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석인화회의 장학 사업
2012-03-09 의약뉴스
뜻있는 주민 20여 명이 매달 모여 2만원의 회비를 내고 식사를 하며 친목을 다지는 격식은 어느 친목회와 다를 바가 없다.
회원들이 간석인화회 회원임에 자부심을 갖는 까닭은 자신의 행복만 추구하지 않고 경로 및 장학사업, 조기 청소 등 동네를 위해 봉사하는 모임이기 때문이다.
내가 속한 모 친목회에서 한 친구는 “매달 회비를 걷어서 먹고 마시는 데만 사용하지 말고 어려운 이웃을 위해 좋은 일을 하자”는 의견을 냈다가 지청구만 당했다.
회원들은“환갑이 지난 이 나이에 내 입 하나 즐기면 됐지 남까지 걱정하며 자선사업 할 군번이냐?”며 상대방의 말을 잘랐다.
그나마 이런 발언을 단 한 번이라도 꺼낸 친목회는 이곳 말고는 없었다.
이런 이유로 모든 회원들이 사회봉사에 찬성하는 간석인화회는 보기 드문 동네 친목회가 아닐 수 없다.
자신의 모교도 아니고 손녀들도 안 다니는데 학교가 같은 동네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생면부지의 학생에게 장학사업을 펼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80년대 초, 내가 뜻있는 지역 청년들을 모아 ‘남동상록회’라는 친목회를 만든 후 남동구 관내 5개 초등학교에 어린이날 선행 표창을 하고 졸업식에 장학금을 수여한 것도 회원들과 연관이 있는 학교였기 때문이었다.
내가 아는 후배는 60년대 후반에 고향에서 초등학교를 졸업한 후 객지에 거주하며 용달 화물 트럭을 운전하고 있다.
대학은커녕 고등교육조차 제대로 받지 못했지만 그는 어려운 살림살이에도 불구하고 모교에서 추천받은 초등학생들에게 졸업식장에서 장학금을 전달해 오고 있다고 한다.
오래전, 한 어르신은 뜻있는 일을 하기 위해 같은 동네에 거주하는 학생에게 장학금을 주고 있다고 했다.
학업 성적이 우수하고 언행이 올곧은 그 학생을 보면 보람을 느끼지만 자식의 학비를 벌기 위해 노력하기는커녕 늘 술에 취해있는 그의 아버지를 볼 때마다 회의감을 느낀다고 솔직한 심경을 털어 놓았다.
간석인화회는 십 수 년 전부터 지역에 있는 신명여자고등학교로부터 모범생을 추천받아 3년 간 학비를 지원하고 있다.
졸업식에 참석해 단 한 번의 장학금을 전달하는 방식과는 달리 회원들은 3년 동안 그 학생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고, 학생은 항상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노력하는 장점이 있다.
간석인화회의 장학금을 받은 신명여고 졸업생 중엔 세무대학을 졸업한 후 세무서에 근무하는 분도 있다.
신명여고 측은 2009년도 졸업식장에서 간석인화회에 감사장을 전달하기도 했다.
지난달 28일에 열린 간석인화회 월례회의 장소엔 장학금 수혜자인 김지인 양의 서울대학교 수시 합격을 축하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간석인화회 차상남 회장은 “지난 3년간 우리 친목회의 장학금을 받은 김지인 양이 서울대학교 바이오생명과학부 수시 전형에 합격했으며, 부친 김용철 씨가 감사의 자리를 마련했다”고 발표했다.
차 회장은 학생 대신 참석한 부친에게 “비록 적은 액수지만 장학금을 지급해 온 회원들은 보람을 느끼고 있으며, 따님이 앞으로 사회에 곡 필요한 인물로 성공하기 바란다”는 뜻을 전하며 축하금과 손수 마련한 선물을 전달했다.
인천지역의 고등학교 대부분은 정원의 10%를 진학반으로 편성해 교육을 하고 있지만 그들 중에서 수도권 지역의 대학에 진학하는 학생은 단 몇 퍼센트에 불과할 만큼 인천의 교육환경은 열악하다.
그 와중에서 김지인 양이 자랑스런 결실을 맺을 수 있었던 것은 학교 측이 공들여 조성한 면학분위기 속에서 훌륭한 선생님의 가르침을 받으며 묵묵히 학업에만 전념한 모범생이었기 때문이다.
만에 하나 야간자율학습 폐지와 학생인권조례 등을 선동하며 교육현장을 어지럽히는 교사를 만났다면 오늘의 결과는 상상조차 못 했을 것이다.
미성년자란 인생의 연륜과 경험이 부족해 사회로부터 보호받고 부모와 학교의 조언과 지도를 받아야 하는 세대를 뜻한다.
민주화를 앞세워 투표권 등 미성년자들에게 어울리지 않는 권리 부여를 주장하고, 자유와 인권을 핑계로 탈선과 방종을 조장하는 풍토가 인천의 교육계에만은 파급되지 않기를 바란다.