경 (인력난, 1~2명의 전문의 근무로 개인생활 어려움과 위급 상황시 이송할 대형병원 부재)및 그 결과 증가될 의료소송의 위험성을 가장 우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내년 4월 시행 예정인 산과 무과실 보상제도가 실제로 시행될 경우 설문에 응한 산부인과 전문의의 4분의 1 정도가 제도 시행 후 분만을 포기할 의향이 있음을 보여줘 앞으로 분만을 담당하는 산부인과 의사의 수급에 더욱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판단된다.

이는 최근 국가적인 문제로 우리나라의 20%지역을 차지하는 분만취약지 및 원정출산 등을 가속화시킬 것으로 우려돼, 이에 대한 적극적인 보완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고 학회측은 강조했다.

우리나라 산부인과 전공의 지원율은 2006년 이후로 '7년 연속 미달'에 약 60~70% 정도에 불과한 상황이다.

또 지원자 가운데도 중도 포기자가 많아 년도 별 산부인과 전문의 배출 수는 2000년~2004년 240~270명선에서 최근 100명 미만으로 감소한 상황으로 올해 배출된 신규 산부인과 전문의는 90명이다.

또한 최근 수년간 증가해온 산부인과 의원의 폐업이나 분만 포기로 인한 분만실 폐쇄 현상으로 이미 국가적인 분만시스템의 붕괴가 이루어 지고 있어 이미 전국의 시군 지역의 20%가 분만병원이 없는 소위 ‘분만취약지’다.

최근 정부가 시도하고 있는 분만취약지 지원사업의 의도는 고무적이라고 할 수 있지만 실제로 분만을 담당할 산부인과 전문의 및 관련 인력과 시설이 충분하지 않는 한 사업의 효과는 미지수라고 할 수 있다고 학회측은 꼬집었다.

더군다나 불가항력 분만사고까지도 의료진이 책임을 분담하라는 의료분쟁조정법의 시행이 내년 4월 예정되어 있어서 분만을 바라보는 산부인과 의사들의 시선은 더욱 암울해 지고 있다는 것이 학회측의 지적이다.

이번에 실시한 설문조사는 이 같은 산부인과의 상황에 대해 조사를 통해 산부인과 전공의 지원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산부인과 전문의 내부에서도 분만의사가 되기를 기피하는 원인 등을 분석, 우리나라의 안정된 분만환경조성에 도움이 될 기초 자료로 삼고자 하는 의도로 진행됐다.

한편, 이번 설문은 산부인과 전문의를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설문조사기간 동안 총 559명의 산부인과 전문의가 설문에 응했다.

응답자 (산부인과 전문의)의 성별 및 연령 분포로는 전체 559명 중에서 331명(59%)은 남자 산부인과 전문의였으며 228명(41%)이 여자 산부인과 전문의였다.

응답자의 연령별 분포로는 30-39세가 216명(39%), 40-49세가 191명(34%), 50-59세가 125명(22%), 60-69세가 23명(4%), 70세 이상이 4명(1%)를 차지했다.

또한 응답자의 46%(256명)이 산과(모체태아의학), 부인종양학 또는 생식내분비학의 전임의 과정을 수료한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