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초 시작이나 하지 말것을
복지부와 제약사간의 약가인하 싸움은 애초 싸움이 될 수 없었다.
관을 상대로 제조업체가 소송을 거는 등 무엇을 한다는 것은 세월이 좋아 졌다고는 하지만 회사 문닫을 각오가 없이는 여전히 불가능하다는 것이 업계 분위기다.
그래서 가능성이 없는 대상과의 싸움이라는 표현은 적절치 못했다. 그런데 제약협회를 중심으로 200개 제약사가 소송에 나선다는 등의 말이 기정사실화 되자 일전불사 의지는 불타올랐다. 제약 110년 역사상 전례없는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설마 행동까지 하겠느냐 하는 의구심은 장충체육관을 가득 메운 분노한 업계의 민심에 사그러 들었고 대형 로펌을 통한 약가인하 취소 및 집행정지 소송은 기정 사실로 받아들여 졌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동력은 떨어졌고 급기야 일성신약 다림바이오텍 에리슨제약 KMS 등 이름이 거의 알려지지 않은 하위권 제약사들만이 소송에 참여했다. 그것도 소송과 동시에 취하 하지 않겠느냐는 소문과 함께.
이런 소문은 사실이 됐다. 일성신약 등은 소취하를 결정했다. 약가인하되면 제약사 다 죽는다는 말이 소취하로 엄살인것이 증명됐다. 어차피 죽는다면 결과라도 보고 죽어야 하는 것이 세상이치 이기 때문이다.
제약협회 이사장인 일성신약 윤석근 대표는 소를 취하하면서 복지부의 압력같은 것은 절대 없었다고 강조했다. 있었는지 없었는지 모르지만 우리 회사는 한번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강한 부정이 긍정을 의미하는 것이다라는 해석도 해볼수 있지만 이미 물은 엎질러 졌고 상황은 종료됐다. 소송과 취하의 과정은 한마디로 좀 심하게 표현하면 코미디 정도 였다.
소취하를 전제한 소송이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 것은 재판부의 집행정지 인용 판결을 앞두고 전격적으로 진행됐다는데서도 찾을 수 있다. 제약업계는 대내외적으로 큰 망신을 당했다.
국내 제약시장은 다국적사에 점령되고 그래서 의약 식민지로 전락된다는 주장이 허구였으며 부도 제약사의 속출과 그로인한 10만 제약인이 거리로 내몰려 실업자 신세가 된다는 주장도 메아리 없는 외침으로 끝났다.
그렇다고 얻은 것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회원사의 구심점 역할을 하지 못한 협회의 존재 이유를 한 번 곱씹어 보는 계기가 됐고 개별 제약사는 이제 정글의 세계에서 생존을 위한 극한경쟁에 돌입했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이다.
시간이 좀 더 흐르면 관이나 상위 제약사들의 희망대로 300여개 제약사가 50여개로 재편돼 살아남은 제약사들이 글로벌 제약사로 성장해 세계를 호령할지 그래서 약가인하가 정당성을 얻게 될지 판가름 날 것이다.
뒷땅을 치는 순간 후회의 고통만 가중되니 이제 제약사들은 리베이트 영업의 굴레를 벗고 어렵고 힘들지만 연구개발로 외자사들과 한판 승부를 벌이는 날만 남았다. 국내 제약사들의 건투를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